장르 드라마
국가 미국
러닝타임 110분
감독 마틴 리트
출연 샐리 필드, 보 브리지스, 론 라이브먼


“쉬운 질문이군요. 제 선택은 ‘노마 레이(Norma Rae)’입니다.”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이메일로 ‘인생 영화’가 무엇인지 물었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보낸 건데 곧바로 답장이 왔다.

크루거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무부 경제정책 차관보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맡아 주요 경기부양책을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그의 선택은 교육과 고용의 연관 관계를 주로 연구해온 노동경제학자다웠다. 1979년 작인 ‘노마 레이’는 1970년대 미국 남부 방직공장의 노조 설립 과정을 다뤘다. 그렇다고 교훈과 메시지로 점철된 따분한 영화는 아니다. 먼저 영화에 투영된 시대상을 읽어내는 재미가 있다.

들어서는 순간 귀가 먹먹해질 만큼 시끄러운 공장, 무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의 단순 반복 작업, 흑인과 유대인에 대한 노골적 경멸과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인 억압…. 남부의 작은 마을임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당시에도 세계 최고 선진국이었던 미국의 모습이 조금 낯설다.

미국 남부 면화 생산 지역(코튼벨트)을 따라 융성했던 섬유 산업은 한때 국내에서도 수출 효자 종목이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도 인건비 상승으로 어느덧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텅 빈 섬유 공장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 공장이 들어선 것도 이 같은 변화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마 레이 역을 맡은 샐리 필드의 열연이 눈부시다. 배운 것 없고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던 미혼모 레이가 뉴욕에서 찾아온 유대인 노동운동가 루벤 워쇼브스키(론 라이브먼)를 만나면서 당찬 여성운동가로 변해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이 영화로 필드는 이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미국 전역을 돌며 노동운동을 하고 발레와 오페라를 좋아하는 워쇼브스키의 모습은 역시 유대인이면서 노동 전문가인 크루거 교수의 모습과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크루거 교수는 고등학생 때 이 영화를 보고 노동경제학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레이와 워쇼브스키 그리고 순수하고 헌신적인 남편 소니 웹스터(보 브리지스)의 애틋한 삼각관계를 따라가는 것은 또 다른 감상법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 장면에 흐르는 제니퍼 윈스의 노래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It Goes Like It Goes)’이 감미로운 멜로디와 관조적인 가사로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plus point

노동운동을 다룬 다른 영화들

노동운동을 다룬 영화이면서 영화적 가치나 재미를 인정받는 수작이 적지 않다. 찰리 채플린 감독·주연의 무성영화 ‘모던 타임스(1936)’는 산업혁명기 공장 노동자의 고단한 일상과 노동 소외를 극명하게 묘사한 고전이다. 벨기에 감독 스팅그 코닝스의 ‘단스(1992)’는 평론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노동 영화’로 칭송받는 작품이다. 배우로도 유명한 데니 드 비토 감독의 ‘호파(1992)’는 1960년대 미국 운수노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노조 지도자 제임스 호파의 일대기를 다뤘다. 국내 영화 중에는 탄광 노동자를 그린 ‘그들도 우리처럼(1990)’과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전태일의 삶을 그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 등을 만든 박광수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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