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에 성공하려면 효과적인 시각자료를 사용해야 한다. ‘슬라이드 한 장당 하나의 메시지’ ‘객관적인 수치 제시’ 등을 지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설득에 성공하려면 효과적인 시각자료를 사용해야 한다. ‘슬라이드 한 장당 하나의 메시지’ ‘객관적인 수치 제시’ 등을 지키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신사업 추진팀 과장 김철수(44)씨는 최근 사석에서 최고경영자(CEO)에게 새로운 사업 분야로의 진출을 제안했다가 면박을 당해 기분 나빴던 경험이 있다. 보수적이지만 새 사업에 목말라 있던 조직에 혁신을 이끌 만한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확신했지만, CEO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혀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도 타인의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다. 모두가 ‘혁신’이나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거부감을 보이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로랑 노르드그렌 교수는 최근 켈로그 경영대학원 웹사이트에 타인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팁 1│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깨닫게 하라

노르드그렌 교수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생기는 손실을 강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상식적으로는 새 아이디어에 따른 효과나 혜택, 장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상대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김철수씨는 설득의 방향 자체를 잘못 잡았다. 김씨는 CEO에게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가 시장의 니즈에 꼭 들어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의 아이디어는 묵살됐다. 차라리 신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조직이 놓치게 되는 잠재적 이익을 강조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노르드그렌 교수는 “인간은 이득에 따른 즐거움보다 손실에 따른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투자와 동전 던지기 등 금전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 사람들은 이득보다 손실에 두 배 더 크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드그렌 교수는 “포장하는 법을 바꿔야 한다”며 “예컨대 ‘이 아이디어를 수용하지 않으면 조직이 미래 지향적이라고 어필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HMRC는 체납자에게 “영국인 90%가 세금을 냈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사진 조선일보 DB
HMRC는 체납자에게 “영국인 90%가 세금을 냈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사진 조선일보 DB

팁 2│비교로 결정할 수 있게 하라

영국 경제 잡지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에는 유료 회원 가입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선 세 가지 상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잡지 실물 버전’ ‘잡지 실물+디지털 버전’ ‘디지털 버전’이다. 모두 12주 기준 12달러로 가격이 같다. 잡지 실물만 받는 것보다 디지털 버전(웹사이트, 앱)까지 추가로 볼 수 있는 상품이 돋보이는 게 당연하다.

노르드그렌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처럼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그중 원하는 쪽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바람잡이에 불과하더라도 여러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이 전략의 포인트는 대중의 관심을 설득자가 원하는 쪽으로 이끄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식당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두 번째 비싼 메뉴로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장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팁 3│작은 승리를 지켜 큰 승리를 거두라

영국 국세청인 HMRC는 체납자에게 보내는 독촉장 첫머리에 ‘영국인 90%가 세금을 냈습니다(90% of people have paid)’라는 문장 하나를 추가했다. 단 한 문장을 추가했을 뿐인데도, 연체된 세금 56억파운드(약 9조3000억원)를 전년보다 더 걷을 수 있었다.

사람들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 쉽다는 점을 이용한 설득법이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믿거나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할 때 주로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따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르드그렌 교수와 연구진의 실험 결과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 특정 수업 A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언급한 후 다음 학기 A 수업을 등록한 인원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항아리가 비어 있을 때보다 돈이 들어 있을 때 팁을 받기 수월한 것도 같은 이치다.

전문가들은 이 방법을 통해 끌어들인 ‘내 편’을 지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노르드그렌 교수는 “새로운 제안에 반감을 갖는 ‘반대파’를 움직이는 힘은 ‘자신들이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처음 당신의 의견에 동조해줄 만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차츰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내 편’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HBO와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모두 처음 가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HBO와 넷플릭스, 유튜브 등은 모두 처음 가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팁 4│혜택을 경험하도록 하라

미국의 케이블채널 HBO는 3개월 무료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2010년 8100만명이던 HBO 가입자 수가 지난해 1억4200만명까지 증가했다. 이 밖에도 경쟁사 넷플릭스는 무료 체험 1개월, 유튜브는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 ‘유튜브 프리미엄’ 무료 체험 1개월을 제공 중이다.

노르드그렌 교수는 기업들의 무료 체험 정책이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를 노린 설득법이라고 설명한다. 대상을 일단 소유하고 나서 애착이 생겨야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즐기지 않고 있는 유료 채널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보다 이미 경험하고 즐기고 있는 바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게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 잭 네이치, 리처드 탈러 교수 등 연구진은 커피잔을 활용해 실험을 벌였다. 연구팀은 소유 여부에 따라 같은 물건에 대한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봤다. A 실험군에는 커피잔을 보여주면서 ‘얼마에 살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고, B 실험군에는 커피잔을 아예 준 후 ‘얼마에 팔고 싶은지’를 물었다. 같은 커피잔이지만 B 실험군에서 매긴 커피잔 가치가 A 실험군이 매긴 가격보다 높았다. ‘소유’ 경험을 통해 물건에 대한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노르드그렌 교수는 “혁신에 동참하도록 하려면 사람들이 이에 따른 혜택을 먼저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팁 5│시각 자료 활용해 메시지 전달하라

미키 다케노부(三木武信) 전 소프트뱅크 사장실 실장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인 자신의 상사, 즉 손정의 사장의 눈에 드는 보고서 만들기에 매달렸다. 그는 자신의 책 ‘10초 만에 이기는 보고서’에서 그 비결로 △하나의 슬라이드에 하나의 메시지만 넣기 △객관적인 수치로 판단 기준 제시하기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구조화하기 △결론부터 제시하기 △상대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제시하는 정보를 달리하기 △키워드에 대한 정의를 통일하기 △장기적인 관점 담기 등을 소개했다.

특히 복잡한 아이디어는 시각 자료나 눈에 띄는 데이터, 강렬한 메시지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미첼 피터슨 노스웨스턴대 재무학과 교수도 △시각 자료 △스토리 △상호 작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해 설득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질문받았을 때 몸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신체 언어가 상대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설득의 대가’ 치알디니 교수
“인상을 주고 싶다면 건너편이 효과적”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설득의 대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30년 전에 쓴 책 ‘설득의 심리학’은 세계적으로 수천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한국에서도 그의 책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OO의 심리학’이라는 작명법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는 설득법을 연구하기 위해 웨이터부터 영업사원, 기부금 모금책 등 다양한 일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소개한 실용적인 설득법을 소개한다.


1. 질문 방식을 바꿔보라

길에서 포교 활동을 하는 사람이 효과적으로 신도를 모집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 치알디니 교수는 신도를 잘 모집하는 이들의 첫 질문이 보통 “당신은 행복합니까”보다는 “당신 혹시 불행하지 않나요”라고 설명한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자신이 처한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집중하게 돼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치알디니 교수는 이런 식의 질문을 통해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경영월간지 ‘엔트러프루너’는 “제대로 만든 질문만으로도 고객의 제품 구입을 유도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는 ‘프레임’을 짤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유대감(unity)을 강조하라

‘오늘 내 가족 중 한 명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미래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이 2015년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유대감’이 강조된 부분이 있다. 가족에게나 할 법한 말을 ‘당신’에게도 하겠다는 뜻으로 ‘우리는 한배를 탄 동료’란 의미로 해석됐다. 치알디니 교수는 “민족성, 지리학, 공통 관심사 등 한 집단의 구성원에 속할수록 유대감 효과는 더 강력해진다”고 말했다.


3. 효과적인 위치를 사수하라

회의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영향력 있는 ‘VIP’ 바로 옆에 앉기보다는 멀리 떨어져 앉는 편이 낫다. 만약 VIP의 발언 이후 말할 기회를 갖게 된다 하더라도 청중의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타깃층을 마주보는 자리, 혹은 건너편에 자리잡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plus point

11조원 인플루언서 마케팅 소비자에게 毒 될 수도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물건을 구입하는 워킹맘 이유정(32)씨는 지난여름 속상한 일을 겪었다. 팔로잉하는 유명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가 슬쩍 언급한 다이어트 보조제 한 달치를 5만원을 주고 구입했는데, 효과는커녕 한동안 소화불량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운동 없이 먹기만 했는데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경험담을 100% 믿지는 않았지만, 팔로어 수가 20만 명에 달하는 몸매 좋은 인플루언서의 말이라 반신반의하면서 구매했다고 한다. 이씨는 “알고 보니 제조사가 유명 인플루언서들을 섭외해 진행한 마케팅에 넘어갔던 것”이라며 “당장 팔로잉을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영향력 있는 유명인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심리학과 조직행동학에서 쓰는 ‘권위의 법칙’을 이용한 설득 마케팅 기법이지만, 이씨의 사례처럼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릴 정도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계획을 밝힌 이후 인플루언서들은 게시글 하단에 광고라는 의미의 ‘#AD’를 붙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알아채기 어렵다. KOTRA는 2020년 세계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최대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plus point

18년 前 손정의를 설득한
마윈의 초롱초롱한 눈빛

2000년 신생 벤처기업에 불과하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과의 첫 만남에서2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손 사장은 마 회장에게 “회사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말한 지 6분 만에 “당신 회사에 투자하겠다. 얼마가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사진 블룸버그
2000년 신생 벤처기업에 불과하던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과의 첫 만남에서2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손 사장은 마 회장에게 “회사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말한 지 6분 만에 “당신 회사에 투자하겠다. 얼마가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의 알리바바는 미국 아마존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기업이지만, 불과 19년 전만 하더라도 영어 교사 출신 청년 마윈(馬雲)이 항저우에 세운 신생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지금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4180억달러(약 467조원)짜리 거대 공룡의 싹을 틔운 데엔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의 투자가 큰 힘이 됐다.

2000년, 설립 8개월밖에 안 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손 사장을 만나 단 6분 만에 2000만달러(약 224억원)의 투자 결정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 짧은 순간에 손 사장의 마음을 끌었던 마윈의 말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다만 블룸버그가 4년 전 유튜브에 공개한 마 회장의 창업 당시 영상을 보면 그의 설득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1999년 마윈이 항저우 아파트에 17명의 친구와 제자들을 투자자 자격으로 불러모아 알리바바 사업모델에 대해 설명하는 2분 남짓의 영상이다. 손 사장을 만나기 불과 몇개월 전이다.

그는 선 채로 앞에 앉아있는 청중을 향해 열정적인 제스처와 목소리로 설명했다. 마윈은 “아침 8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사람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적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하드웨어와 시스템에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인은 미국인 못지않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강점을 내세운 것이다.

최근 손정의 사장의 회고를 통해서도 당시 마윈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블룸버그 TV에서 방영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창업자와의 인터뷰에서 손 사장은 마윈에 대한 첫인상을 “눈빛이 매우 강렬했고 반짝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또 “말하는 방식에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느꼈다”면서 “그의 행동을 보니 수많은 중국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을 당시 알리바바는 생긴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IT 기업에 불과했다. 손 사장에 따르면 매출도 없었던 데다, 사업 모델도 불분명했다. 또 2000년은 세계적으로 닷컴버블이 막 꺼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투자 시기나 대상 등에서 대중의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랐던 결정이다. 하지만 마윈의 설득의 기술은 ‘6분 담판’에서 빛을 발했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