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의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 30주년 기념 광고. 인종차별 저항운동을 했던 전(前) 미국 풋볼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논란이 됐지만, 나이키는 오히려 밀레니얼 세대를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봤다. 사진 나이키
나이키의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 30주년 기념 광고. 인종차별 저항운동을 했던 전(前) 미국 풋볼선수 콜린 캐퍼닉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논란이 됐지만, 나이키는 오히려 밀레니얼 세대를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봤다. 사진 나이키

지난 9월 초 나이키가 ‘저스트 두 잇(Just do It)’ 슬로건 3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콜린 캐퍼닉(Colin Kaepernick)의 광고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인종, 장애, 종교, 성별에 따른 구조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스포츠에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광고모델이 된 콜린 캐퍼닉이 문제가 됐다.

캐퍼닉은 NFL(미국프로풋볼리그)의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이었다. 그는 2016년 8월 경기 직전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음으로써 인종차별에 대한 침묵시위를 했다.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흑인 사망 사건이 잇따랐는데,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차별과 폭력에 항의하는 의미였다.

광고모델로 캐퍼닉이 선정됐다는 소식만으로도 많은 기관과 매체들이 나이키 매출 감소를 예상했다. 실제로 광고 방영과 동시에 보수 성향의 소비자들은 나이키 신발 불태우기 운동을 시작했다. 불태우는 사진과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반발했고 정치권 인사들도 비난 행렬에 나섰다. 하지만 나이키는 매출 타격을 입지 않았다. 오히려 광고 이후 사흘간 온라인 매출이 31% 증가했고, 잠시 하락했던 주가는 금방 제자리를 찾았다.

에이펙스(Apex) 마케팅그룹의 조사 결과, 나이키는 광고 발표 후 신발 불태우기 운동과 함께 48시간 동안 약 1억1400만달러(약 1290억원)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나이키 광고가 마케팅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나이키가 이번 광고를 통해 ‘버리는 카드’는 확실히 버리면서도 이득을 충분히 챙겼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주 고객층은 주로 젊은층, 흑인이 많다. 나이키는 그들의 충성고객이 아닌 백인 중장년층을 잃을 수 있었지만, 그들의 충성고객인 젊은층과 흑인이 중시하는 가치를 캐퍼닉을 통해 전파함으로써 이들의 확실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패티 윌리엄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마케팅 교수에 따르면 요즘 젊은 소비자,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사람)는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표방하거나 실현시켜주는 브랜드와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이들은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귀기울이는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한다.


콜린 캐퍼닉은 2016년 8월 경기에 앞서 진행된 국가 제창 때 기립을 거부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인종차별에 항의한 퍼포먼스였다. 캐퍼닉은 침묵시위를 계속했고 같은 해 10월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사진 타임
콜린 캐퍼닉은 2016년 8월 경기에 앞서 진행된 국가 제창 때 기립을 거부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었다. 인종차별에 항의한 퍼포먼스였다. 캐퍼닉은 침묵시위를 계속했고 같은 해 10월 ‘타임’ 표지를 장식했다. 사진 타임

1│가치 소비 늘리려면 타깃 세분화해야

품질만으로 제품이 선택받던 시대는 지나고 가치가 담겨야 판매되는 시대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업 가치가 자신의 신념과 부합할 때 해당 브랜드와 서비스를 선택하고 지지한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가격이나 만족도 등을 세밀하게 따져서 소비하는 것을 ‘가치 소비’라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제품, 식음료 등이 지속 가능한 공법·농법, 공정무역, 폐기물 배출 저감 등 윤리적인 방식에 따라 생산됐는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직접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브랜드인지’도 중요하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미국 신발 브랜드 ‘탐스’나 유방암 예방을 지원하는 ‘요플레’ 등이 대표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미국 뉴욕 무역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60%가 자신이 주로 구매하는 브랜드의 충성고객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회 공헌, 윤리 경영 등을 브랜드 가치와 가격 평가에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브랜드 선택 기준이 더 까다롭고 세밀해지고 있지만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윌리엄스 교수는 “많은 기업이 고객에게 어떤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들이 너무 큰 대중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타깃 시장을 세분화하고 명확히 규정한 뒤 접근해야 브랜드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의 타깃 시장을 명확히 하고 그 시장의 소비자가 중시하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분화된 타깃 시장의 소비자가 브랜드에 유대감을 느끼도록 하는 확실한 전략이다.

풋볼 선수 콜린 캐퍼닉을 등장시킨 나이키의 광고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나이키는 타깃 시장을 세계 소비자 중에서도 젊은층, 흑인으로 규정하고 인종차별 저항, 도전정신 등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광고에서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한쪽 타깃 시장을 버리고 특정 소비자만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것이 종종 위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반복적인 마케팅은 타깃 시장의 범위가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일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 매장. 의류 브랜드인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는 제품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1파운드(약 450g)의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사진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 매장. 의류 브랜드인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는 제품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1파운드(약 450g)의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사진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 직원들이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 직원들이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2│일관된 브랜드 이미지 구축해야

타깃 시장을 세분화하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교하고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모든 브랜드가 소비자와 브랜드 간 유대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긍정적 이미지를 전달할 것인가, 부정적 이미지를 전달할 것인가’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좀 더 정교한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밀레니얼 세대에는 과거 기업이 베이비부머를 상대로 펼쳐왔던 브랜드 마케팅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공장을 통한 대량생산, TV 광고를 중심으로 한 마케팅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터넷, 동료 집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브랜드 정보를 얻는다.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면밀하게 살피기 때문에 정교하고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미국 유기농 식품업체 애니스(Annie’s)는 자사 맥앤드치즈 제품 포장지에 마카로니 파스타 원료로 쓰이는 밀 생산자의 이름을 인쇄해 판매하고 있다. 이 농장이 재생농법(Regenerative Farming)으로 원료를 생산하며 애니스가 이를 후원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재생농법은 유기농법보다 발전한 방식으로 토양의 탄소분리를 원활히 해 기온 상승을 예방함으로써 환경 보존에 기여한다. 기업이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강조한 사례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자신들이 구매하는 음식이 유기농인지 아닌지,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생산됐는지 아닌지에 대해 신경 쓸 가능성이 두 배 높다.

윌리엄스 교수는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는 기준이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것,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까지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3│경외감·자부심이 브랜드 유대감 좌우

앞서 나온 사례처럼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감정이 고객과 브랜드 사이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것일까. 윌리엄스 교수와 연구진은 이를 알아내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광고를 접하기 전 경외감(awe) 또는 자부심(pride) 중 하나의 감정을 떠올리도록 하고, 각 사람이 어떤 브랜드에 유대감을 느끼는지 살펴본 것이다.

경외감은 인간의 능력이나 지각으로 모두 이해하거나 알 수 없는 대상을 마주했을 때나 매우 충격적이고 압도적인 현상·대상을 봤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존경을 의미한다. 자부심은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그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이다. 남이 갖지 못한 것을 가졌을 때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연구진들은 응답자에게 경외감 또는 자부심을 느낀 경험에 대해 다섯 문장 정도를 쓰도록 한 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는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광고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류 브랜드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 광고를 보도록 했다.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는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하는 브라이언 린튼이 2010년에 만든 의류 브랜드로, 제품 하나를 판매할 때마다 1파운드(약 450g)의 해양 쓰레기를 청소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광고를 보기 전에 경외감을 경험한(떠올린) 응답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브랜드 유나이티드 바이 블루에 깊은 유대감을 느꼈다.

윌리엄스 교수는 “경외감을 느낀 사람은 자신은 덜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하며, 자신은 공동체의 ‘일부’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감정은 응답자가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브랜드에 유대감을 느끼도록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자부심을 떠올린 응답자들은 고급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에 더 친근함을 느꼈다. 자부심은 응답자가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을 이용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고 느끼도록 만든다.

윌리엄스 교수와 연구진은 기업이 고객이 경외감이나 자부심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고객과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경외감을 강조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하고 고급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부심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다.


plus point

‘탐스’는 대표적 가치 소비 성공 모델

말레이시아의 한 탐스 매장.
말레이시아의 한 탐스 매장.

탐스는 ‘내일을 위한 신발(Shoes for Tomorrow)’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한다. 소비자가 한 켤레를 구입하면 다른 한 켤레를 제3세계 어린이에게 기부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한다. 창립자인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아르헨티나에서 신발이 없어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2006년 신발 회사를 만들어 신발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신발 디자인은 아르헨티나의 전통 신발인 ‘알파르가타’에서 영감을 받아 유기농 소재만을 사용한다. 미국 탐스 본사는 2010년 이후 급성장하며 올해 8월까지 전 세계 43개국에 약 8600만 켤레의 신발을 기부했다. 마이코스키는 어린이들이 신발을 신지 않아 생기는 피부병, 또 병으로 인해 학습 능력이 저하되는 문제 등을 신발 기부를 통해 해결했다.

탐스 모델의 특징은 아이들에게 기부할 신발에 드는 비용이 기업의 이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 내에 이미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구매하는 소비자는 탐스의 기부정신에 동의하고 있으며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일지를 정확하게 인식한다. 따라서 탐스가 시장 가격보다 더 비싸다고 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점이 바로 탐스의 성공 요인이 된다. 비싸기 때문에 판매가 저조한 것이 아니고, 기부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이 오히려 판매에 도움이 된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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