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소비되는 아디다스. 사진 블룸버그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소비되는 아디다스. 사진 블룸버그

지난 11월 9일 밤 전파를 탄 CJ ENM의 음악 방송 ‘엠넷(Mnet)’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 결승전. 이번 프로그램의 주된 팬층인 10~30대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출생)에게 큰 화제가 된 신인 래퍼 ‘마미손’이 등장하자 공연장을 채운 관중들은 떠나갈듯 함성을 질렀다.

마미손은 쇼미더머니777에서는 조기 탈락의 아픔을 맛본 참가자였지만, 탈락 후 제작한 중독성 있는 노래와 영상으로 유튜브 조회수 2000만회를 돌파했던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쨍한 핑크색 복면과 똑같은 색상의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상·하의를 입고 3분 남짓 랩을 뱉었다. 아디다스코리아 관계자는 “핑크색 아디다스 의류는 마미손이 일본에서 직접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쇼미더머니는 7번째 시즌이다. 아디다스는 쇼미더머니의 첫번째 시즌이 시작했던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매년 이 프로그램의 협찬사로 참여했다. 쇼미더머니에는 경연 참가자들이 시즌마다 꼭 한번씩은 널찍한 아디다스 매장에서 원하는 옷을 골라 입는 장면이 나온다. 공연에서도 아디다스 의류와 신발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무대 의상’이다. 이번 경연에서 우승한 래퍼 ‘나플라’도 아디다스의 두툼한 털 조끼를 입고 공연을 선보였다.

쇼미더머니의 방영과 함께 ‘마니아들의 음악’이었던 힙합은 대중적인 주류 음악 장르로 떠올랐다. 힙합의 팬층이 넓어지는 동안 아디다스는 힙합 문화에 스며들어 브랜드를 노출시켰다. 7년간 쇼미더머니 무대에서 한국 래퍼들은 빠짐없이 아디다스를 입었다. CJ ENM 관계자는 “우리와 광고주(아디다스) 간 계약 내용에 경연 참가자의 의상에 대한 조건도 포함돼 있기도 하겠지만, 래퍼들이 본인들이 갖고 있는 아디다스 의상을 입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아디다스 의류를 유통시키는 아디다스코리아는 쇼미더머니 외에도 한국에서 다양한 대중문화의 유명 인사들을 모델로 기용했다. YG엔터테인먼트가 배출한 가수들인 위너와 블랙핑크, 여성 의류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하며 81만명의 인스타그램 추종자를 보유한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 등도 아디다스의 모델이다. 스포츠 브랜드지만 스포츠 스타만큼이나 대중문화에 밀접한 모델들을 기용하며 평상복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디다스의 한국 법인인 아디다스코리아의 매출액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나이키의 한국법인이 이 시기 유한회사로 전환해 두 라이벌의 매출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매출 규모가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했던 스포츠 의류 시장에서 매년 성장을 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 법인과 달리, 아디다스는 최근 수년간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의류 시장인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아디다스는 2014년부터 성장이 멈췄고, 미국 시장에서는 ‘언더아머’라는 신참 브랜드에 밀려나기까지 했다. 1924년 창립된 아디다스는 글로벌 스포츠 의류 브랜드 시장의 ‘만년 2위’로 나이키의 뒷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는데, 2위 자리 마저도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운동화 시장에서는 1위 나이키, 2위 에어조던 브랜드의 뒤를 따르는 만년 3위였다.

하지만 2016년 1월 아디다스 이사회가 부진을 타개할 인물로 낙점한 캐스퍼 로스테드(Rørsted·55) 최고경영자(CEO)의 활약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우선 지난해 조던 브랜드를 제치고 운동화 시장 점유율 2위자리에 올랐다. 독일의 투자은행 베렌베레르그의 애널리스트들은 “아디다스는 스포츠 용품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턴라운드(Turnround·조직개혁과 경영혁신을 통한 실적 개선)를 해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아디다스는 점유율뿐 아니라 매출로도 이를 증명했다. 독일 아디다스 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212억1800만유로(약 27조800억원)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20억7000만유로(약 2조6440억원)다. 아디다스는 올해 11월 7일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기간 영업이익이 22억3900만유로(약 2조8599억원)였다. 9개월 만에 2017년 한 해의 영업이익 규모를 이미 넘긴 셈이다.

아디다스는 어떻게 ‘위태롭던 만년 2등’ 스포츠 의류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사고싶어하는 ‘힙(hip·최신 유행에 민감한)’한 패션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아디다스의 3가지 성공 비결을 분석해봤다.


지난 11월 9일 방영된 ‘엠넷(Mnet)’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참가자들. 왼쪽부터 ‘수퍼비’, ‘마미손’, ‘나플라’가 아디다스 의류를 입고 공연 중이다. 사진 CJ ENM
지난 11월 9일 방영된 ‘엠넷(Mnet)’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참가자들. 왼쪽부터 ‘수퍼비’, ‘마미손’, ‘나플라’가 아디다스 의류를 입고 공연 중이다. 사진 CJ ENM

비결 1│열린 협업, 래퍼가 디자인

아디다스의 최근 행보를 요약할 수 있는 단어는 ‘협업’이다. 아디다스가 스포츠 브랜드의 틀을 무너뜨리고 일상복의 영역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제품 개발을 회사 내에서만 골몰하지 않았던 것이다.

로스테드 CEO는 올 3월 발표한 아디다스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주주들에게 “우리의 전략적 선택은 ‘오픈 소스(open source·회사 외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정의내릴 수 있는데, 운동 선수, 소비자, 아디다스 브랜드와 협업하는 많은 파트너들을 초청한다”고 썼다.

아디다스가 미국의 유명 래퍼인 카녜이 웨스트와 협력해 내놓은 운동화 ‘이지(Yeezy) 부스트’가 오픈 소스 전략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지 부스트는 웨스트가 디자인 등을 총괄하고 아디다스가 기술과 자금을 지원해 만든 운동화다. 이 운동화는 지난 2015년 출시 즉시 완판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아디다스 북미지역 대표를 지냈던 마크 킹은 지난 2016년 야후 파이낸스에 “카녜이가 (아디다스) 브랜드를 다시 ‘쿨(cool·멋지다)’하게 만드는 데 절대적인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 부스트는 비정기적으로 소량 한정 판매된다. 가격은 29만원대다. 이지 부스트는 한정품을 사서 비싸게 되파는 ‘리셀러(reseller) 시장’에서는 판매가의 2~10배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지난 11월 9일 ‘이지부스트 350 V2 지브라’를 판매했는데, 이날 아디다스 사이트는 마비됐다. 오프라인에서는 이 운동화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로 이른 아침부터 일부 아디다스 매장에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로스테드 CEO는 카녜이 웨스트처럼 “(유명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왕, 카녜이 웨스트(래퍼이자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 등과의 창의적 협업으로 브랜드를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와 성장세를 끌어올렸다”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 팀과 협업하고 있고 이는 지역별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외에도 아디다스는 일본의 스트리트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와 유명 디자이너 제러미 스콧과도 함께 제품을 출시했다.


비결 2│일상에서도 입는 멋진 운동복

아디다스는 제품의 기능성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일상복 브랜드가 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아디다스가 내세웠던 브랜드 전략이 밀레니얼 세대의 애슬레저(일상복과 운동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 열풍을 타고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슬레저는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말인데, 일상에서도 이질감 없이 멋을 낼 수 있는 운동복을 말한다. 애슬레저 의류는 방수 등 기능성에 치우치는 예전 스포츠 의류와는 차별화된다.

아디다스는 그저 ‘일상복과 이질감 없는’ 수준의 애슬레저 의류에 그치지 않았다. 아디다스는 하위 브랜드인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를 통해 힙합, 스트리트 패션의 감성을 담아냈다. 푸른색 불꽃 무늬 로고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주부는 “아디다스 후드 티셔츠를 반 친구들이 많이들 입고 다닌다면서 아이가 사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패션에 치중한 브랜드를 별도로 분리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이미지까지 잡을 수 있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특히 스트리트 패션 마니아들이 선호한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복고풍 운동화들인 ‘스탠스미스(1965년 출시)’나 ‘슈퍼스타(1969년 출시)’ 등의 제품들을 살려냈다. 의류도 일상복과 어울릴 만한 디자인으로 출시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운동복 본연의 기능을 더 추구하고자 하는 고객을 위해서는 옆으로 누운 삼선 모양 브랜드 로고를 쓰는 ‘아디다스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다.

아디다스는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힙합 뮤지션들과의 인연을 전 세계에서 이어오고 있다. 카녜이 웨스트, 퍼렐 윌리엄스(미국의 유명한 음악 제작자) 등과의 협업처럼 제품을 공동 제작하는 것에 더해, 협찬이나 광고 마케팅에도 힙합을 활용한다. 한국에서 쇼미더머니를 통해 대중문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래퍼들에 대한 협찬도 이 맥락에서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디다스 퍼포먼스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로고.
아디다스 퍼포먼스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로고.

비결 3│미래 키워드는 ‘디지털’

로스테드 CEO는 지난 2017년 3월 “TV 광고를 중지하고, 이 비용을 디지털 미디어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디다스가 꼭 잡아야 할 미래의 주요 소비자인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를 접한 ‘디지털 원주민’이다. 이들은 TV보다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정보를 얻기 때문에 TV 광고 효과가 낮다는 분석이다.

로스테드 CEO는 올해 3월 실적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우리 웹사이트는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매장”이라면서 “이는 우리가 고용을 할 때, 우리의 자원을 분배할 때, 인프라를 구축할 때 우선 순위로 작용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판매 확대를 위해 아디다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고도의 ‘개인화’ 전략을 도입했다. 앱을 통해 개인이 원하는 디자인의 운동화를 주문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인데,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운영하고 있다. 아디다스의 경쟁사인 나이키와 뉴발란스도 고객을 위한 맞춤 신발 제작 서비스를 내놓았다. 나이키가 색깔 등 디자인에 치우쳐 있고, 뉴발란스는 고객이 측정한 발 사이즈, 발 골격 등에 따라 사전에 제작된 신발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디자인, 착화감, 성능을 모두 고객이 고를 수 있다.

로스테드 CEO는 아디다스의 ‘스피드팩토리(speedfactory)’, 즉 최첨단 디지털 공장을 통한 빠른 생산으로 고도의 개인화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제품 생산 시간을 줄이면 소비자가 원할 때 자신이 원하는 운동화를 빠르게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까지 새 운동화를 제작할 때는 시장조사를 하고 나서 기획·생산 후 매장에 깔아놓고 고객이 사가기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 기간은 1년 넘게 소요됐다고 한다. 하지만 로스테드 CEO는 스피드팩토리를 통해 반대로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그 이후에 생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디지털 전문 인력을 200명 채용하고 2020년까지 이커머스 연간 매출을 올해의 두배 이상인 40억유로(약 5조1153억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아디다스의 온라인 매출은 16억유로(약 2조461억원)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캐나다왕립은행(RBC)의 애널리스트 파이랄 대드하니아는 FT를 통해 “온라인은 이익률이 높은 유통 채널”이라면서 “영업이익의 증가는 온라인 판매량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우는 데 달렸다”고 분석했다.


plus point

힙합의 조상이 즐겨 신던 운동화 ‘슈퍼스타’

런디엠시가 즐겨 신어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아디다스의 운동화 슈퍼스타.
런디엠시가 즐겨 신어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아디다스의 운동화 슈퍼스타.

“내 아디다스는 좋은 소식만 가져오지. 그리고 잘 팔리는 신발처럼 지겹지 않지. 검은색과 흰색, 흰색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지. 이게 내가 마이크를 잡을 때 신고 싶은 신발이지.”

미국 힙합의 조상으로 불리는 힙합 그룹 ‘런디엠시’(RUN-DMC)가 1986년 발매한 노래 ‘마이 아디다스’(My Adidas)의 가사다. 런디엠시는 지난 2016년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음악상 ‘그래미’로부터 평생공로상을 받으며 힙합의 기본을 세운 그룹임을 입증했다. 카녜이 웨스트, 퍼렐 윌리엄스 등 현시대의 힙합 가수들과 아디다스의 협업 이전에 런디엠시가 있었다.

마이 아디다스라는 노래는 런디엠시가 즐겨 신던 아디다스의 운동화 ‘슈퍼스타’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노래다. 런디엠시가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면 관객들이 모두 신고 있던 아디다스 운동화를 벗어 머리 위로 흔들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아디다스는 황급히 이들과 160만달러(약 18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런디엠시 에디션을 내놓았다고 한다.

슈퍼스타는 1969년 나온 아디다스의 복고풍 운동화다. 신발 앞 코에 널찍하게 부착된 조개 모양의 고무가 충격을 흡수해주고 미끄러짐을 막아준다. 랩을 뱉으면서 힘차게 춤을 추는 힙합 그룹이 신었을 때 딱 맞는 신발이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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