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 사진 블룸버그
지난 10월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유통업체 시어스. 사진 블룸버그

20세기 미국의 대중소비사회를 견인했던 유통 공룡 ‘시어스’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시어스는 지난달 1억3400만달러(약 1500억원) 채무의 만기가 도래했지만 이를 갚을 길이 없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파산보호신청서에 따르면, 시어스는 69억달러(약 7조8000억원)의 자산과 113억달러(약 12조8000억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인 셈이다. 시어스는 한때 미 전역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포함해 40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700개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140여 개 매장이 폐점 세일에 들어갔다. 32만 명에 달했던 직원은 현재 6만8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에서는 시어스가 계속 유지되기 위해선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시어스가 2011년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2007년 195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11월 8일 기준 25센트에 불과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다. 블룸버그는 “1955년 최초로 ‘포천500(미 경제지 포천이 매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지수가 발표됐을 때, 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시어스와 보잉, 제너럴모터스(GM)가 포함됐다. 보잉과 GM은 아직 남아있지만, 시어스는 (포천500에 포함됐던 기업 중) 이미 사라진 90%의 다른 기업들과 함께 쓰러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어스가 몰락한 원인으로 ‘온라인 전략의 부재’를 꼽는다.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시어스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동산 등 다른 사업에 눈을 돌린 게 화근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서도 실패했다. 경쟁 기업들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활용하고 주기적으로 분석해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시어스는 오프라인 유통망에 안주하고 기존 소비자만 쳐다봤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아마존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했지만, 시어스의 ‘시어스닷컴’은 그저 이를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토대로 성장해온 유통 기업이 온라인 싸움에서 패해 몰락한 것은 시어스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였던 ‘토이저러스’도 최근 문을 닫았는데, 이 역시 아마존 등 온라인 전략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경쟁 주자들 때문이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리오그퍼스트데이는 “토이저러스는 아마존 때문에 망한 27번째 대기업”이라고 했다. 페이리스·짐보리·라디오셱·HH그레그 등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명단은 끝도 없다.


온·오프라인 통합한 ‘옴니채널’ 전략

산티아고 갈리노(Santiago Gallino)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채널을 통합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구축하고 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균형점을 찾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옴니채널 유통 전략이란, 한 기업이 백화점, 마트, 아웃렛,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각각의 채널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동일한 제품에 대해 채널과 상관없이 동일한 가격과 프로모션으로 구매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구경만 하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오프라인 매장 가격엔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포함돼 있다 보니 온라인상의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옴니채널은 이 같은 온·오프라인 가격 차이가 없다. 서비스 차이도 없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갈리노 교수는 여전히 많은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전략과 오프라인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옴니채널 전략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구매한 뒤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온라인에서 구매한 물건에 대한 교환, 환불 등도 모두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능해야 한다. 갈리노 교수는 “매장으로 물건을 가지러 갈 때, 소비자들은 원래 살 생각이 없었던 물건도 사게 될 수 있다”며 “유통업체들은 각 채널에 한정 지어 소비자 행동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채널을 넘나드는 소비자의 넓은 행동 범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옴니채널 소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단일 채널을 사용하는 소비자보다 훨씬 가치 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이 2015년 6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4개월간 4만6000명의 소비자를 조사한 결과, 옴니채널 소비자들은 단일 채널 고객보다 매장에서 쇼핑할 때 평균 4% 더 소비했고, 온라인에서도 10% 더 많이 구매했다. 이용하는 채널이 많아질수록 소비액은 올라갔는데, 4개 이상의 채널을 사용한 소비자들은 단일 채널 소비자에 비해 평균 9% 더 많이 소비했다.

게다가 소비자는 이미 ‘옴니채널형’으로 바뀌었다. 유통업체만 이를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같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구매한 이는 7%, 매장에서 구매한 이는 20%에 불과했다. 나머지 73%는 쇼핑 중 여러 채널을 사용했다. 백화점, 아웃렛 등 여러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가격을 비교한다든지, 온라인상에서 배포되는 쿠폰을 다운로드해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등의 형태다. 갈리노 교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미 소비자들은 유통업체를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에서 산 물건을 받아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이를 매장으로 가서 교환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유통업체가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구매한 장소만 다를 뿐 같은 유통업체에서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기업은 여전히 옴니채널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컴퓨터 업체 세일즈포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4%는 그들이 구매한 채널과 관계없이 유통업체가 실시간으로 그들의 소비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신선식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월마트 픽업센터. 사진 월마트
온라인에서 구매한 신선식품을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월마트 픽업센터. 사진 월마트

옴니채널 전략 보완하는 팁 세 가지

그렇다면 유통업체들은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포브스’가 운영하는 비즈니스·커리어 코치 커뮤니티인 ‘포브스 코치 카운슬(Forbes Coaches Council)’의 셰인 바커(Shane Barker) 디지털 마케팅 컨설턴트는 세 가지 방안을 조언했다.

바커의 첫 번째 조언은 ‘소비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라’는 것이다. 옴니채널은 여러 유통 채널을 통합하는 전략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집중해야 할 채널이 있다. 바로 고객이 자주 이용하는 채널이다. 바커는 “소비자가 어디서 놀고 있는지, 어디서 쇼핑하는지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타깃 소비자들의 인스타그램 이용률이 높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남들이 모두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투자할 때 보다 수익성 높은 채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소비자의 행동 반경 모든 곳에 구매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구매 기능을 추가한 미국 고급 백화점 체인 ‘노드스트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드스트롬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이유는 그들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본 물건을 찾아 구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노드스트롬 인스타그램을 보면, 각 사진 하단에 종이봉투 모양의 아이콘이 달려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사진 속 제품 위에 브랜드 이름과 가격이 써 있는 말풍선이 뜬다. 이 말풍선을 누르면 구매할 수 있는 페이지로 넘어간다.

바커는 “소비자가 어디서 쇼핑하고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터치 포인트’를 결정해야 한다”며 “그다음엔 소비자가 제품 검색 단계를 건너뛰고 쉽게 쇼핑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조언은 온·오프라인 간격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바커는 미국 대형 약국 체인 ‘왈그린’의 예를 들었다. 왈그린은 최근 소비자가 의사와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는 ‘MD 라이브’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을 통해 소비자는 의사와 상담할 수 있고, 의사는 필요하다면 소비자 위치와 가까운 24시간 운영하는 왈그린 매장을 찾아 처방전을 보낼 수 있다. 바커는 “소비자들은 필요한 약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여러 채널을 거쳐야 하는데, 왈그린에서는 앱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한 다음 매장에서 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 원해

최근 뉴욕에 문을 연 ‘아마존 4스타’ 매장. 사진 AFP
최근 뉴욕에 문을 연 ‘아마존 4스타’ 매장. 사진 AFP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으로 진출하는 것과 반대로, 온라인에서 출발한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유기농 수퍼마켓 체인 ‘홀푸드’를 인수해 45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한 데 이어, 서점 ‘아마존 북스’,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 등을 선보였다. 최근 뉴욕에 문을 연 ‘아마존 4스타’는 아마존에서 평점 별 4개 이상을 받은 인기 전자, 가전, 주방용품, 장난감, 서적, 게임 등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기존 유통업체들은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이들은 비용에서 자유로운 아마존을 부러워한다. 그런 아마존이 오프라인 세계로 나오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는 여전히 매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의 ‘쇼퍼 퍼스트 리테일링’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한 장소는 오프라인 매장이 46%, 데스크톱이 35%, 모바일이 18%였다.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한 뒤에 사는 소비자가 상당한 것이다.

다만 산티아고 갈리노(Santiago Gallino)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교수는 온라인에서 출발한 유통업체가 크게 성장해 오프라인으로 진출할 때 다소 ‘자만’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갈리노 교수는 “온라인 중심 유통업체는 오랜 기간 현실 세계에서 사업을 운영해 온 유통업체들의 경험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자신 역시 쉽게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현실 세계에 뛰어들고 있다. 재고 관리와 물건 분류, 직원 관리와 교육 등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기본을 제대로 갖춰야 현실 세계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美 GDP 1%’ 책임졌던 시어스

시어스는 한때 ‘배송의 명가’로 꼽혔다. 물건을 배달 형식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전 세계 최초의 기업이 바로 시어스이기 때문이다. 시어스는 1886년 한 보석상이 다른 사람에게 보낼 회중시계를 리처드 시어스(Richard Sears)에게 잘못 보내면서 시작됐다. 시어스는 필요하지도 않은 시계를 사게 되자 다른 사람한테 되팔았는데, 차익이 상당했다. 시어스는 이후 본업이었던 화물운송업을 그만두고 ‘시어스 와치(R.W. Sears Watch Co.)’를 세워 더 많은 시계를 팔기 시작했다.

시어스는 세계 최초로 배송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19세기 미국은 농업 국가였고 인구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했다. 당시 농부들은 몇 안 되는 지역 잡화점에서 비싼 가격을 주고 물건을 사야 했다. 물건 종류가 많지 않아 선택 폭이 넓지 않았다. 시어스는 동네 상점에서 비싼 값에 시계를 사는 농부에게 카탈로그를 보여주며 제품을 설명하고, 상점보다 싼 가격에 시계를 판매했다. 카탈로그를 보고 시계를 주문한 농부는 소포로 제품을 받았다. 시어스는 카탈로그에 실린 모든 물품의 무조건 환불을 보증했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시어스는 현대 전자상거래의 원조로 꼽힌다.

이후 시어스는 옷, 가구, 그릇, 자동차, 건축자재 등으로 제품군을 점차 넓혀갔다. 처음 80쪽으로 시작한 시어스의 카탈로그는 1890년 300여 쪽, 1895년 500여 쪽으로 늘어났다. 전화번호부같이 두꺼운 카탈로그는 성경 다음으로 미국 소비자가 많이 보는 책이었다. 당시 미국인의 삶이 어땠는지를 알려면 시어스의 카탈로그를 보면 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시어스의 배송 판매 전략은 1920년대 들어 힘을 잃기 시작했다. 제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찾아온 대공황 때문에 농부들이 도시로 몰려들면서, 우편 주문 수요가 사라진 것이다. 시어스는 미국 연방정부 통계를 연구, 미국의 도시화, 남부·서부로의 확장이라는 새 트렌드를 읽었다. 1925년 첫 매장을 열었고, 불과 4년 만에 매장이 300개까지 늘어났다. 철도 대신 자동차가 미국인 생활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점도 포착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과 수리용 공구, 자동차보험을 한 상점에서 팔았는데, 이 역시 대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시카고에 108층짜리 건물을 세울 정도로 잘나갔던 시어스는 한때 매출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에 이르렀다. 2016년 기준 아마존의 매출은 미국 GDP의 0.4%에 불과하다.

유통을 넘어 금융, 부동산까지 진출하는 등 기세등등했던 시어스는 1990년 월마트에 오프라인 유통 1위 자리를 내주고 만다. 당시 미국인은 도심에서 다시 근교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월마트는 싼 땅에 매장을 세우고 저렴한 상품을 판매하는 ‘할인점’ 형태로 승부수를 던졌다. 여기에 온라인 전자상거래까지 등장하면서 아마존이 비틀거리는 시어스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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