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 박사,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학장(무인차량 연구실 교수) /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정릉동 연구실에 있는 자율주행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정하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미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 박사,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학장(무인차량 연구실 교수) / 김정하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정릉동 연구실에 있는 자율주행차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김정하 국민대 교수(자동차융합대학 학장)는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 분야의 선구자로 꼽힌다. 성균관대, 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1994년 국민대에 부임한 후 20여년이 넘는 동안 자율주행 연구를 해왔다. 당시는 자율주행이나 무인자동차(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차)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국내 기술의 한계를 느껴 2000년부터는 미국 플로리다대를 오가며 자율주행 기술을 익혔고 2008년 국민대에 무인차량연구센터를 열었다.

지난달 30일 김 교수를 서울 정릉동 국민대 무인자율로봇연구센터에서 만나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물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연구센터에는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기반으로 개조한 연구용 자율주행 자동차가 있었다. 차량 지붕에는 사방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센서인 라이더(LiDAR·레이저+레이더)가 쉴 새 없이 회전하고 있었는데 1억4000만원에 달하는 미 벨로다인(Velodyne)의 제품이었다. 전체 부품 가격은 3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하루라도 빨리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현대·기아차가 협력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다루는 기업들이 손을 잡아야 자율주행차의 성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자동차기업들의 보신주의가 자율주행 분야의 연구를 뒤처지게 만든 원인”이라며 “이런 문화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자동차제조사가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미국, 독일 등 각국에서 자율주행차가 개발되고 있다. 언제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수 있나.
“지금 각국의 자율주행차는 차선을 지키면서 직진하는 운행은 손을 놓고 가도 되는 수준이고 한산한 고속도로에서는 차선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다소 혼잡한 구간에서도 운행이 가능한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빠르면 2020년, 조금 늦으면 2022년에 양산돼 나올 것이다. 지금 각국 연구기관과 기업들은 거의 완벽한 자율주행 단계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이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 혹은 아예 사람이 타지 않고도 차량이 스스로 운행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개발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2035년 전후가 될 것 같다.”

미국 구글이 자회사 웨이모(Waymo)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웨이모는 자율주행 관련 고급 특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진 회사다. 왜 이렇게 앞서나가게 됐나.
“자율주행 분야 기술에서는 현재 미국이 제일 앞섰다. 미국은 30년 전부터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중심으로 군사용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연구 역사가 오래됐다. DARPA는 2005년 모하비 사막(미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 애리조나주에 이르는 사막)의 7마일(약 11.2㎞)을 무인차로 달리는 경기를 열었다. 대학 등 연구기관의 젊은 연구자들이 참여했는데 이때 우승한 사람이 스탠퍼드대의 세바스찬 스룬(Sebastian Thrun) 교수였다. 2008년 구글은 스룬 교수와 그의 팀 연구 인력들을 영입했다. 구글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서가는 이유는 필요한 기술 분야에서 앞서가는 인재를 찾아 이들에게 과감하게 투자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술과 인재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GM, BMW 등 외국 기업들보다 뒤처지는 것 아닌가. 왜 이런 상황이 됐나.
“미국도 자율주행차는 IT기업들이 먼저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 분야를 꺼렸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자율주행차는 운전자 과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자동차회사가 최종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자동차 안에 다른 IT회사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들어갔더라도 최종책임을 지는 곳은 결국 자동차회사다. 자동차회사로서는 자율주행차가 도입돼 사고에 대한 책임을 100% 지는 것보다 운전자가 계속 운전을 해서 책임을 운전자가 지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보신주의 때문에 국내 자동차회사에서도 계속 눈치를 보다 연구가 뒤처진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회사가 중심이 아니라 IT기업들이 주도해서 자율주행을 선도해 나갔고 자동차회사들이 협력하고 따라가는 구도가 됐는데 우리는 자동차회사는 보신주의로 자율주행을 소홀히했고 IT기업은 자율주행을 주도할 만한 곳이 없었다.”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국내에서도 계속 조금씩 자율주행을 연구해오긴 했다. 일부 IT기업들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해보려고 했는데 자동차 기술이 없어서 잘 안 됐다. 자동차회사는 자기 회사의 자동차에 IT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넣는 것이 싫어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 했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다. 양쪽 다 한계를 느껴 이제는 조금씩 협조하는 분위기가 됐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분야에서 정말 세계적인 회사가 되려면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 IT기업들과 빨리 협업해야 한다. IT기업과 자동차회사의 협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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