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기술 변화 시대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고 이를 고스란히 생활에 반영한다.
1980년대 초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기술 변화 시대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고 이를 고스란히 생활에 반영한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가 글로벌 소비 시장의 주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이런 밀레니얼 세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인 김현석 대표는 8월 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8)에 참석해 “현재 주요 고객층의 70%가 밀레니얼 세대”라며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서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네이버는 신입 직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스테이션 제로’라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한성숙 대표 직속인 이 조직은 네이버 서비스를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의 시각으로 바꿔야 할지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곳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조직은 성과로 평가하지 않고, 젊은이의 트렌드를 분석하며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내 실제 반영하도록 하는 게 미션”이라고 말했다.

대체 밀레니얼 세대가 누구길래 각 분야 ‘1등 기업’들이 이렇게 난리일까.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드영(EY),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여론조사기관 갤럽, 퓨리서치 등 주요 기관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사람을 밀레니얼 세대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 나이로 치면 대략 24~39세로, 갓 대학을 졸업해 사회에 첫발을 디디고 소비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거나, 이미 소비를 많이 하는 층을 가리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애플이나 유튜브 등에 밀려 밀레니얼 세대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와 네이버의 공통된 인식”이라면서 “이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지금 잘나가는 기업들도 얼마든지 뒤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보다 작은 회사 브랜드 좋아해

밀레니얼 세대 부상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7300만 명 수준인 밀레니얼 세대가 내년이 되면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50대 이상)를 앞지르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20억 명에 달하는 ‘밀레니얼 세대 시대’가 된다. 이는 세대의 중심축이 변화하는 것뿐 아니라, 인종과 국적의 대변화를 동반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43%는 백인이 아니며,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 수는 유럽과 미국을 이미 추월하고 있다. 심지어 당국이 ‘한 자녀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4억 명으로 미국의 다섯 배를 넘어섰다. 미국 전체 인구수도 웃도는 규모다.

밀레니얼 세대는 성장하면서 기술 변화를 매우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그것을 체득해 생활 습관에 반영해 왔다. 인터넷의 대중화를 의미하는 1995년 넷스케이프(인터넷 프로그램 업체) 상장 당시, 밀레니얼 세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이미 10대였으며, 나이가 가장 적은 사람은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놨을 때 12세였다. 이들은 온라인을 단순히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아이템을 소비하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한 예로 밀레니얼 세대는 중국 최대 쇼핑 행사로 불리는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 때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에서 단 하루 동안에만 무려 250억달러(약 28조원)를 썼다.

베이비부머를 주 소비층으로 잡고 오랫동안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오던 대기업들에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은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공장을 통한 대량 생산, TV 광고를 통한 대량 마케팅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넬슨 펠츠 트라이언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은 “대기업들의 기존 방식이 1980·90년대에는 유용했으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는 작은 브랜드, 지역 브랜드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작은 브랜드들은 2008년과 비교해 연간 매출이 16%가량 늘어났다.

뷰티 업계가 가장 대표적이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사는 직장인 이연주(29)씨는 ‘파워블로거’로 유명한 민새롬씨의 블로그를 구독하며 그가 알려주는 데일리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게 취미였다. 2016년 9월 민씨가 아예 ‘롬앤’이란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한 뒤로는 이 브랜드로 색조 화장품을 갈아탔다.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민씨가 롬앤 화장품을 활용한 메이크업법을 알려주는 데다 가격도 평소 쓰던 샤넬·맥·바비브라운 같은 고가의 브랜드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친구 중에 명품 화장품 브랜드를 고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사람의 반응을 댓글 등을 통해 파악하고 이를 다음 제품 리뉴얼 때 빠르게 반영해 내놓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피부톤에도 꼭 맞고 들뜨는 현상도 없어 파운데이션이나 립스틱 등을 세일 때 몇 개씩 쟁여 놓는다”고 말했다. 롬앤은 페이스북에 ‘하우투(how to)’ 영상을 올리는 식으로 밀레니얼 세대 맞춤형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미와 정보를 제공하고 화장품 구매로도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2012년 색조 브랜드 ‘어반디케이’를 인수한 것이나, 최근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의 ‘스타일난다’를 우리 돈 4000억원에 인수한 것 또한 같은 취지다.

밀레니얼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착한 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마케팅 부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성별은 물론, LGBT(성 소수자를 뜻하는 말로 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의 줄임말), 장애인 등에 대한 포용성이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애플에서 환경을 담당하는 리사 잭슨 부사장이 9월 12일(현지시각) 열린 아이폰 신제품 발표회 무대에 올라 “애플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자원 재활용에도 나서고 있다”며 “제품을 더 오래 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애플이 제품만 멋있게 만드는 게 아니라 환경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다.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 미국 사업부 담당 임원은 “유기농, 자연주의, 비 유전자변형작물(GMO)이 미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네슬레가 지난해 프리미엄 드립커피 전문점 ‘블루보틀’ 지분을 인수하고 71억달러(약 8조원)를 주고 스타벅스의 커피 제품 판매권을 산 것은 네스카페와 네스프레소 브랜드를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맞게 재정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마케팅에 반영해 매우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포브스’ ‘포천’ ‘패스트컴퍼니’ 등 주요 매체에 마케팅 전략에 관해 기고하는 디지털 제약사 ‘메들리’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시라그 쿨카니가 제시한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마케팅 팁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띠어리 2.0’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돼 있으며,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브랜드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띠어리 2.0’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돼 있으며,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브랜드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팁 1│고품질의 영상 제작은 필수

영상 마케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비디오 광고 제작 회사 ‘애니모토’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10명 중 8명은 구매 전에 영상 콘텐츠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마케팅하는 데 있어 모든 단계에서 반드시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많은 콘텐츠보다는 양질의 콘텐츠 하나를 제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팁 2│재밌는 정보 주고 소비자 공유 유도

올여름 페이스북에서는 ‘셀로몬’이라는 작은 브랜드의 영상 광고가 화제가 됐다. 발뒤꿈치에 생긴 하얀 각질에 셀로몬의 액체 타입 각질제거제를 분사하고, 10초 뒤에 손으로 문질러 때처럼 각질을 벗겨내면 발뒤꿈치가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내용이었다. 발뒤꿈치가 드러나는 신발을 신는 사람이 느는 계절이었던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셀로몬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샤그룹의 이은영 대표는 “회사 직원의 평균 연령은 26.7세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공감 콘텐츠를 만드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쿨카니 CMO는 “우리 제품이 이래서 좋다는 식의 기존 마케팅 방식에서 탈피해 소비자가 소셜미디어에서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고 이를 스스로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눈독 들인 한국의 스타일난다 화장품. 사진 스타일난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눈독 들인 한국의 스타일난다 화장품. 사진 스타일난다

팁 3│가치 있는 ‘대의’를 지지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 눈에 띄게 다른 점 중 하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등 매우 착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미국 패션 브랜드 띠어리(Theory)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띠어리 2.0’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친환경 정책, 투명한 생산 공정, 여성 리더십 행사 주최 등 브랜드의 착한 행보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제품만 멋진 게 아니라 띠어리 자체가 멋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알리는 것이다. 띠어리 브랜드를 국내 유통하는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띠어리 2.0을 만드는 사람은 (밀레니얼 세대 주력인) 20~30대 체형에 더 적합한 핏의 옷을 내놓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기획자·디자이너 등 팀이 모두 밀레니얼 세대로 구성돼 있어 옷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가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plus point

밀레니얼 세대 사로잡는 오프라인 할인매장의 비결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며 성장하고 있는 TJ맥스. 사진 블룸버그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여전히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며 성장하고 있는 TJ맥스. 사진 블룸버그

밀레니얼 세대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을 중시하는데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오프라인 유통 회사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상설 할인매장인 ‘TJ맥스(T.J.Maxx)’를 보유한 TJX다. TJX는 지난해 35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성장세를 지속했다. 5년 전 56달러 수준이었던 주가는 9월 18일(현지시각) 기준 109달러 선까지 두 배가량 치솟은 상태다. 어니 허먼 TJX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와 대화에서 “TJ맥스는 보물찾기식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TJ맥스는 한정 수량의 제품을 할인 가격에 판매하면서, 팔리지 않을 경우 반값 할인율이 적용된 ‘빨간색 가격표’를 붙여 팔고, 그래도 안 팔리면 할인율이 더 높은 ‘노란색 가격표’를 덧붙여 재고를 신속하게 털어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쇼핑객들은 ‘보물찾기’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TJ맥스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교포 손모(33)씨는 “가격표를 자세히 보면 스티커에 다시 스티커가 붙어 있어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며 “대도시 매장의 경우 재고 회전이 빨라 더 좋은 브랜드가 많은 것도 재미”라고 말했다. 시메온 시겔 노무라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이 (사용자 쇼핑 기록 등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가 무엇을 사려고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면, TJ맥스는 일단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이 손이 더러워질 정도로 물건을 샅샅이 뒤진 후에 결국 값싼 제품을 ‘득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전략은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TJ맥스가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온라인 쇼핑 성장세는 더딘 상황이다. 전체 매출의 고작 1%가 온라인에서 발생한다. 현재 TJ맥스는 소셜미디어를 즐기는 주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회사 인스타그램 페이지에서 직접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의 온라인 쇼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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