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꼬박 12시간을 날아 프랑스 파리에 도착, 비행기 편을 기다려 또 다시 1시간30분을 가면 시계의 고향 스위스 제네바를 만날 수 있다. 스위스의 서북부, 프랑스·독일과 국경을 이루는 쥐라산맥은 시계의 천국이다. 16세기 프랑스의 시계 장인들이 종교박해를 피해 스위스 제네바 쥐라산맥으로 몰려들었다. 완만한 산세와 고요한 자연환경, 그리고 1년 중에서 겨울이 가장 긴 탓에 이곳의 주민들은 시계 작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백 년이 넘는 스위스 시계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간 곳, 그곳에서 피아제의 매뉴팩처와 마주했다.



1. 피아제의 100% 자체제작 무브먼트를 생산하는 라코토페 전경

2. 피아제가 직접 개발 및 제작한 무브먼트 제조 툴

3. 매뉴팩처 지하에 위치한 무브먼트 툴과 미세한 부속품을 제조해내는 장비 공방

4. 피아제의 역사와 DNA를 여실히 보여주는 울트라 씬 무브먼트 공방

5. 라코토페의 총책임자 이브 보난도

6.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무브먼트 1208P를 위해 제작된 직경 43mm 초박형 알티플라노 케이스의 두께는 5.25mm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시계다.

지난 7월초, 전세계 명품 시계의 본산지인 스위스 제네바를 찾았다. 1874년에 설립돼 138년 전통의 스위스 워치메이커 & 주얼리 브랜드 피아제의 시계와 주얼리 제조 노하우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피아제의 무브먼트, 케이스, 브레이슬릿 등 시계의 모든 부품 제작에서부터 완성까지 100% 자체 제작하는 피아제의 매뉴팩처는 두 곳이다. 바로 칸톤 제네바(Canton Geneva) 지역의 플랑레와트(Plan-les-Ouates)와 쥐라산맥의 라코토페다.

전통 간직한 순수 워치메이킹 공방

‘라코토페’

가는 곳 그리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푸름을 간직한 산길을 오르면 피아제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매뉴팩처 라코토페를 만날 수 있다. 라코토페는 피아제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3400㎡ 규모의 라코토페 매뉴팩처에서 피아제의 모든 무브먼트가 만들어진다. 피아제 설립 이래 지금까지 독자적으로 부속품 생산과 장식, 그리고 무브먼트 조립과 조정에 이르는 순수 워치메이킹 공정만을 행하고 있다. 무브먼트 부속품을 자체 조립하는 공정뿐만이 아닌 무브먼트 제조에 필요한 모든 부속품인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 스크류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부속품까지도 전부 자체 생산한다. 무브먼트를 제작하기 위한 스크류 드라이버, 브릿지 및 메인 플레이트 지지대 등의 모든 도구와 장비 제작도 마찬가지다. 라코토페 공방에서는 매년 약 2만3000개로 무브먼트 생산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최상의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 조립과 조정을 위함이다. 오늘날 피아제가 생산하는 모든 매커니컬 시계는 라코토페 매뉴팩처에서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가 장착돼 있다.

라코토페 매뉴팩처에는 크로노그래프 공방, 컴플리케이션 공방과 더불어 전문화된 울트라 씬 공방이 따로 있다. 피아제에게 울트라 씬 무브먼트는 컴플리케이션으로 간주된다. 일반 부속품보다 훨씬 얇고 작은 부속품으로 이뤄진 울트라 씬 무브먼트는 부속과 부속 간의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속품 간의 균형을 완벽히 맞춰 수공으로 조립해내는 작업은 극도로 숙련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반세기 이상 지속된 울트라 씬 무브먼트 제조에 관한 전통과 노하우를 전수받은 울트라 씬 공방의 워치메이커들의 손에서 초박형 시계 라인, 알티플라노 컬렉션의 10가지 무브먼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피아제 알티플라노 컬렉션은 10가지의 울트라 씬 무브먼트와 50여 가지의 모델이라는 압도적으로 광범위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피아제의 역사에서 울트라 씬은 브랜드의 DNA와 같다. 피아제는 1960년 두께 2.3㎜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대표하는 칼리버 12P를 선보였고,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 무브먼트 제작자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1. 하나의 무브먼트에 특화된 하나의 케이스를 만드는 매뉴펙처 드 오뜨 오롤로제리 피아제 전경

2. 데코레이션 공방에 놓인 고정밀 측정 머신

3, 4. 모든 장식을 수공으로 행하는 수공 데코레이션 공방 모습, 현미경을 이용해 극도로 정교한 작업을 요하는 핸드 앙글라주를 작업하는 모습이다.

5. 기계 가공 공정을 하는 작업장의 모습, 시계 제조 부속품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기계 가공을 프로그래밍하고 모니터링 한다.

6. 플랑레와트 매뉴팩처에서 제조된 모든 부속품들은 수공 폴리싱 과정을 거치기 전에 특수 세라믹 소재를 이용한 기계 폴리싱 과정을 일차적으로 거치게 된다.

7, 8, 9. 기계 폴리싱 과정 후에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이루는 부속은 한 가지 마감 장식만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폴리싱·새틴 브러시 등 서로 다른 마감이 교차 적용되어 피아제 고유의 미학을 완성해낸다. 각 마감 장식은 5단계 수공 작업을 거친다.

10. 기계 가공 전·후의 케이스 모습

무브먼트의 완벽한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퀄리티 컨트롤이 필수다. 피아제에서는 하나의 공정을 마칠 때마다 규격에 맞게 완성되었는지를 일일이 사람이 검사한다.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재작업 또는 폐기처분된다. 모든 조립 공정을 마친 무브먼트는 정확성을 테스트하고 조정하는 고정밀 타이밍 및 컨트롤 과정을 거친다. 고도로 숙련된 전문적인 기술 아래, 칼리버를 조정하고 모든 무브먼트는 케이스에 장착되기 전 1주 간격으로 3주 동안 엄격한 테스트를 거친다.

라코토페의 총괄 책임자인 이브 보난드(Yves Bornand)의 설명 아래 공방 전체를 둘러봤다. 수많은 시계 장인들이 완벽한 시계를 만들기 위해 집중한 모습이었다. 1968년부터 피아제에 몸담기 시작해 일평생을 보낸 이브 보난드는 피아제의 시계를 찬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뛴다”고 했다.

“워치메이커들이 만든 하나의 무브먼트는 시계의 심장이에요. 심장이 뛰는 순간, 그리고 그 심장이 멈추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완벽한 무브먼트를 만들고 있어요. 시계 제조 전 과정을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드니까요. 물론 피아제의 시계를 소유한 사람들도 마치 좋은 차를 몰 때 주의하듯 아끼고 주의하면서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4~5년에 한번은 피아제 워치메이커에게 시계를 가지고 가서 관리를 해 주길 바랍니다. 당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24시간 1분 1초 내내, 당신을 위해 시계는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피아제 시계와 주얼리의 마지막 관문

‘플랑레와트’

제네바의 9300㎡에 달하는 플랑레와트 매뉴팩처에서는 무브먼트 작업을 제외한 시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보석 세팅, 케이스 마감까지 전 공정이 이뤄진다. 원형 공방과 애프터서비스 센터는 이 생산 라인 옆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통합 매뉴팩처 시스템을 지닌 피아제는 무브먼트와 케이스를 따로 만들어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개발된 무브먼트에 최적화된 케이스를 맞춤 제작한다.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얇은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맞는 오토매틱 케이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피아제의 울트라 씬 시계가 지닌 특별함은 자체제작 무브먼트 기술력, 케이스 제조 기술력뿐 아니라 완벽한 마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눈으로 보이는 시계 케이스나 브레이슬릿 뿐만 아니라 무브먼트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부속품까지도 최상급의 마감 공정을 거친다.

무브먼트의 미학적인 측면을 극대화하기 위한 데코레이션 작업에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다. 보이지 않는 작은 무브먼트 부속품까지도 장식을 더해 한층 우아하고 정교한 마스터피스로 만들어낸다. 피아제의 데코레이션 전문가들은 기요셰, 인그레이빙 등 약 15가지의 다양한 장식 공정을 수행한다.

데코레이션 공방에는 고정밀 측정 머신이 있다. 각 마감 공정이 끝나면 머신 위에 부품을 올려놓고 1㎜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미크론(μ) 단위로 오차를 측정해낸다. 처음 설계된 규격과 최종 부품이 크기, 높이 등 모든 것이 일치하는지 정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제작하는 모든 부속품들도 폴리싱 과정을 거친다. 사전 폴리싱 2단계와 수공 폴리싱 5단계의 총 7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보통 고급 시계 브랜드들이 수공 폴리싱을 3단계 진행하는 것을 보면 피아제가 얼마나 정교하고 완벽한 마감을 추구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피아제는 두 곳의 매뉴팩처에 속한 장인들과 함께 작업하며, 열정 가득한 아이디어를 매혹적인 시계와 주얼리로 완성시킨다. 피아제 장인들의 손을 거친 제품들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시계뿐 아니라 빛을 발하는 주얼리 워치, 하이 주얼리와 주얼리 컬렉션들로 세상에 태어난다. 현재 피아제는 ‘마스터 워치메이커이자 주얼러’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파인 워치메이킹과 주얼리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김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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