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투어는 극한의 자연을 접할 수 있어 더 매력 있다. 아름다운 모래언덕이 빚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조화에 넋을 잃기도 하고, 정적이 감도는 황량한 모래밭에서 한없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한마디로 스릴과 감동, 그리고 큰 울림이 남는 여정이다. 이 같은 벅찬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나미브 사막이다. 아프리카 서남부 나미비아에 자리한 나미브 사막은 모래와 바람, 그리고 강렬한 빛과 그림자가 만나 빚어낸 신비의 땅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으로 불리는 나미브 사막은 쪽빛 하늘 아래 피라미드를 닮은 붉은 빛의 사구(砂丘)가 특징이다. 대서양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다가 바다와 맞닥뜨리는 거대한 모래언덕 군락은 가히 환상에 가깝다. 여행자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경험을 맛보기 위해 머나먼 남부 아프리카의 나미브 사막을 찾는다.



사막투어용 지프

극한과 낭만이 공존하는 ‘나미브 사막’

나미브는 ‘황량함’으로 대변되는 사막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기에 충분한 낭만의 땅이다. 아프리카 대륙 북쪽의 사하라 사막이 거친 남성적 매력을 지녔다면 나미브는 잘 가꿔진 조형물처럼 정제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아름다운 모래언덕이 빚어낸 빛과 그림자의 멋진 조화 덕분이다.

나미브 사막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환상과 경이는 빛과 어둠으로 나뉘는 음영의 칼 능선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다. 생존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의 모래밭에서도 펼쳐진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황량한 모래언덕에 잡초가 움트고, 이슬에 의지한 생명체가 사막을 활보한다. 나미브 사막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사구 ‘듄45(Dune45)’, 600년 전 증발된 호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데드플라이(Dead Vlei)’. 사람들은 이 비경에 묻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한다.

8000만년의 역사를 지닌 나미브 사막은 아프리카 대륙의 서남부에 자리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쪽의 나미비아 서쪽 해안(대서양)을 따라 길게 이어진 나미브 사막의 면적은 남한의 1.35배(13만4000km²), 폭이 80~140km에 이른다. 나미브 사막의 최고 명소는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의 소수스플라이(Sossus Vlei)다. 대서양에서 불어온 바람이 밤새 모래언덕(듄)의 능선을 만들고, 날이 밝으면 떠오른 태양이 음영의 칼 능선을 빚어낸다. 나미브 사막의 특징은 붉은 모래로, 철 성분이 많은 모래가 오랜 산화작용을 거쳐 얼핏 붉은 황토를 연상케 한다.



듄45를 오르는 여행객들.

나미브 사막을 향하는 길은 지구 사막화의 단면을 따라가는 코스다. 고원지대인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에서 솔리테르, 소수스플라이로 이어지는 320㎞의 여정 속에는 스텝, 사바나, 사막 등 다양한 지형대가 펼쳐진다.

사막 기행의 전초기지 격인 소수스플라이까지는 약간의 포장도로를 빼고는 줄곧 오프로드다. 하지만 차량의 평균 질주 속도는 시속 100㎞.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꼬박 4시간을 달려 목적지에 도달했다. 가는 동안 이어지는 이국적 풍광도 볼 만하다. 광활한 목초지와 탁자 모양의 ‘테이블마운틴’ 같은 비경이 펼쳐지는가 하면 세이지 등 관목과 바위가 뒤섞인 황량한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다. 억새를 닮은 풀, 실리아타가 바람에 일렁이며 연출하는 은빛 바다도 감동이다. 또 ‘비서새’라는 별명을 지닌 ‘위버’의 둥지도 경이롭다. 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나무 위에 얹힌 커다란 풀 더미는 미니어처 초가집을 연상케 한다. 공동생활을 하는 위버 새의 아파트인 셈이다. 들녘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꽃밭에서는 오릭스와 스프링벅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간간이 타조와 개코원숭이도 나타난다.

수풀이 잦아들고 사막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즈음 ‘솔리테르’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오아시스 마을이다. 기름을 채우고, 목을 축이며, 간식을 구할 수 있다. 외진 곳에 생겨난 동네라고 해서 솔리테르(solitaire)란 이름을 갖게 됐다. 키 큰 선인장과 주유소, 바가 어우러져 ‘고독’에 곧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옛날 우리 시골 마을의 구판장을 연상시키는 담배잡화점도 눈에 띈다.

솔리테르에서 한 시간 반가량, 드넓은 초지와 황무지를 헤치고 질주하면 사막 속의 숙박시설, 소수스플라이 로지가 나선다. 듄과 세스리엠 협곡 등 나미브 사막의 진수를 만날 수 있는 전초기지다.



솔리테르 풍광. 선인장이 사막의 오아시스 느낌을 더한다.

듄을 오르는 것은 만만치 않은 도전

소수스플라이가 있는 나우클루프트 공원은 규모부터 매머드급이다. 면적이 4만9769㎢로 남한(9만9293㎢)의 절반가량이다. 소수스플라이의 ‘플라이(Vlei)’란 본래 ‘물웅덩이’로 그 웅덩이가 말라 팬(pan)처럼 아래로 꺼진 지형을 뜻한다. 사막에만 발달하는 마른 강 ‘와디(비 온 직후에만 형성)’의 바닥인 셈인데, 폭이 수백 미터에 이른다. 모래언덕은 주로 이 플라이 주변에 발달해 있다.

여정의 하이라이트 사막투어는 이른 새벽에 시작한다. 모래언덕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때는 해가 뜨고 지는 무렵이다.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새벽 4시면 투어행 지프에 몸을 싣는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크고 작은 모래언덕이 차창 밖으로 펼쳐진다. 수많은 모래언덕 중 특이한 모양의 것들은 아예 고유 번호를 붙여 두었다. 이 지역에만 번호를 부여받은 사구가 150개에 이른다.

방문객들이 가장 찾고자 하는 곳은 ‘듄45’. 하지만 나미브 사막에는 이에 못지않은 사구가 즐비하다. 가이드는 ‘듄45’로 가기에 앞서 번호가 붙지 않은 무명의 새로운 듄에 오를 것을 권했다. 일반에 덜 공개된데다 사구의 칼 능선이 장관을 이룬다는 것이다. 듄45는 이 시간 너도나도 사람들이 몰려 오르는 통에 호젓한 사막의 분위기는커녕 날카로운 능선의 미를 좀처럼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막 떠오른 태양이 비추는 듄의 날카로운 사면은 선명했다. 능선을 경계로 빚어진 빛과 그림자의 충돌로 붉고 검은 사면의 색상 대비도 또렷했다. 마치 선과 악, 풍요와 빈곤, 삶과 죽음 등 전혀 다른 두 세상으로 나뉘기라도 하듯 그 구분은 극명했다.



사막에서 이륙해 대서양을 향해 날아오른 5인승 세스나기가 뜨거운 복사열의 나미브 사막과 차가운 대서양의 만남으로 이뤄진 거대 구름대를 뚫고 스켈레톤 코스트를 만났다. 오리무중 뒤에 만난 대서양 아래에는 펠리컨 무리가 해안 상공을 선회해 평화롭고도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다. 이곳은 사막이 바다와 만나는 세계 유일의 특이 지형이다.

해발 590m, 표고(標高) 159m의 모래언덕 듄45에 오른다. 신발을 벗고 붉은 모래밭에 발을 디뎠다. 발이 푹푹 빠지는 듄을 오르는 데에는 맨발이 더 편하다. 날카롭게만 보이던 능선은 산산이 부서지는 모래알로 부드러움 그 자체다. 이른 아침 햇살을 받은 지표는 벌써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발이 조금만 묻혀도 시원한 기운이 전해 온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숨이 턱에 차지만 습기는 없어 견딜 만하다. 정상에 오르자 시야가 탁 트인다. 광활한 사막에 펼쳐진 모래언덕이 마치 물결처럼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칼 능선 사이로 소수스플라이의 전형적인 지형, 와디가 이어진다.

열사의 듄을 오르며 눈물겨운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모래 속에서 딱정벌레가 기어 나와서는 쏜살같이 달려나간다. 질긴 생명력. 도대체 산목숨이라고는 존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뜨겁고 황량한 모래밭에 생명체가 뛰고, 잡초가 움튼다. 철저한 상식 파괴의 현장이다. 딱정벌레는 큰 일교차를 이용해 수분을 얻는다. 해가 뜨기 전 모래 밖으로 나와 경사면에서 얼굴을 아래로 향한 채 엎드린다. 등에 맺힌 이슬이 굴러 목덜미 쪽으로 흐르면 이를 받아먹는다. 해가 뜨면 다시 모래 속으로 파고든다. 모래 위에는 도마뱀도, 전갈도 기어 다닌다. 황량한 사막 위에도 먹이사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데드플라이는 600년 전 증발된 호수의 흔적이다. 대서양을 향해 흐르던 강이 모래언덕에 막혀 생겼던 것이다. 분화구 모양의 분지형 사구 아래로 말라붙은 진흙 바닥이 펼쳐지고, 그 위에 손대면 금세라도 부스러질 듯한 숯 빛의 탄화목이 몽환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때문에 세계의 사진작가들이 가장 찾고 싶어 한다는 명소다. 데드플라이는 투어 포인트에서 20여분을 걸어야 한다. 얼굴까지 화끈거리는 뜨거운 사막길, 간단치 않은 여정이다. 모래밭에 오스트리치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목마름에 데드플라이에 남아 있을 물을 찾아 열사를 헤매 찾아 왔건만 되돌아섰을 터다. 커다란 둥치의 마른 나무 위에 둥지를 튼 까마귀 한 쌍이 거칠게 울어 댄다. 목덜미 털을 곧추 세우곤 낯선 이방인들의 출몰을 경계하는 것이다. 마치 데드플라이의 사신처럼 고사목 가지에 앉아 마른 호수를 지키는 모습이 대견하다. 성벽처럼 둘러쳐진 붉은 빛깔의 모래언덕과 하얀 진흙 바닥 위에 박혀 있는 고사목, 그리고 쪽빛 하늘. 정적을 깨고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까마귀 소리…. 여느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음울한 세상 저편의 독특하고도 몽환적 풍광이 펼쳐져 있다.

나미비아의 서편은 대서양과 마주하고 있다. 나미브 사막은 사막과 바다가 직접 만나는 지구 유일의 희귀지형이다. 이름도 섬뜩한 ‘스켈레톤 코스트(해골해안)’. 해질 무렵 5인승 세스나기를 타고 나미브 사막을 가로질렀다.

대서양을 향하는 세스나기 아래로 마치 커다란 파도가 일렁이듯 나미브 사막의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진다. 가끔 난기류에 비행기가 흔들릴 때면 두려움도 앞섰다, 무슨 잠자리 등 위에 올라타기라도 한 듯 비행기의 가벼움이 온몸으로 전해 온다.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 ‘어린왕자…?’, 환상의 비경 속에서도 불안감은 밀려 왔다. 사막과 바다의 기온차로 대서양이 가까워지자 짙은 안개가 길게 펼쳐졌다. 안갯속을 뚫고 나가야 사막과 바다의 환상적 만남을 접할 수 있다. 맑은 하늘이 보였다. 그 아래로 푸른 대서양의 파도가 밀려와 부드러운 나미브 사막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펠리컨 무리가 해안 상공을 선회한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비행, 스켈레톤 코스트의 명물이다.


▒ 김형우
성균관대 철학과, 관광경영학 박사, 스포츠조선 여행전문기자, 한국관광기자협회장, 청와대관광정책자문위원,서울시관광진흥자문위원 역임.


TIP

가는 길 인천공항에서 나미비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홍콩 등을 경유하는 남아프리카 항공(SA)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홍콩 3시간 40분, 홍콩~남아공 요하네스버그 13시간 20분. 요하네스버그~나미비아 수도 빈트후크 2시간 10분 소요. 빈트후크에서 소수스플라이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 소요.

여행팁 나미비아는 13개 부족의 원주민들이 28가지 언어를 쓴다. 오밤보족이 50%를 차지한다. 영어도 공용어로 쓴다. 여행은 3~4월부터 괜찮고, 최적기는 겨울인 6~10월이다. 아침 저녁으론 선선(섭씨 12~15도)하고 한낮엔 35도에 이르지만 건조해서 무덥지는 않다. 사막여행에는 긴 팔 옷이 필수다. 시차는 우리보다 8시간이 늦다(남아공은 7시간). 화폐단위는 나미비아달러. 나미비아 1달러=남아공 1란드(76.73원). 사전 입국 비자(약 18만원 / 2~3주 소요)가 필요하다. 공항 등 국경에서는 비자를 받을 수 없어 케이프타운이나 프리토리아의 나미비아 대사관에서 받아야 한다.

숙박 사막 속의 숙박시설, 소수스플라이 로지 등에서 묵을 수 있다. 호텔급 시설을 갖추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 빈트후크에도 아바니 빈트후크 호텔&카지노 등 고급 호텔이 있다.

여행상품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인 인터아프리카 등 여러 여행사에서 나미비아 투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나미비아와 남아공 케이프타운, 빅토리아폭포 등을 묶은 12일 일정의 상품이 대략 650만원부터.

김형우 스포츠조선 여행전문기자 / 사진 : 김형우 스포츠조선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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