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현 플랫폼9¾ 이사 전 한겨레 기자·베이징특파원, 전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김외현
플랫폼9¾ 이사 전 한겨레 기자·베이징특파원, 전 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1964년 미성년 부모에게서 태어나 ‘천재 소년’으로 이름을 떨쳤던 제프 베이조스는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하던 중 아마존닷컴의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에 나섰다.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업을 꿈꿨고, ‘고객에게 집착한다’는 유명한 구호에 바탕을 두고 세상에 없던 전자상거래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


5│아마존 프라임 2000년대 초 상품 다양화와 ‘원클릭 주문’ 등으로 저변을 넓혀가던 아마존에서는, 같은 구간을 오가는 항공권 가격이 차별화되는 데 착안한 배송료 차등화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베이조스는 이를 받아들여 적극 추진했고, 더 빨리 받으려는 이들은 배송료를 더 내는 초고속 배송, 더 기다려주는 이들에게는 무료배송을 하는 초알뜰 배송이 단계적으로 실현됐다. 특히 초고속 배송은 나중에 월회비 형태의 프라임 서비스로 발전했고, 연간 회비는 베이조스의 결정으로 79달러로 책정됐다.

풀필먼트 서비스도 아마존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제삼자가 아마존의 창고와 배송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아마존의 상품 다변화에 큰 동력이 됐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외부 판매자 매출이 1999년 1억달러(약 1100억원)에서 2018년 1600억달러(약 176조원)로 연평균 52% 성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아마존의 직판 매출은 16억달러(약 1조7600억원)에서 1170억달러(약 128조7000억원)로 늘었고, 전체 매출 대비 외부 판매자 비중은 3%에서 58%로 커졌다.

하지만 제삼자 판매는 아마존이 똑같은 상품을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구해서 팔기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과정이 되기 일쑤였다. 아마존 시스템에 들어간 이상, 아마존은 어떤 제품이 인기를 끄는지 제일 먼저 알아챘고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이조스는 2001년 슈퍼볼 당시 장애인올림픽 후원을 위해 타코벨 광고에 출연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그를 타코벨 모델로 아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사진 타코벨
베이조스는 2001년 슈퍼볼 당시 장애인올림픽 후원을 위해 타코벨 광고에 출연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그를 타코벨 모델로 아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사진 타코벨

6│가혹한 리더 언론에 비친 베이조스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매력적인 리더였지만, 평소 회사에서는 집착과 독설로 점철된 지독한 상사였다. 그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려던 사람을 주저 없이 내보냈고, 직원들이 일찍 퇴근하지 않기를 바라며 통근버스 운행을 거절했다. 임원들에게도 항공기는 이코노미석을 타라고 하는 짠돌이였고, 비즈니스석 이용을 제안하는 임원에겐 “주인정신이라고는 없군”이라며 공개 비판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겐 면전에서 “완벽한 머저리. 왜 채용했는지 모르겠다”고 퍼붓다 보니 “회의 때마다 해고되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는 사람도 있다. AWS의 개발자인 크리스 핑컴은 초기 개발 작업을 참견쟁이 베이조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진행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베이조스의 지령을 받은 아마존도 잔혹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영세 출판사를 대할 때는 치타가 가젤을 추격하는 것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시장지배력을 갖춘 아마존은 할인과 결제기간 연장 등을 요구했고, 소형 출판사들은 늘 아마존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7│잔인한 인수전 아마존은 새로운 사업을 인수하기보다는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평가되지만, 어느 쪽이든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다. 아마존에서 카메라 삼각대를 팔아 큰돈을 벌었던 파이러트트레이딩은, 어느날 갑자기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똑같은 삼각대 모델을 보고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가격도 훨씬 쌌다. 파이러트 쪽이 항의하자 아마존은 파이러트의 삼각대 제품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결국 파이러트는 삼각대 사업을 포기했다.

베이조스의 제자를 자처했던 유아용품 분야 전문 쇼핑몰 퀴디시의 창업자들은 아마존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가, 아마존이 기저귀를 30% 할인하며 공격적으로 압박하자 결국 손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올려받으려고 월마트와도 접촉했지만, 아마존은 “기저귀를 공짜로 팔겠다”고 협박했다. 아마존은 인수한 퀴디시의 사업을 나중에 접었다. 이렇게 악명이 자자해진 탓에 아마존을 기피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언론에 비친 베이조스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매력적인 리더였지만, 평소 회사에서는 집착과 독설로 점철된 지독한 상사였다고 한다. 다만, 아마존이 1위 전자상거래 기업에 올라서자 누군가의 코칭을 받은 듯이 스타일을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언론에 비친 베이조스는 유머 감각이 뛰어난 매력적인 리더였지만, 평소 회사에서는 집착과 독설로 점철된 지독한 상사였다고 한다. 다만, 아마존이 1위 전자상거래 기업에 올라서자 누군가의 코칭을 받은 듯이 스타일을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8│킨들 2004년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새로운 자체 전자책 단말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2007년 이를 완성했다. 베이조스가 주문한 것은, 할머니도 작동시킬 수 있는 용이함과 무선인터넷 연결도 필요 없는 편리함이었다. 또 좋은 책은 독자를 책의 세계로 빨아들이는 만큼, 책을 들고 있다는 사실도 잊을 수 있도록 가볍고 몰입하게 만들라는 주문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베이조스는 출판사들의 책 디지털화를 종용했는데, 베이조스는 전자책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9.99달러로 책정해놓고 출판사들에 공개하지 않았다. 종이책보다 싼 값이기 때문이었다. 킨들 출시 당일 책값이 공개되자 출판사들은 불만을 품었고, 아마존을 상대로 ‘공급 중단’까지 거론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마침 애플이 아이패드를 토대로 책 시장에 발을 들인 상태여서 아마존은 경쟁을 해야 했다. 소송전이 벌어졌는데, 오히려 이 과정에서 아마존은 구글‧애플 급에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9│AWS 베이조스는 2014년부터 주주서한에서 마켓플레이스, 프라임 등과 더불어 웹서비스를 제공하는 AWS를 핵심 사업으로 언급한다. “AWS가 필요하다는 고객도, AWS를 만들어달라는 고객도 단 한명도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AWS 같은 서비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베이조스의 말은 그 성과가 입증한다. 스타트업을 필두로, 대기업·정부기관 등의 개발자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심지어 이 분야는 출시 뒤 7년 동안 경쟁자로 들어온 기업이 없어서 아마존의 독주가 가능했다. 베이조스가 AWS도 공급가를 대폭 낮춰 다른 기업이 쉬이 뛰어들기 힘들게 만들어놓은 것도 한 이유였다.


10│올웨이즈 데이원 베이조스의 동료는 그에 대해 “예지력이 뛰어나다. 마치 미래를 엿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만큼 베이조스의 성공은 눈부시지만, 실패도 많다. 2000년대 초반 수많은 기업을 인수했지만 대다수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베이조스는 다양한 실패를 권한다. “실패와 발명은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자체 스마트폰 파이어폰 사업에 실패했지만, 파이어폰은 이후 AI(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와 AI 스피커 에코의 기반이 됐다.

베이조스가 즐겨 말하는 ‘데이원(It’s always Day 1 at Amazon)’은 아마존의 건물이름이 됐고, 베이조스의 재단 이름이 됐다. 베이조스는 “둘째 날은 정체, 그다음은 무관심, 그다음은 극심하고 고통스러운 쇠퇴, 그다음은 죽음이 따른다. 항상 첫날이어야 한다”고 한다. 베이조스가 우주 사업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구가 더 이상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기 전에, 여러 방법을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확보해서 더 많은 인류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면 아인슈타인 1000명, 모차르트 1000명이 나올 것이다.” 올 3분기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의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2월 2일)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호기심이 당신의 나침반이 되도록 하라. 여전히 데이원(첫째 날)이다.”

김외현 플랫폼9¾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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