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전설을 쓴 Bf 109(맨 위) 스피트파이어(가운데), 허리케인 전투기의 시범 비행. 그런데 언론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세대 구분은 정작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전투기들부터 적용된다. 사진 위키미디어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전설을 쓴 Bf 109(맨 위) 스피트파이어(가운데), 허리케인 전투기의 시범 비행. 그런데 언론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세대 구분은 정작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전투기들부터 적용된다. 사진 위키미디어

대부분의 군사 관련 자료를 보면 제2차 세계대전 후 현재까지 탄생한 무기들을 세대별로 구분하는 경향이 많다. 사실 전 세계 관련 전문가들이 한곳에 모여 토의를 한 후 정의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나누게 된 정확한 유래도 모르지만, 세대별로 기술적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은 분명하기에 이제는 언론 매체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기준이 됐다.

특히 전투기가 그렇다. 제1세대는 1950년대 이전에 등장한 초창기 제트전투기, 제2세대는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전투기, 제3세대는 레이더와 공대공미사일을 이용해 원거리 교전이 가능한 전투기를 의미한다. 제4세대는 고기동이 가능하고 첨단 항전 장비를 탑재한 전투기 그리고 현재 대세가 되어가는 제5세대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를 뜻한다. 그런데 최초의 전투기는 정작 제1차 세계대전 때 등장했다. 항공전사에 길이 남을 인상적인 전과는 인류사 최대의 비극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쓰였다. 1940년에 있었던 영국 본토 항공전은 오로지 공군만에 의한 유일한 전쟁이었다. 이때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던 Bf 109나 스피트파이어는 지금도 전투기 역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그런데도 역사를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구분하는 것처럼 전투기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던 시대를 정작 제1세대 전투기 이전으로 언급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세대 구분은 제트전투기가 도입된 이후부터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정확히는 제트전투기 세대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물론 이런 기준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처음 언급한 것처럼 학술적으로 정확히 정의된 것도 아닌 데다 냉전 이후 서방과 대척점에 있는 구소련처럼 무기 분야에 중요한 지분을 담당하는 국가들은 자신들이 정한 기준으로 세대를 나누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전투기 개발국별로 동일하지 않다는 뜻이다.

당연히 세대는 참고 자료일 뿐이다. 단지 그렇게 구분해서 비교하고 관리하는 것이 편리하다 보니 많이 통용될 뿐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전 세대보다 다음 세대 전투기가 기술적으로 진보한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세대가 올라갈수록 기술 차이가 크게 난다. 전투기의 기본 임무가 제공(制空·공중 지배)이므로 공중전의 결과로 쉽게 차이를 알 수 있다.

제1세대 전투기는 속도에서 제2세대 전투기에 확연히 밀렸지만 그래도 실전에서는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 눈으로 상대를 보고 싸우던 당시에는 속도 못지않게 선회력, 기동력 같은 여타 비행 성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제3세대 전투기들도 제2세대 전투기에 기대만큼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베트남전쟁 당시에 미국의 제3세대 전투기가 북베트남의 소련제 제2세대 전투기에 곤욕을 치렀다. 객관적 성능은 뛰어났지만, 당시 공대공미사일 성능이 떨어져서 원거리 교전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근접전에 들어가면 회전 반경이 커서 위치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래서 제3세대 전투기의 대표라 할 수 있는 F-4 같은 경우는 도주하기도 했다.


F-15(위)는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 전설을 쓴 제4세대 전투기다. 하지만 제5세대 전투기인 F-22(아래)와 모의 공중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갈수록 세대 차이가 나면 싸우기 힘든 시절이 되었다. 사진 위키미디어
F-15(위)는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 전설을 쓴 제4세대 전투기다. 하지만 제5세대 전투기인 F-22(아래)와 모의 공중전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갈수록 세대 차이가 나면 싸우기 힘든 시절이 되었다. 사진 위키미디어
앞줄 왼쪽부터 박물관에 전시 중인 F-4와 MiG-21. 크기의 차이만큼 성능에서 제3세대 전투기인 F-4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상당히 고전했다. 사진 위키미디어
앞줄 왼쪽부터 박물관에 전시 중인 F-4와 MiG-21. 크기의 차이만큼 성능에서 제3세대 전투기인 F-4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상당히 고전했다. 사진 위키미디어

극복하기 힘든 차이가 승부 가른다

그러나 성능이 떨어져도 작전 구사 능력에 따라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던 시절은 어느덧 종언을 고했다. 1982년 제5차 중동전쟁 당시 벌어진 베카 계곡 공중전에서 MiG-23, MiG-25 같은 제3세대 전투기가 주축인 시리아는 F-15, F-16 같은 제4세대 전투기를 운용한 이스라엘에 격추비가 85 대 1이라는 학살과 다름없는 패배를 당했다.

이 엄청난 결과에 항전 장비,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떨어졌던 소련의 고민은 컸다. 결국 소련이 제4세대 전투기인 Su-27, MiG-29 등을 본격 배치했을 때는 미국보다 10년이 지난 이후였다. 그런데도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은 바로 그 시점부터 한 걸음 더 나가 제5세대 전투기 시대에 들어갈 준비를 완료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항공전사에 경이적인 전설을 썼던 F-15를 비롯한 제4세대 전투기들이 2007년 벌어진 모의 공중전에서 제5세대 전투기인 F-22에 144 대 0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었다. 훈련 당사자들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세대가 다른 전투 기 간의 공중전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실히 입증된 것이었다. 이런 차이는 결국 압도적인 기술력에 의한 것이다. 사실 이는 새롭게 발견된 것이 아니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전쟁이나 전투의 승패는 기술이 앞선 쪽이 이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무기 분야에만 해당하는 진리가 아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앞선 기술력은 시장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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