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복 전 대한한방부인과학회 회장, 전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장
장준복
전 대한한방부인과학회 회장, 전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장

“손발이 차갑고 무릎이 시리다.” “몸에 바람이 든 것처럼 춥다.” 냉증 환자들은 몸의 곳곳이 춥고 시려 겨울이 되면 야외활동을 전혀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흔히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몸이 차면 냉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만으로 냉증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추위에 대한 반응이 매우 민감하거나 몸의 특정 부분이 유난히 차서 정상 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바로 치료가 필요한 ‘냉증’이다.

인체 특정 부위의 혈액순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 열 공급이 원활하게 전달되지 않으면서 체온이 하강할 때 냉증을 호소하게 된다. 인체에서 혈액순환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체온조절 장애 및 기타 자율신경계 기능의 이상을 초래하는 것을 ‘자율신경 실조증’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자율신경 실조증이 냉증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냉증은 우리 몸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한다. 냉증 자체는 다분히 환자 자신만 느낄 수 있는 주관적 증상이므로 호소하는 양상이 다양하다. 환자들은 대체로 ‘손발이 차다.’ ‘발끝이나 무릎과 허리가 시리다.’ ‘배가 차다.’ ‘몸에서 찬바람이 나온다.’ ‘팔다리가 차고 땀이 난다.’ ‘몸은 찬 데 비해서 얼굴이나 가슴에는 열이 오르는 것 같다.’ 등 다양하게 호소한다.

또한 자율신경 실조증으로 인해 여러 가지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냉증과 함께 나타나는 증상은 어깨 결림, 두통, 요통, 불면, 수면 중 빈뇨, 불감증, 복통, 대변 이상, 냉 증가, 불임, 월경불순, 오심 등이다.

특히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냉증은 특유의 신체적 구조와 관련이 있다. 남성에 비해 골격이 작고 근육량이 적으며 생식기 구조가 외부 기온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연령별로 보면 19세 이하의 사춘기 소녀와 40대 중반 이후 여성 환자가 많은 편이다. 또한 출산이나 유산 후에 체력이 저하되고 갱년기 호르몬의 변화를 겪거나, 냉방 장치에 오래 노출된 경우 냉증이 나타나기 쉽다.


신체 특정 부위의 혈액순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때 냉증을 호소한다.
신체 특정 부위의 혈액순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때 냉증을 호소한다.

냉증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침, 뜸, 한약 치료 등을 병행한다. 침 치료는 백회혈(정수리 부근)과 인중혈·승장혈(입술 위·아래), 십정혈(손끝) 등을 침으로 자극해 기와 혈의 순환을 돕는다. 뜸 치료는 주로 다리의 삼음교혈, 발바닥의 용천혈, 하복부의 관원혈 등에 매일 1회, 각 부위에 3~5회 뜸을 사용한다.

한약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몸이 실한 상태에서 냉증이 발생한 것인지, 허한 상태에서 발생한 것인지를 진단하는 것이다.

몸이 실한 상태에서 냉증이 발생한 경우, 환자들은 변비 경향을 보이고 냉증을 호소하는 부위는 차갑지만 상기되면서 열감을 느끼고, 월경통이 주로 심하며 어깨 뻐근함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런 경우 계지복령환(계지와 복령으로 만들며 어혈을 내리게 하는 대표적 처방) 등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몸이 허한 상태에서 냉증이 발생한 경우, 환자들은 쉽게 피로를 느끼며 차가운 곳에서는 소변이 자주 마렵고, 방광염이 잦고 속이 거북함 등의 증상을 보이며, 이런 경우 당귀와 백작약 등으로 만든 당귀작약산과 같은 처방을 주로 사용한다.

이외에도 따뜻한 습포를 환부에 약 15~20분간 덮어두는 습포요법, 손이나 발을 따뜻한 물과 찬물에 약 10분 정도 번갈아 담가 말초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냉온요법, 냉증이 발생한 경락 위주로 눌러주는 지압요법 등을 함께 적용하면 효과적이다.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평소 약간 땀이 나는 강도의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도 좋다.

장준복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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