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탈모라는 이유로 탈모 예방 차원에서 탈모약을 미리 복용할 필요는 없다.
아버지가 탈모라는 이유로 탈모 예방 차원에서 탈모약을 미리 복용할 필요는 없다.

어느 날 모발이 풍성한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이 진료실을 찾았다. 언뜻 보아도 탈모가 아니었다. 진단기로 정밀 검사를 해봤지만 오히려 평균 이상의 모발 밀도를 보였다.

그가 병원을 찾은 이유는 바로 아버지의 탈모 때문이었다. 혹시나 유전으로 탈모가 발생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탈모약을 사전에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탈모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탈모 예방을 위해 탈모약을 꼭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좋은 선택이라 볼 수 없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유전인자를 물려받는다. 당연히 얼굴의 생김새, 신체 조건, 성격 등이 유사할 수밖에 없다. 탈모 유전자 역시 부모님으로부터 유전된다. 물론 아버지가 탈모면 아들도 탈모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탈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가 발현되기 위한 조건이 형성돼야 외형적으로 탈모가 발생한다.

탈모 유전자가 발현하는 대표적 원인 중 하나가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체내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두피 모낭 주위에 활성산소가 과잉 발생하면 탈모 유전자가 발현하고 모낭이나 모근세포를 직접 공격해 손상을 입힌다. 또 두피 모세혈관을 오염하면서 모발에 영양공급을 방해해 탈모를 유발한다.

활성산소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스트레스, 음주, 흡연, 영양 과잉, 화학 물질, 환경 오염 등 매우 다양하다. 탈모 예방을 위해서는 활성산소가 과잉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탈모약 복용보다 우선이다.


부작용 감수하면서 약 미리 먹을 필요 없어

유전에 의한 탈모는 대부분이 안드로겐형 탈모다. 안드로겐형 탈모는 5알파 환원효소에 의해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한다. 탈모약은 5알파 환원효소를 억제해 DHT가 생산되는 것을 막아 탈모를 치료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탈모 발생 원인이 DHT의 영향이 아닌 모발 영양 공급 문제를 비롯한 다른 원인 때문이라면 탈모약 복용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군다나 탈모약은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지만 3% 이하의 확률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탈모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남성 성기능 저하, 여유증, 피로감, 브레인포그(정신이 맑지 못한 증상) 등이다. 물론 탈모약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원상태로 돌아온다. 발현되지도 않은 탈모를 위해 굳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안고 갈 필요는 없다. 탈모약은 탈모가 발생할 때 복용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아버지가 탈모라고 해서 미리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자.


▒ 홍성재
원광대 의대 졸업, 의학 박사

홍성재 웅선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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