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6단계만 거치면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은 6단계만 거치면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미국의 자동차 세일즈맨 조 지라드(Joe Girard)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전설적 세일즈맨이다. 그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세일즈 관련 초청 연사다.

지라드는 자신이 성공한 이유를 평소 관리하는 인간관계망을 통한 ‘사회적 자본’의 힘 덕분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자본은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다른 사람이 가진 자본을 자신의 자본처럼 빌려 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라드는 한 사람이 관계망을 통해 연결되는 사람의 수를 평균 200명 정도로 규정한다. 따라서 자신이 우연히 모르는 사람 한 명에게 좋은 영향력을 줘서 관계를 맺게 되면, 한 번에 200명과의 관계망이란 사회적 자본을 얻게 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이 200명이 각각 200명과의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수소폭탄보다 더한 파워를 가지게 된다.

반대로 지라드는 모르는 사람 한 명에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해서 관계가 끊어지면 200명의 잠재적 고객의 사회적 자본을 잃게 된다고 본다. 이 같은 생각으로 고객 관계망을 관리한 지라드는 기네스북에도 오르게 됐다. 앞으로도 지라드만큼 자동차를 잘 팔 수 있는 사람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1960년대 하버드대의 전설적 실험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인간관계의 6단계 법칙에 관한 실험도 관계망에 대한 것이다.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전화번호부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네브래스카에 사는 주민 96명을 선정해서 소포를 보내고, 이를 보스턴의 주식 중개인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실험의 목적은 몇 사람을 거쳐야 이 중개인에게 소포가 도달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실험 결과는 ‘6단계 연결’이었다. 즉 성공적으로 중개인에게 도달한 소포 19개를 분석한 결과 6명을 거쳤다는 의미다. 이 실험을 기반으로 밀그램은 평균적으로 6단계만 거치면 세상 누구에게나 연결될 수 있다는 ‘작은 세상’ 원리를 주장했다. 관계망으로 연결해 계산해보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좁다. ‘세상 참 좁다’는 말을 실험으로 검증한 것이다. 이 실험 이후 6단계 연결 법칙은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실증됐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의 30%는 나의 능력에 의한 것이고 나머지 70%는 운이 작용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이 말은 지금과 같은 초연결 시대에는 의미가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이 말이 만들어진 시대와 달리, 지금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상호의존적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엔 운이라고 치부했던 모든 것이 우리가 관리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연결된 관계망을 타고 찾아온다.

이런 초연결 시대의 원리로 운칠기삼을 재해석하면 운 대신 인연, 즉 ‘연칠기삼(緣七技三)’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단순한 운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어떤 연으로 관계 맺고 있는지가 성공의 70%를 결정하고 나머지 30%는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70%의 운도 따지고 보면 모두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찾아온다. 초연결 시대에 무작위로 찾아오는 운은 복권밖에 없다.

초연결 시대에는 6단계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에게 찾아온 행운이 연결망을 타고 나에게로 흘러들어 올 수 있고, 반대로 나의 주변에 떨어진 복도 나에게서 멀어질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연결돼 있어도 같은 비중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나비의 날갯짓이 일으키는 바람만큼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세일즈맨 조 지라드. 사진 조지라드닷컴
미국의 전설적인 자동차 세일즈맨 조 지라드. 사진 조지라드닷컴

경영자의 진정성 전파하는 것은 종업원

초연결 시대에 초일류 기업으로 꼽히는 기업의 공통점은 경영 능력에 더해 인적 자원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런 기업들을 연구해보면, 기업을 경영하는 목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고객, 투자자들을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자석이 된다. 소위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는 기업의 특성은 종업원이 회사의 목표에 공감하고 이를 자신의 목표로 여긴다는 점이다. 기업 목표에 대한 경영자의 헌신이 있다면, 가까운 자리에서 경영진을 지켜보는 종업원에게 먼저 울림을 만들 것이고, 이 울림은 종업원과 접점이 있는 고객과 투자자에게로 퍼져나가게 된다. 따지고 보면 종업원들이 경영자가 가진 기업 목표에 대한 진정성을 전파하는 가장 중요한 큐레이터다.

가까운 대상일수록 물리적으로는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심리적으로는 연결이 심각하게 손상돼 있는 경우가 많다. 등잔 밑이 더 어두운 것처럼 구멍은 가까운 곳에서 생긴다. 이럴 경우 운이 멀리서 찾아와서도 코앞에서 멈춰버린다. 또 경영진이 아주 강력한 이야기를 만들어도 전혀 파급력이 없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종업원이 회사의 목적에 신경 쓰지 않고 남 일 대하듯 한다면 경영진의 연결망은 심각하게 손상을 입는 것이다.

이런 기업의 종업원들은 경영자에게 다가오는 행운조차도 쳐내버리는 역할을 한다. 종업원들이 경영진의 위선을 알고 있는 기업들이 이런 비극적인 사례의 대표 격이다.

설사 경영진이 회사를 포장하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통해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붓는다고 하더라도 종업원들이 열광하지 않는다면 이 광고는 신기루에 불과할 뿐이다. 회사의 성공은 진정성 있는 리더의 열정이 종업원을 감동시켜야 찾아온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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