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나스 구오가(Guoga) 영국 우스터대학 회계학 학사, 유럽·아시아 포커 챔피언, 現 유럽의회 의원, 2016 폴리티코 선정 ‘영향력 있는 유럽의회 의원 40인’
안타나스 구오가(Guoga)
영국 우스터대학 회계학 학사, 유럽·아시아 포커 챔피언, 現 유럽의회 의원, 2016 폴리티코 선정 ‘영향력 있는 유럽의회 의원 40인’

2018년 8300만유로, 2020년까지 추가 3억4000만유로(약 4400억원).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역내 블록체인 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자금 규모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데이터 저장기술이다. 여러 대의 컴퓨터에 데이터가 분산돼 있어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이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개인 간 거래인 암호화폐 거래에서 신뢰와 보안을 책임질 기술인 블록체인이 함께 주목받게 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술을 미래 먹을거리로 봤다. 영국 정부는 이미 3년 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시민권을 발급했고, 스위스 작은 도시 추크에는 250개 블록체인 기반 기업이 몰려 ‘마을’을 형성했다.

EU는 블록체인 산업을 정착시킬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상반기엔 독일, 프랑스, 영국 등 22개 회원국들이 포괄적인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는 ‘유럽 블록체인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블록체인 감찰 기구’도 출범했다.

EU에서 블록체인 정책 입안과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안타나스 구오가 유럽의회 의원을 지난 8월 서울에서 만나 현지 분위기를 들어봤다. 구오가 의원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유럽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국을 제치고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분야”라며 “규제 대신 시장을 키워나가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포커 챔피언이라는 이력이 특이하다. 어쩌다 블록체인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됐는가.
“어릴 때 유소년 큐브 챔피언이었다. 재미로 집에서 가족들과 포커 게임을 했고, 포커 흥행기라는 시류를 잘 타고나 젊은 시절 유럽과 아시아 지역 포커 챔피언에 올랐다. 사실 포커 업계에선 유명한 선수들이 블록체인 업계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게임인 만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똑똑한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포커로 딴 돈을 현금으로 갖고 다니는 대신 비트코인으로 환전하곤 했다.”

유럽의회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는가.
“안건이나 정책에 수정, 권고, 거부권 등을 행사한다. 내가 소속된 내부시장·소비자 보호 위원회는 최근 블록체인 시장 확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투기성 자금 흐름을 주목한다. 우리는 암호화폐 시장에 유입된 투기 세력으로부터 역내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고문 역할도 맡고 있다. 공무원 겸직 관련 윤리 문제는 없는가.
“대중에게 모든 것을 공개한 채로 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유럽 정계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유럽의회의 많은 의원이 대기업 이사회에 소속돼있다. 블록체인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것도 나의 역할이다.”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유럽의회의 시선은 어떤가.
“유럽 정부는 블록체인 산업을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그래서 규제보다는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벌써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시장이 자라기도 전에 싹을 자르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회는 먼저 관련 거래를 지켜보면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고심하는 중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블록체인 감찰기구’를 만들었다.”

시장을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 섣부른 규제는 위험하다. 당장 법적인 제재가 없다고 해서 사기가 횡행한다는 뜻은 아니다. 도를 넘어서는 순간 제재가 가해질 것이다. 일단 우리는 암호화폐 거품을 우려하고 있다. 정책과 관련 법안은 더디지만 확고하게 정착되고 있다. 내년 선거에서 선출되는 새 의회에서는 관련 규제가 더 생길 것 같다.”

유럽에서는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가.
“유럽은 증권형 암호화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부분이 미국과 우리의 시각차다. 현재 미국은 증권형 암호화폐에 강력한 규제를 걸고 있지만 유럽은 오히려 이 분야를 독려하고 있다.”

증권형 암호화폐는 무엇인가.
“주식이나 채권처럼 기업의 미래 성과와 이익에 대한 배분 권한을 갖는 암호화폐를 말한다. 우선주처럼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은 받는 식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아예 암호화폐가 지분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는 기존 산업질서와의 충돌을 우려해서 아주 강력히 제제를 가하겠다는 입장인데, 유럽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증권형 암호화폐가 결국 미래의 새로운 규칙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1월 사재를 출연해 ‘빌뉴스 블록체인 센터’라는 블록체인 지원기관을 세웠다.
“그렇다. 고향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센터를 열었다. 공간을 지원할 뿐 아니라 네트워킹, 정책 조언, 기술·재정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월 150유로의 임대료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에스토니아 전 총리와 옥스퍼드대 출신 인물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할 것이다.”

누구나 지원할 수 있나.
“그렇다. 최근엔 글로벌 프로젝트 위주로 보고 있다. 센터 입주 조건은 블록체인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관련 스타트업들도 우리 센터에 지원할 수 있다. 최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현재 어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는가.
“현재 15개 프로젝트 스타트업들이 센터에 입주해있다. 가장 성공적인 곳으로 내가 고문으로 있는 ‘림포(Lympo)’를 꼽고 싶다. 가입자들이 운동미션을 달성하거나, 관련 데이터를 앱에 저장해서 원하는 기업·기관에 제공하면, 암호화폐를 받는다. 그렇게 모은 암호화폐로 자체 장터에서 나이키 운동화나 아디다스 티셔츠 등을 구입하거나 다시 암호화폐 거래소에 팔아서 현금으로 환전할 수도 있다. 지난 2월 암호화폐공개(ICO·사업계획서를 통해 사업 취지를 대중에게 알리고 펀딩을 받는 것)를 통해 약 1700만 달러(약 190억원)를 모았다.”

최근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화두다. 이것이 블록체인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GDPR은 상당히 강력한 개인정보보호정책이다.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블록체인 업체들은 원래 개인정보를 직접 블록체인에 올리고 이를 수정이나 삭제할 수 없도록 주요 개인정보를 ‘박제화’하는 것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GDPR 도입으로 폐기되는 추세다.”

시장 발전의 걸림돌은 무엇일까.
“규제다. 미국·일본 등 기존 금융계, 산업계 강국들이 정확한 이해 없이 산업을 규제하고 있는 탓에 시장 발전이 더디다.”

송현 기자, 박준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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