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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네바다 실험장에서 핵 공격 후 적진 점령 훈련을 벌이는 미국 해병대. 지금이라면 이런 명령을 내릴 지휘관은 물론 따를 병사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당시에는 방사선에 대한 위험을 알지 못했다.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치열한 외교전은 다음날의 상황마저도 쉽게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에게는 통일이 궁극적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 전 단계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이 거론되지만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이슈는 ‘북한의 핵’이다.

역설적이지만 핵 문제가 아니라면 미국과 북한 간에 정상회담이 거론될 가능성조차 없었다. 여기에다 한반도 문제에 자신들이 소외될까 봐 한 달 남짓한 동안 두 번이나 정상이 만났을 정도로 중국이 달아오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 북한의 핵은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사실 핵폭탄은 1945년에 탄생했으므로 최신 무기가 아니다. 물론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만들려면 어려움이 많겠지만, 어지간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라면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핵폭탄이 첨예한 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래 전에 탄생한 무기임에도 살상력과 파괴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아이러니하게도 냉전 시기에 강대국 간의 전면전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핵으로 공격할 경우 그에 맞먹는 엄청난 보복이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핵은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누구나 핵을 보유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는 명약관화하다.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한 1949년 이전까지 미국은 자신만이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기를 원했다. 그래서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영국이 상당한 역할을 했지만 종전 후 약속을 깨고 기술 제공을 거부했을 정도였다. 결국 분노한 영국은 독자 개발에 나서 1952년 세 번째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여담으로 영국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돈을 주고 핵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나라다. 냉전 종식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영국은 지상 배치 핵무기를 모두 퇴역시킨 후 현재 4척의 뱅가드급 전략핵잠수함만 전략 무기로 운용 중이다. 이 잠수함에는 미국으로부터 구입한 10개의 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 II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이 16발 탑재돼 있다.

영국이 미국의 최고 동맹국인 데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핵무기의 제작과 보유가 인정된 5개국 중 하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외에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강대국의 욕심도 있지만, 통제가 불가능한 나라에까지 마구 핵무기가 퍼져서 함부로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차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폭발 때의 위력도 무섭지만 방사선 피폭이나 오염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아주 극단적 상황이 아니라면 아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가까운 곳을 타격하는 데는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처음부터 정립된 것은 아니었다. 파괴력은 개발하기 이전부터 알던 사항이었지만 방사선에 관한 이해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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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접촉하는 제품에서 엄청난 방사선이 방출되는 사실이 밝혀진 대진침대 사태는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왔다. 사진 조선일보 DB

방사선의 존재는 1896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앙리 베크렐이 처음 발견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1960년대가 돼서야 일반화됐다. 이 때문에 지금은 상상도 못할 어처구니없는 일이 핵무기 개발 초창기에 많이 벌어졌다.

1950년대에 미국 육군이 제식화한 M65 원자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M65 원자포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포탄 ‘리틀 보이’와 동일한 15kt(1kt은 TNT 1000t 위력) 수준이다. 방사선의 위험을 감안한다면 최대 30㎞의 사거리는 사용자의 안전을 장담할 수 있는 거리로 보기 힘들다. 

하지만 당시에는 핵폭탄을 터뜨린 후 솟구쳐 올라가는 버섯구름을 보면서 돌격하는 훈련을 당연시했을 만큼 모르는 것이 많았다.

오늘날 훈련은커녕 실전에서도 그렇게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장군은 없을 것이다. 결국 방사선에 의한 무서움이 속속 밝혀지자 원자포 같은 무기는 운용 자체가 버거울 수밖에 없게 됐다. 더불어 같은 위력의 탄두를 보다 멀리 손쉽게 날려 보낼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M65 원자포는 1960년대 초에 퇴역했다.

이처럼 핵은 위력도 무섭지만 방사선에 따른 공포도 대단하다. 그런데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것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가전제품, 의료기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방사선에 노출된다. 다만 일상에서 접하는 정도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


‘라돈침대’ 사건이 불러온 방사선 공포

그런데 최근 침대 매트리스 첨가 물질에 세포를 파괴, 변형해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라돈’이 포함 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다. 한마디로 방사선 공포라 할 수 있다. 이는 인체와 접촉되는 제품에 사용하는 물질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제조사의 잘못이 가장 크다.

하지만 2007년에 광물질 침구의 위해성을 발견했던 경험이 있었으면서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소비자가 먼저 발견했을 정도로 검사가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북한 핵보다 일상에서 접한 방사선이 더욱 공포가 되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


Keyword

방사선
에너지가 높아 불안정한 물질이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안정하되는 과정을 말한다. 방사선이 나오는 원소를 ‘방사성 원소’,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부르며 방사선을 방출하는 일 또는 그 성질을 ‘방사능’이라고 한다.

 

남도현 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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