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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강모씨는 밤이 무섭다. 폐경이 된 이후 잠들기도 힘들거니와 잠이 들어도 자주 깨고, 한 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2년 전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 처음엔 치료 효과가 있었지만, 요즘 다시 증상이 심해져 수면 전문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하룻밤 자면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뜻밖에도 불면증이 아닌 하지불안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강씨는 평소 다리가 불편하다고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검사를 받은 뒤 돌이켜 보니 밤만 되면 다리를 주물렀고 새벽에 깨서도 다리가 많이 불편했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낮에는 괜찮다 보니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2년 전부터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신경안정제가 하지불안증후군 증세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는 못했다. 최근 들어 증세가 심해져 불면증으로 발전했다.


폐경 이후 증상 악화될 수 있어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에 불편한 감각이 느껴지고,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들어 발생하는 수면장애다. 낮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괜찮다가, 잠들기 전 하체에 불편한 감각이 느껴져 숙면을 방해한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심해진다. 주로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쑤시거나 따끔거리는 느낌,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등 환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통계적으로 전체 인구의 약 7~10%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하지불안증후군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증상을 디스크나 하지정맥류로 오인해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등을 다니며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어떤 환자들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참고 견디다가 병을 키우기도 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이 의심된다면 빠른 검사와 치료가 중요하다. 방치할 경우 불면증, 심장질환, 뇌질환 등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끔 약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증 하지불안증후군의 경우 철분주사치료와 함께 하지불안증후군 악화 요인을 없애면 증상이 호전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철분과 페리틴(ferritin)이라는 철분 저장 단백질이 부족이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악화 요인으로는 △수면 부족 △우울·불안 △알코올(특히 레드 와인) △카페인(특히 커피) △운동(너무 과도하거나, 반대로 운동량이 너무 적을 경우) △수면호흡장애 △약물(감기약·소화제·항우울제) △흐린 날씨 등이 있다.

오랜 기간 가끔씩 발병하는 중등도 하지불안증후군인 경우 필요할 때만 약을 복용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심한 중증 하지불안증후군인 경우 도파민 길항제를 처방한다. 만약 도파민 길항제 투여 이후에도 예측이 불가능한 시간에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 온다면 가바펜틴이라는 약물로 대체할 수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는 약물이 함유된 파스를 붙이는 등의 치료를 병행해 투여량을 조절해야 한다.

낮 동안 햇볕을 많이 받는 것도 증세에 도움이 된다. 햇볕을 쬐며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하는 편이 좋다. 야간엔 과도한 운동을 하지 말고, 다리 마사지나 족탕으로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하고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 한진규
고려대 의대, 한국수면학회 이사, 고려대 의대 외래교수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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