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원유 정제공장. 사진 블룸버그
세르비아의 원유 정제공장. 사진 블룸버그

11월 4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對)이란 2차 제재를 앞두고 주요 국제 유가가 4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란 제재로 국제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8달러(1.6%) 오른 76.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틀 만에 경신한 것이다.

미국은 이날 63년된 ‘미·이란 친선·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을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월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시작했다. 또 다음달부터는 이란산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2차 제재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번 조약 파기는 이런 이란 제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미국의 의지를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2일에는 런던선물거래소(ICE)의 12월물 브렌트유가 장중 4년 내 최고점까지 올랐다. 주요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이 줄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특히 세계 공급량을 좌우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지난주 알제리에서 연 회의에서 증산에 대한 내용을 밝히지 않아 불안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미 이란의 9월 원유수출량은 일평균 172만배럴로 전달 대비 일평균 26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의회 연설에서 최근 유가 상승의 원인이 OPEC 회원국들에 있다며 증산을 요구했지만 회원국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가 현 수준보다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원유 중개회사인 PVM 오일어소시에이츠는 보고서에서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도 지난주 브렌트유가 올해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유가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합의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양국은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 9월 비밀 계약을 체결했고 다른 산유국들과 회의를 하기 전에 이를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러시아와 사우디는 트럼프의 압력에 따라 증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조용히 공급량을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투자공사(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Kirill Dmitriev) CEO는 CNBC에 “러시아는 높은 유가에 놀라울 정도로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도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9월 말 1650원을 돌파한 후 계속 오름세다. 지난 1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657.1원으로 전날보다 2.1원 올랐다. 경유는 전날보다 2.5원 증가한 1459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값이 165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2월 17일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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