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라이의 전기 수퍼카 EP9. 사진 웨이라이
웨이라이의 전기 수퍼카 EP9. 사진 웨이라이

중국에서 창업한 지 4년 된 전기자동차 스타트업이 미국 증시 상장 1호 중국 자동차 기업이 됐다. 9월 12일 뉴욕증시에 상장한 웨이라이(蔚来, 영문명 니오·NIO)자동차가 주인공이다. 상장 전 기업가치가 50억달러에 달해 웨이마(威馬)자동차와 함께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가운데 몸값이 가장 비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이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웨이라이는 상장 이후 주가가 하루에 5~75% 오르내리는 널뛰기를 하고 있다. 9월 19일 10.68% 상승한 8.5달러에 마감해 발행가 6.26달러를 웃돌았지만 불어나는 적자와 롤러코스터 주가는 실적 부진 등으로 기업가치 논란을 일으킨 테슬라를 떠올리게 한다. 웨이라이가 기업공개(IPO) 신청서에서 13차례 언급한 테슬라는 올 상반기 14억2700만달러 순손실을 내는 등 2008년부터 적자가 지속돼왔다. 테슬라 주가는 작년 9월에 기록한 최고치(389.61달러)에 비해 23.3% 하락한 상태지만 시총은 여전히 500억달러를 웃돈다.


실적보다 미래에 베팅

두 회사 모두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에 베팅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초 테슬라에 투자해 5% 지분을 확보한 중국 최대 SNS 업체 텐센트가 대주주인 것도 같다. 테슬라가 상하이에 독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중국 시장에서도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웨이라이는 3년 내 상하이에 자신의 첫 자동차 공장을 짓고 2021년 연간 45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상하이에 글로벌 본부와 연구·개발센터를 둔 웨이라이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산호세에 북미 본부, 독일 뮌헨에 조형 디자인센터, 런던에 극한 성능 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기업을 표방한다.

웨이라이는 당초 4월부터 고객에게 전달하겠다고 한 전기차 첫 양산 모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S8을 한 달 늦춰 공급하기 시작했다. 위탁 생산 중인 이 모델을 뉴욕증시 상장 직전까지 고객에게 실제 건넨 물량은 1602대에 불과했다. 전체 예약주문(1만7000대)의 10%에 불과했다. 테슬라가 상장 전 7년간 유치한 자금의 4배 수준인 150억위안(약 2조4500억원)을 4년간 유치했지만 자금 소모 속도는 테슬라보다 더 빠르다는 지적이다. 웨이라이는 최근 3년간 모두 109억위안(약 1조7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에 기록한 33억2600만위안(약 5400억원)의 순손실은 2016년 전체 적자규모(25억7300만위안)를 웃돈다. 부진한 실적에도 웨이라이는 시가총액(90억달러·약 10조원) 기준으로 중국 완성차 상장사인 상하이자동차, BYD, 광저우자동차에 이어 4위다.

당장 실적을 중시하기보다는 미래에 베팅하는 게 시장에 먹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웨이라이의 창업자 리빈(李斌) 회장은 “스마트폰처럼 미래의 자동차는 천편일률적으로 스마트차와 전기차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웨이라이는 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액은 14억5900만위안(약 2400억원)으로 2016년 전체 연구·개발 투자(14억6500만위안)에 맞먹는다. 창청자동차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액(15억400만위안)과도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액(26억위안)은 전체 중국 완성차 업체 가운데 9위에 올랐다.


중국 베이징의 웨이라이중심. 사진 웨이라이
중국 베이징의 웨이라이중심. 사진 웨이라이

스마트 수퍼 전기차에 승부

웨이라이는 저가에 승부거는 보통의 중국 제조업체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장화이자동차에 위탁 양산 준비 중인 대당 148만달러(약 16억5000만원)짜리 전기 수퍼카 EP9이 이를 보여준다. 지난 4월 베이징국제모터쇼에서 기자가 둘러본 웨이라이 코너는 벤츠나 BMW 코너를 떠올리게 했다. 럭셔리 가방과 지갑 등 명품 분위기를 내는 액세서리 제품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지난 7월엔 항저우 시후(西湖)에 문을 연 웨이라이중심(니오하우스)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다. 고객들은 전시된 차를 구경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을 위한 실내 놀이터도 있다. 중국 언론들은 자동차 4S점(공식 서비스센터)의 개념을 바꿀 것이라는 평가도 내린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도 웨이라이의 미래를 밝게 한다. 전 세계에서 달리는 전기차의 절반이 중국에 있다. 웨이라이가 당장은 해외보다는 중국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이유다. 중국 증권일보는 정부 지원 정책이 웨이라이 주가 상승 배경이라며 시총이 500억달러가 넘는 테슬라에 비하면 여전히 싼 편이라고 평가했다.


plus point

리빈 웨이라이 회장
대학 재학 때부터 기업 설립한 연쇄 창업가

리빈 웨이라이 회장. 사진 블룸버그
리빈 웨이라이 회장. 사진 블룸버그

리빈(44) 웨이라이 회장은 미국 뉴욕증시에 자동차 관련 업체를 2개 상장시킨 기업인이 됐다. 리빈은 2000년 창업한 자동차 전자상거래업체 이처왕(易车網)을 3000명의 직원을 둔 기업으로 키운 뒤 2010년 상장했다. 이처왕은 중국에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첫 자동차 인터넷 기업으로 불린다. 이처왕에선 올 1월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고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법률과 컴퓨터를 부전공으로 택한 리빈은 1996년 대학 재학 때 서버 위탁 관리 서비스업체인 난지(南极)과기발전을 세우는 등 일찌감치 기업가의 길을 걸었다. 인터넷과 자동차 분야에서 창업과 투자에 참여한 기업만도 40여개사에 이른다. 자동차 담당기자에게 사석에서 공유자전거 아이디어를 주고 투자까지 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2015년 탄생한 기업이 중국 양대 공유자전거업체 중 하나인 모바이크다. 2017년 인터넷 포털 왕이가 선정한 미래 과학기술 인물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올 1월엔 인민일보 등이 선정한 ‘2017 10대 경제 연간 인물’에 뽑혔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로부터는 2008년 개혁 개방 30년 중국 자동차 유통업에 가장 영향을 미친 10대 걸출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에게 투자하는 인물도 쟁쟁하다. 2016년 말 6대만 생산된 전기차 EP9 모델은 리빈 본인을 비롯해 마화텅(馬化腾) 텐센트 회장, 레이쥔(雷军) 샤오미(小米) 회장, 류창둥(劉强東) 징둥(京東) 회장 등 투자자들이 모두 가져갔다.

리빈은 자동차 판매만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얘기한다. 하드웨어에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 고객들을 상대로 인터넷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겠다는 샤오미의 전략을 따른다는 분석도 있다. 리빈이 자동차가 완전히 새로운 생활방식의 입구가 될 것이라며 고객을 위한 생활권을 창조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그의 구상은 스마트 자동차가 스마트폰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 한다. 온라인에선 웨이라이의 앱, 오프라인에선 니오하우스를 통해 고객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웨이라이 앱 등록자는 이미 49만명에 이르고 월 활성사용자는 10만명에 달한다.

오광진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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