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버거 ESMT 교수는 독일 정부의 제조업 혁신 노력으로 도제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의 1인당 수출액은 미국의 3.5배, 중국의 10배 가까이나 된다. 청년 실업률은 7.4%로 젊은층의 고용둔화가 심각한 수준인 프랑스(27.3%)와 스페인(44.7%) 등 다른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10.8%), 우리나라(12.5%)보다도 현저하게 낮다.

1990년대 높은 실업률과 수출 부진 등으로 ‘유럽의 병자’라고 불렸던 독일이 수출 경쟁력 강화와 청년 실업 해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유럽 최대 경제 대국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많은 전문가들은 산업현장 중심의 도제교육(apprenticeship)을 원동력으로 꼽는다.

세계 각국이 독일의 경제 성장에 주목하면서 도제교육은 독일의 중요한 ‘수출품목’이 됐다. 영국은 독일식 도제교육을 확대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 시행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라트비아, 슬로바키아는 직접 독일 정부와 협약을 맺고 독일식 직업교육 과정을 들여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중소·중견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독일의 히든챔피언 기업을 둘러본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을 “열성적으로 독일을 배우고 싶어 하는 국가”로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명문 경영대학원인 유럽경영기술대(ESMT) 최고경영자 과정의 크리스토프 버거(Christoph Burger) 교수(부학장)는 “도제교육은 독일의 국가 경쟁력을 지탱하는 기둥”이라며 “디지털화와 ‘인더스트리 4.0’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제조업 혁신 노력을 통해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버거 교수는 동시에 출산율 감소와 대학 진학률 증가 등으로 도제교육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도 주목했다.

ESMT는 알리안츠 등 독일 민간기업 주도로 베를린에 설립된 미국형 비즈니스 스쿨이다. 2002년 설립돼 역사가 길지 않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코노미스트> 등이 매년 발표하는 전 세계 비즈니스 스쿨 순위에서 20~30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버거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독일식 도제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중학교 과정을 마친 학생이 기업에 도제교육생으로 취업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듀얼 시스템’이 특징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원서를 내면 기업이 시험과 면접 등의 선발 과정을 거쳐 도제훈련생을 선발합니다. 통상 3년 동안 기업에서 근무하며 매주 4일은 현장에서 일하며 직업 교육을 받고 하루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식으로 이뤄지죠. 비율로 따지면 실무 교육 70%, 이론 교육이 30% 정도입니다. 도제교육이 이뤄지는 직종도 기술직 외에 판매직과 영업직 등 다양합니다. 독일 전체 인구의 약 55%가 이 같은 도제교육을 받습니다.”

도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은 얼마나 되나요.
“210만개가 넘는 독일 기업 중 43만8000개가 관련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독일 전체 기업의 20%가 조금 넘게 참여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간 이상 규모의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매년 50만명이 새롭게 도제교육에 투입되며 현재 약 140만명의 훈련생들이 327개 직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인지도가 높은 인기 기업의 경우 훈련생이 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만하임에 있는 미국계 농기계 생산업체 존디어 공장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방크는 경쟁률이 매년 50 대 1에 달한다.

교육 과정이라고 해도 급여를 지급해야 할 텐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훈련생들은 교육 과정 중 평균 800유로(약 100만원)의 월급을 받습니다. 정규직의 약 3분의 1 수준이지요. 급여를 포함해 훈련생 한 명을 교육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연평균 1만8000유로(약 2300만원) 정도니까 적은 비용은 아닙니다. 하지만 교육이 작업의 연장선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투자 금액의 76% 정도는 교육 과정에서 회수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독일 정부가 도제교육 지원을 위해 연간 54억유로(약 6조8000억원)를 지원하고 있고 교육을 마친 후에도 계속 남아 근무하는 비율이 높아서 기업 입장에서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청년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에서도 독일식 도제교육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청의 최근 발표 내용을 보면, 미국의 실업자 수가 93만명에 달하는데도 적임자를 구할 수 없어 비어있는 일자리가 480만개나 된다.
전문가들은 맞춤형 도제교육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오랜 시간 관련 시스템을 운영해온 독일과 달리 도제 시스템 도입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국의 경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롯의 공장에 독일식 도제교육을 도입한 전기전자 기업 지멘스의 경우 훈련생 한 명을 교육하는 데 17만달러(약 1억9000만원)를 쓰고 있다고 미국 시사 월간지 <아틀랜틱(The Atlantic)>이 최근 보도했다.


독일 엘레베이터 전문 기업 티센크루프의 도제교육 모습 <사진 : 블룸버그>

도제교육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얼마나 되나요.
“교육 기간에 훈련생들은 두 차례의 시험을 통해 기술 수준을 평가받습니다. 이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은 훈련생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합니다. 교육을 마치고 정규 직장에 취업하는 비율은 95% 정도 됩니다.
또 과정을 마치고 계속 같은 직장에 남아 일하는 경우도 전체의 66%나 됩니다. 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마이스터(meister)’ 자격 취득을 위해 공부할 수 있고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독일식 도제교육에 개선해야 할 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도제교육을 운영하는 독일 기업의 비율은 2009년 24%에서 2013년에는 20.7%로 줄었습니다. 인기 기업의 경우 훈련생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어있는 자리는 오히려 늘었어요. 인구 감소에 더해 외국어와 신기술 등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업무 능력 기대치가 높아진 탓에 대학 진학으로 방향을 트는 학생들이 늘었기 때문이죠.
지멘스와 보시 등 독일의 세계적 기업의 경우 기대치는 더 높을 수밖에 없죠. 복합적인 이유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도전입니다. 독일은 기술자가 존경받는 나라지만 주요 기업의 임원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대졸자들이 많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는 독일의 출산율 감소로 도제교육을 받을 연령의 학생 수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약 5000명,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12만명이 줄었다고 최근 보도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독일상공회의소(DIHK)는 “10년 전보다 도제교육을 받는 학생은 7% 감소했지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는 같은 기간 40% 늘었다고 최근 발표했다.

독일 경제 위상에 비해 비즈니스 스쿨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ESMT를 비롯한 독일 비즈니스 스쿨의 경쟁력을 소개하면.
“BMW와 다임러, 보시, 지멘스, 바스프, 머크, SAP, 아디다스와 푸마 등 세계를 주름잡는 독일 출신 글로벌 기업은 물론 히든 챔피언 기업이 맹활약하는 틈새시장의 성공 사례와 경영기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이 밖에 독일이 강점을 가진 기업 지배구조와 노사관계, 사회공헌 등 분야에서도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크리스토프 버거
미시간대 응용경제학 석사, 아서디리틀(ADL)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 베텔스만북클럽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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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교육(apprenticeship) 유럽 중세 도시의 상인이나 수공업자의 동업조합이었던 길드(guild)의 후계자 양성을 위한 기술 훈련을 목적으로 만든 제도다. 조합 내에서 독립된 장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제에서 시작해 직인(職人)과 장인(匠人)의 3단계를 밟도록 돼 있었다. 도제는 이 과정의 첫 단계다. 독일에서 도제 교육의 역사는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것이 의무로 제도화된 것은 14세기 후반부터다.

인더스트리 4.0 2012년 도입된 독일 정부의 핵심 미래 프로젝트. 제조업에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을 접목해 지능형 공장(smart factory)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분야는 로봇 산업과 물류 및 정보통신기술(ICT) 등이다.

히든챔피언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펴낸 동명의 저서에서 비롯된‘히든 챔피언’은 매출이 40억달러 이하인 기업 가운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 또는 소속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을 뜻한다.



세차 전문 마이스터 인증서

plus point

직업교육의 꽃 ‘마이스터’

마이스터는 독일어로 주인, 스승 등을 뜻한다. 독일의 독특한 기능인력제도로 이론이 아닌 현장 경험과 손기술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에게 주는 호칭이다. 우리나라의 기능장 또는 명인에 해당한다. 도제교육을 마치고 3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면 마이스터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마이스터가 되려면 독일상공회의소(IHK) 등 관련 기관이 운영하는 마이스터슐레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자신의 전공과 경제, 법률, 교육, 전문과정 등 4개 과목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자동차 정비와 금속 제련, 목재 가공은 물론 소시지와 맥주 제조, 제빵과 꽃꽂이 등 수많은 분야의 마이스터가 있다.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면 일반 기술자는 물론 웬만한 대졸 직장인 이상의 대우를 보장받는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운영하는 수공업 기업 수는 100만개에 육박한다. 독일 대학의 학비가 공짜인데도 대학 진학률이 40% 안팎에 머무는 것도 기술을 중시하고 기술자를 우대하는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plus point

도제 시스템이 낳은 스포츠 기업 아디다스와 푸마는 형제

신발·의류산업은 도제교육 역사가 가장 오래된 분야 중 하나다. 독일을 대표하는 양대 스포츠 패션 프랜드 아디다스와 푸마도 도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일 구두수선공 아디 다슬러(Adi Dassler)는 1924년 형 루디 다슬러(Rudi Dassler)와 함께‘게브뤼더 다슬러’란 이름의 브랜드로 신발 사업을 시작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자신이 만든 운동화를 들고 미국의 육상 스타 제시 오언스를 찾아가 신어달라고 부탁했고 오언스가 4개의 금메달을 휩쓸면서 사업에 크게 성공했다.

2차대전 후 형과 갈등을 빚은 그는 1948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아디다스(Adidas)를 세웠다. 형 루디 다슬러(Rudi Dassler)도 같은 해 루다(Ruda)를 설립했다. 루다는 이후 푸마(Puma)로 이름을 바꿨다.

아디다스와 푸마는 날로 번창했지만 한 번 갈라선 형제는 루디가 1974년, 아디가 1979년 사망할 때까지도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형제가 결별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소문이 있지만 확인할 길은 없다.

1970년대에는 아디다스와 푸마 직원끼리의 결혼도 달가워하지 않았고 서로 같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조차 싫어했을 정도로 긴장이 고조됐다. 반목을 거듭하던 두 기업은 2009년 두 형제가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독일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 열린‘세계 평화의 날’행사에서 양사 대표가 손을 맞잡으면서 60년 만에 극적으로 화해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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