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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내륙 농촌 마을인 자타 마을회관 앞에서 농민들이 새마을운동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조귀동 기자

“딜리정스! 아우토아시스탕스! 코페라시

옹!(Diligence! Auto-assistance! Coopération!)”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최대 도시 아비장에서 300㎞ 떨어진 내륙 농촌 마을 자타. ‘새마을’이라는 한글이 선명한 조끼를 입은 십여명 정도의 남성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운동 구호를 프랑스어로 외쳤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이 지역에서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지도자들이다.

“새마을운동이 도입되기 전에는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을 발전시킨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을 통해 서로 협력해 소득과 교육, 보건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새마을운동 지도자 카오우아디오 아마니 에브르의 말이다.

아프리카 농촌 개발에서 한국식 ‘새마을운동’ 모델이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농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고, 의식 개혁을 통해 마을 운영 방식을 바꾸는 독특한 운영 방식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신흥국 지원 방식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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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밭을 경작하고 있는 코트디부아르 농민. 사진 조귀동 기자

“자율·협동 강조하는 운동 방식 효과적”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2014년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 함께 내륙 중심지 야무수크로주(州) 건설 마을 두 곳을 선정해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사업을 실시했다. AfDB는 한국 정부와 협력해 2011년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사업을 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와 농민들은 “지금까지 도입된 농촌 개발 모델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코트디부아르 농업개발청의 코네 미아만 박사는 “새마을운동은 해당 지역 농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역량을 끌어올렸다”며 “단순히 외부 자금이나 기술을 지원한 것 이상의 성과를 창출해냈다”고 말했다. 미아만 박사는 “농민에 대한 교육, 의식개혁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강조한 새마을운동의 철학이 아프리카에서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응베크로의 새마을운동 지도자 은드리 코우아슬 모이세는 “처음에 마을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과정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새마을운동 지원 자금을 어떻게 쓸지를 마을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모이세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먼저 가장 절실한 의료 시설부터 짓기로 합의했다”며 “이후 5인 1조로 농가 소득 증대반을 꾸리고, 주거 개량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응베크로에서 5인 1조의 소득 증대반을 운영키로 한 것도 주민들이 투표로 정한 것이었다. 모이세에 따르면 소득 증대반들은 관개 시설 건설, 비료 및 농약 구입, 닭·돼지 사육 등에서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한 조인 5명은 새마을운동 지원 자금에서 최대 110만세파프랑(CFA·2000달러)을 연 15% 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코트디부아르 1인당 국민소득의 1.5배가량 되는 규모다.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코트디부아르 농민 대부분이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용한 종잣돈이었다.

현지 농민 코나시 은거라우는 “새마을운동 덕에 경작 면적을 500㎡(151평)에서 5000㎡(1510평)로 늘릴 수 있었다”며 “한 해 수확량도 350㎏에서 3t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은거라우는 이제 본인 이외에도 6명의 근로자를 써서 주식인 카사바, 쌀 등을 키우는 어엿한 부농이 됐다.

남편과 사별하고 두 자녀를 홀로 키우는 조우논 실비는 새마을운동 덕분에 소득을 늘려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그는 새마을운동 자금 500달러를 빌려 토마토 등 야채 농사를 시작했다. 현재는 같은 마을 주민과 함께 합작 형태로 3만5000㎡(1만600평)로 경작지를 늘린 상태다. 실비는 “여기서 재배한 토마토 등을 도시에 판매하고 있다”며 “소득이 연 2만세파프랑(36달러)에서 연 30만세파프랑(534달러)으로 크게 늘었고, 이렇게 번 돈으로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올라고케 올라다포 AfDB 농업개발국장은 “새마을운동 프로젝트의 가장 큰 강점은 대규모 지원이 끝난 이후에도 자생력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경제적 인센티브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고, 영농 기술이나 시설 유지보수에서도 노하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과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는 새마을운동 철학이 한국형 대외원조 방식의 강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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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시범사업 자금으로 건설된 유치원에서 유치원생과 교사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조귀동 기자

“교육·참여 유도는 한국식 대외원조 강점”

코트디부아르 최고 명문대인 펠릭스우푸에부아니대학교 경제경영대학의 황희영 교수는 “대외원조에서 피원조국 주민들에 대한 교육과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는 것은 한국만의 고유한 특징”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성원들을 일일이 교육시키고 몇 년간 사업을 관리하는 게 까다롭고 일손도 많이 필요한데, 한국식 원조는 피원조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노하우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효과적이고, 피원조국의 반응도 좋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새마을운동은 한국의 대표적인 대외원조(ODA) 사업 ‘브랜드’ 중 하나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새마을운동 모델 보급이 시작됐다. 세계은행(WB), 유엔개발계획(UNDP) 등도 오래전부터 신흥국 농촌 개발 모델로 새마을운동을 주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대규모로 관련 사업이 진행됐다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불법 개입과 방만한 운영 문제로 존폐 기로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새마을운동 ODA 예산은 16개 사업 252억원으로 박근혜 전 정부가 짠 2017년도 예산(229억원)보다 10%가량 늘었다. 아시아, 아프리카 각국이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경제 발전 노하우에 대한 관심도 높다. 5월 21~25일 부산 벡스코에서는 AfDB 연차총회가 열렸다.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열린 5번째 연차총회다. 2017년 인도 간디나가르에 이어 연차총회가 2년 연속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열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AfDB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왜 한국에서 총회를 열어야 하는지 불만도 있었지만, 한국과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고 한 AfDB 관계자는 말했다.

아칸우미 아데시나 AfDB 총재는 “한국은 경제성장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IT(정보기술) 등 첨단 산업으로 구조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아프리카 각국이 꼭 참고해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 한국은 인프라스트럭처, IT, 인적자원 개발, 농촌 개발, 기후변화, 개발경험 공유 등 6개 분야에 2020년까지 50억달러(5조4300억원) 규모로 금융 지원을 아프리카에 제공하기로 했다.

조귀동 조선비즈 경제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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