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 열린 지난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선 경제 성장 목표치를 내놓지 못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경제 성장 예측이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올해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2.3% 성장했다.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1.6%를 기록한 후 최저치라고는 하나, 주요국 중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중국은 지난해 가장 먼저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해 국내총생산(GDP)이 2.3% 증가했다”고 자평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창궐 후 두 번째 맞은 올해 전인대에선 최소 6% 성장을 자신했다. 국제 금융권에선 올해 중국 경제가 8~9%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속에 꺼낸 슈퍼 부양책도 올해는 규모가 작아진다. 중국 정부는 부양 강도 조절에 나서면서도 과학기술 연구 투자는 대폭 늘렸다.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의식한 행보다.


1│올해 6% 이상 성장 목표

리 총리는 3월 5일(이하 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전인대 제4차 회의 개막식 정부 업무 보고에서 2021년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6% 이상으로 제시했다. 올해 최소 6% 성장을 확신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6%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성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2%대로 뚝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기저효과를 반영할 때 중국 정부가 정한 6% 이상 성장이 확실시된다.

중국 성장률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지난해 1분기 -6.8%로 추락했다. 그러나 일부 전면 봉쇄와 이동 제한 조치로 코로나19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통제해 2분기부터는 경제가 점차 회복했다. 리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에서 “성장 목표를 6% 이상으로 정해 개혁과 혁신, 높은 질적 성장에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는 국제 연구기관이나 금융권 예상치인 8% 안팎보다 보수적인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8.1%, 세계은행은 7.9%, 중국사회과학원은 7.8%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 엘리트들은 중국 경제가 규모에 비해 질적 성장이 부족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절박한 인식을 하고 있다. 먀오웨이(苗圩) 전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은 3월 7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세계 제조업 등급을 1(높음)~4(낮음)등급으로 나누면 중국은 3등급에 불과하며, 제조업 강국이 되는 목표를 이루는 데 최소 30년은 뒤처져 있다”고 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이 제조업 대국이긴 하지만 강국은 아니란 얘기다.

2│재정 부양 속도 조절

중국은 올해 적극적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강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내놨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올해는 일부 거둬들이기로 했다.

올해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 목표치는 3.2%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목표치(3.6%)보다 낮아졌다. 중국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1조위안(약 175조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했다.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진 2007년 이후 13년 만에 특별 국채를 찍었다. 그러나 리 총리는 “올해 코로나19 채권 발행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인프라(사회기반시설) 투자용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 발행 한도도 지난해 3조7500억위안(약 656조2500억원)에서 올해 3조6500억위안(약 638조7500억원)으로 줄었다. 금융·부동산 시장에서 거품 발생 경고가 잇따르면서 당국이 부채 위험 관리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화 정책도 온건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물경제 지원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소비자물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3.0%로 정해졌다. 2019년 목표치와 같고 2020년 목표치(3.5%)보다는 0.5%포인트 낮아졌다. 올해 도시 일자리를 1100만 개 이상 창출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도시 신규 취업자 수 목표를 900만 명으로 정했는데, 실제 1186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경기 회복세를 감안해 올해는 고용 목표를 더 올려 잡았다. 도시 실업률도 지난해(6.0%)보다 낮은 5.5% 안팎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정부 계획에선 국내 수요 지속 확대도 강조됐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전인대 때부터 언급한 국내 시장 중심의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 전략의 일환이다. 쌍순환은 내수 중심 국내 대순환과 무역 중심 국제 순환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을 뜻하는 새로운 경제 발전 개념이다. 국내·국제 쌍순환 중에서도 시 주석은 수출 주도 성장보다 내수·소비를 주축으로 한 쌍순환 발전을 강조했다. 올해 1월엔 초대형 규모의 국내 시장을 건설하고 내수·소비를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3│10년간 칼 갈듯 기술 자립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향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미국의 방해에 맞서 독자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건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3월 3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문서에서 중국을 “경제·외교·군사·기술 파워를 결합해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국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 지도부로선 반도체 등 외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리 총리는 올해 시작되는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 기간 연구개발(R&D) 지출을 매년 7%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중국의 R&D 지출은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조4400억위안(약 427조원)으로, GDP에서 2.4%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GDP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을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과학 분야 기초연구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새 5개년 계획의 첫해인 올해 중앙정부의 기초연구 지출을 지난해 대비 10.6% 늘린다고 했다. 중국 과학기술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R&D 지출에서 기초연구 지출은 6.16% 수준이었다. 올해는 이 비중을 8%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중점 육성할 7개 핵심 기술 분야로 AI, 퀀텀(양자)·클라우드 컴퓨팅, 신경망, 반도체, 유전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 심해·우주·극지 탐험을 꼽았다. 리 총리는 “10년 동안 칼 하나를 갈듯(十年磨一劍) 핵심 기술 연구와 중대 돌파구 마련에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희 조선비즈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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