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일본인 남성 뒤로 올림픽 상징인 오륜이 보인다. AP연합
마스크를 쓴 일본인 남성 뒤로 올림픽 상징인 오륜이 보인다. 사진 AP연합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은 올해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까. 매일 수천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일본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을 듯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두 번째 긴급사태까지 선포했다. 그런데도 대회 조직위원장은 ‘올림픽 재연기 불가’ 입장을 내놨다.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첫 연기 사태를 맞은 도쿄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위원장)은 1월 12일 교도통신 사내 모임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강연에서 올해 7월로 1년 미뤄진 대회의 재연기 여부에 대해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모리 위원장은 올림픽 재연기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 돈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올림픽 준비에 투입된 조직위 직원 대부분을 도쿄도(都)와 정부 관계부처에서 파견받았는데, 직원들에게도 각자의 인생이 있어 파견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모리 위원장은 대회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모리 위원장은 이날 조직위 직원들에게 건넨 새해 인사에서도 “끝까지 담담하게 추진해 나간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라고 했다. 또 무관중 개최 가능성에 관해서는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3월까지는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회 조직위 수장은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일본 국민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1월 9~11일 전국 유권자 1278명(유효 답변 기준)에게 조사한 결과,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한 달 전인 2020년 12월 조사 때보다 1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39%), 중단해야 한다(38%) 등 부정 여론은 77%에 달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 ‘도쿄올림픽 회의론’이 확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이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월 13일 30만 명을 돌파했다. 일본에서는 2020년 1월 15일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9개월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고, 2개월 뒤인 12월 20일 20만 명을 기록했다. 그리고 겨우 23일 만에 30만 명을 넘어선 것이다.

올해 들어 도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점은 특히 우려스럽다. 1월 8일에는 하루 최다인 7882명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자 일본 정부는 도쿄와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등 수도권 4개 지역에 2월 7일까지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2020년 4월 제1차 긴급사태를 발령한 이후 두 번째다. 긴급사태 적용 지역에서는 오후 8시 이후 외출 자제, 음식점 영업시간 오후 8시까지로 단축, 출근자 수 70% 줄이기 등의 조치가 강화된다.

일본 정부는 1월 13일 오후 오사카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추가 발령했다. 또 한국과 중국 등 11개 국가·지역을 상대로 인정해온 비즈니스 목적의 입국도 일시 중단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일본 도쿄 시민들이 긴자 쇼핑가를 걷고 있다. 사진 AP연합
마스크를 착용한 일본 도쿄 시민들이 긴자 쇼핑가를 걷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1
가계 소비 35조원 감소 우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고 개인과 기업 활동이 억제되면 경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일본 정부의 이번 긴급사태 발령으로 최대 3조3000억엔(약 34조8272억원)의 가계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6개월 후에는 14만7000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다.

김승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일본 도쿄무역관은 “긴급사태가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8.3%(실질 GDP 기준)의 역성장세를 보인 2020년 2분기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경기에 대한 자신감 하락은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세 이상 일본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는 일본 경제력이 약하다고 말했다. 경제력이 강하다고 답한 비율은 28%였다. 이 조사가 실시된 이래 일본 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올림픽 개최를 통한 경기 부양 욕구는 커질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월 7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월 7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스가 총리 지지율은 ‘뚝’

코로나19 방역 실패는 정권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진다. NHK가 시행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힌 유권자는 응답자의 40%로 나타났다. 스가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이는 41%였다. 스가 내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우위를 점한 건 내각 출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올림픽 개최가 무산되면 스가 총리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2020년 9월 스가 내각이 발족할 당시만 해도 지지 의견은 62%에 육박했고, 비판 의견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는 스가 총리가 긴급사태를 너무 늦게 선언했다고 했다. 또 80%는 긴급사태 최초 선포 지역이 수도권 4곳에 그쳐서는 안 됐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방역과 경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며 국내 여행 장려 정책을 밀어붙인 바 있다.


한 의료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사진 AFP연합
한 의료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3
이 와중에 새 변이 바이러스 등장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도 백신 확보를 코로나19 사태 해결의 유일한 돌파구로 여긴다. 현재 일본 정부는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계약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1억2000만 명분을 확보한 상태다. 2월 말부터 의료인·고령층·기저질환자 등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고, 4월부터는 일반인 접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전한 올림픽 개최에도 백신 확보는 필수다.

문제는 최근 일본에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1월 10일 발표에 따르면 이달 2일 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한 남녀 4명이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것과는 다른 코로나19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브라질 아마조나스주에 머물다가 일본으로 입국했으며, 공항 검역소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이번에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나 백신의 유효성 등을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려워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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