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4일(현지시각)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지사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사진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14일(현지시각)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지사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춰 선 미국 경제의 정상화 시기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경제 활동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신중한 대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러 주가 매우, 매우 곧, 이달 말보다 더 빨리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쇄 종료와 경제 재개 계획을 거의 완성했고 16일에 주지사들에게 이를 설명하겠다며 “주지사들이 그 계획을 각 주에서 적절한 시기에 집행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활동 재개 시점을 주별 상황에 따라 결정하도록 자율권을 주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일 경제 활동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사회 분야 유명 인사 수십 명으로 구성된 ‘경제 활동 재개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제 재개 시점과 방식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이다. 위원회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크래프트 뉴잉글랜드패트리어츠 구단주, 켄 그리핀 헤지펀드 매니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이 포함됐다.

주 정부에 자율성을 주겠다는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경제 정상화 시점을 놓고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와 벌이던 기 싸움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13일 쿠오모 주지사는 콘퍼런스콜을 열고 뉴욕을 비롯한 동부 해안 7개 주 주지사들과 협력체를 구성해 경제 재가동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해당 주는 뉴욕·뉴저지·코네티컷·펜실베이니아·델라웨어·로드아일랜드·매사추세츠 등이다. 또 같은 날 캘리포니아·오레곤·워싱턴 등 서부 해안 3개 주도 ‘서부주협약(WSP)’을 발표하고 경제 재개에 공동으로 대응키로 했다. 동부와 서부 경제권의 주요 주가 각각 협의체를 결성한 것이다. 10개 주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3%다.

실제로 주지사들의 연대는 트럼프의 심기를 자극, 트럼프 대(對) 쿠오모의 싸움으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콘퍼런스콜 이전부터 트위터에 “(경제 재가동은) 대통령의 결정 사항”이라며 주지사들의 연대를 극도로 견제했고 콘퍼런스콜 이후에도 “대통령의 권한은 전면적”이라고 주지사 협의체를 겨냥했다.

이후 두 사람은 트위터와 방송 인터뷰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14일 쿠오모 주지사는 NBC방송 ‘투데이쇼’에 출연해 “우리에겐 대통령이 있지, 왕은 없다”며 “대통령에게 전면적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정상화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뉴욕주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식이라면 거부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당일 오전만 해도 자신의 트위터에 “쿠오모는 매일, 심지어 매시간 모든 것을 부탁하기(beg) 위해 전화를 했다”면서 “지금 그(쿠오모)는 독립을 원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그는 “모든 민주당 주지사들에게 ‘바운티호의 반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고 전하라”면서 주지사 연대를 ‘반란’으로 표현했다.


13일 쿠오모 주지사가 개최한 콘퍼런스콜. 사진 뉴욕주
13일 쿠오모 주지사가 개최한 콘퍼런스콜. 사진 뉴욕주

연결 포인트 1
트럼프 vs 민주당 주지사

주지사 연대 배경으로는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가장 먼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4월 14일 월드오미터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확진자 수는 11일 이후 하향 안정화 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일 3만3명이던 신규 확진자 수는 12일 2만7421명, 13일 2만6641명을 기록했다. 사태가 가장 심각한 뉴욕주에서도 입원 환자 수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다. 쿠오모 주지사도 이날 “위기의 정점에 있다”면서 “뉴욕주 전체 입원 환자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인접 주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주지사들의 정치적인 견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연대의 핵심축인 쿠오모 주지사를 비롯해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한 동부 6개 주 주지사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주지사들의 공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암묵적인 ‘질책’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들. 사진 AFP연합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들.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2
美 가계 41% “소득 타격 입었다”

조심스레 경제 재가동 계획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타격은 실업에 따른 소득 감소다. 4월 9일 기준 지난 3주간 미국에서 168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매일 8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실제로 13일 더힐에 따르면 몬머스대 조사에서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미국인이 타격을 입었다. 소득 구간별로 연 소득 5만달러 이상 가계의 42%, 5만~10만달러 가계의 40%, 10만달러 이상 가계의 43%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의 22%는 코로나19로 청구서 청구 금액을 갚기 어렵다고 답했다.

기관들의 전망도 암울하다.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전망치(2.0%)에서 7.9%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세계 평균(-3.0%)을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의 역성장은 2009년 -2.5% 이후 11년 만이다. 민간 투자은행인 JP모건도 2분기 미국 GDP가 40% 감소할 것으로 봤다. 앞선 예상치(25% 감소)보다 악화한 것이다.


브리핑 중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 사진 AFP연합
브리핑 중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주지사.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3
코로나19로 떠오른 쿠오모 대세론

뉴욕주가 미국 내에서 코로나19로 최악의 타격을 입었지만, 주정부의 적절한 대응 방식 덕분에 쿠오모 주지사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매일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뉴욕주의 상황을 냉정하고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11월 대선 후보로 바이든 전(前) 부통령 대신 쿠오모를 지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4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스무센리포트의 최근 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쿠오모가 적합하다는 응답이 38%로, 바이든과 동률을 이뤘다. 보수 성향의 그로스팩 클럽이 의뢰한 외부 조사에서는 쿠오모가 52%로 바이든을 앞섰다. 퀴니피액대학의 여론조사에서도 쿠오모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는 답변이 59%로, 트럼프 대통령이 잘했다는 답변(46%)을 크게 뛰어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쿠오모가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월부터 시작된 민주당 경선 과정을 뒤엎는 것이기 때문이다. 쿠오모도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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