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3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3월 3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 경제에 미칠 우려가 커지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연준은 3월 3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예고에 없던 ‘깜짝’ 금리 인하였고, 금리 인하 폭도 컸다. 연준은 3월 17~1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선제 조치에 나섰다. 정례 FOMC 회의가 아닌 중간에 긴급히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0.5%포인트의 금리 인하 폭도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빅 컷’이다. 이 역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연준이 코로나19 대응에 시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 FOMC 위원들이 전날 밤 화상 회의를 한 뒤 이날 오전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승인했다고 전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그러나 코로나19는 경제 활동에 ‘진화하는(evolving) 위험’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에 비춰, 또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FOMC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1.0~1.25%로 내리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전개 상황과 이것이 경제 전망에 미치는 함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수단을 쓰고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연준은 기존 동결 기조에서 방향을 틀었다. 연준은 2019년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같은 해 12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금리 인하에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월 28일 긴급성명을 통해 “코로나19가 경제 활동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며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고 우리의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지 나흘 만에 연준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하 전부터 시장은 올해 3~4차례의 인하를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다그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준의 전격적 금리 인하에도 트위터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 및 경쟁자들과 (금리를) 맞추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마침내 연준이 선도할 시간”이라며 “보다 완화하고 낮춰라”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같은 날 진행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전화 회의 이후 이뤄졌다. G7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고, 모든 적절한 정책 수단을 다 사용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미국과 호주 중앙은행이 즉각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호주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WSJ는 “연준의 금리 인하는 글로벌 성장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고, 블룸버그도 “연준의 결정은 전 세계 다른 중앙은행의 완화 물결에 대한 전조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2월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한 약국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2월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한 약국에서 직원이 마스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연결 포인트 1
전 세계는 코로나19와 전쟁 中

그동안 각 국가가 자국의 코로나19 유입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각개 전투를 벌였다면, 이제 국제 사회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위해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의 신호탄을 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총재도 3월 2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보건 시스템이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다”며 “긴급 대출, 정책 조언, 기술 지원을 비롯해 최대한 활용 가능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는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발병 보고된 뒤 두 달여 만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에 국한됐던 코로나19는 1월 말 태평양을 건너 북미 지역으로 퍼졌다. 이어 같은 달 프랑스와 호주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나오면서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도 감염지가 됐다. 2월 들어 아프리카 북동부와 중남미의 브라질에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가 3월 3일 거래를 마감한 뒤 장내 전광판에 폐장 시세가 표출되고 있다. 사진 AP연합
미국 뉴욕증권거래소가 3월 3일 거래를 마감한 뒤 장내 전광판에 폐장 시세가 표출되고 있다.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美 증시 급락…“시장 불만 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카드에도 3월 3일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3% 가까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2.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2.8%, 나스닥지수는 2.99%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국채로 몰렸다. 같은 날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 밑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익률과 채권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전날 뉴욕증시 3대 지수가 4~5%대 급등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먼저 반영된 데다, 정례 FOMC 회의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모양새여서 오히려 당국이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주가 하락의 근본적 원인(코로나19)은 시정하지 못하더라도 지출과 심리에 미치는 피해를 완화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일단 통제되면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연결 포인트 3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시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월 4일 연준의 금리 인하 관련 긴급 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의 정책금리가 국내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졌다”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이와 같은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 총재의 이러한 발언은 2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한 직후 밝힌 입장에서 금리 인하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한은 전망(3월 중 정점에 이르고 이후 점차 진정세를 나타낼 것)이 전제한 대로 진행될지 아니면 그보다 장기화할 것인지를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보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 시기에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진정되지 않으면서 연준이 긴급 처방을 내린 것처럼 한은도 4월 9일 예정된 정례회의에 앞서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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