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하라주쿠역 근처 ‘다케시타 거리’에 있는 치즈 핫도그 매장. 일본어로 쓰인 간판 사이 한글로 ‘치즈 핫도그’라고 써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 멤버 야부키 나코(오른쪽 위), 혼다 히토미가 치즈 핫도그를 먹는 모습. 사진 야부키 나코 트위터, 혼다 히토미 인스타그램
일본 도쿄 하라주쿠역 근처 ‘다케시타 거리’에 있는 치즈 핫도그 매장. 일본어로 쓰인 간판 사이 한글로 ‘치즈 핫도그’라고 써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 멤버 야부키 나코(오른쪽 위), 혼다 히토미가 치즈 핫도그를 먹는 모습. 사진 야부키 나코 트위터, 혼다 히토미 인스타그램

2월 22일 오전 11시 일본 도쿄 시부야(渋谷)구 하라주쿠(原宿)역의 최고 번화가 ‘다케시타 거리(竹下通り)’. 겨울을 지나 이제 막 봄에 들어선 거리에는 평일임에도 10~20대 젊은이들로 북새통이었다. 서울의 명동이나 신촌을 연상하게 했다. 거리 곳곳에선 핫도그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앳된 얼굴의 10대 여성은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더니 그 안에서 흘러나온 치즈를 일부러 쭉쭉 늘렸다. 그러곤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찍으며 즐거워했다. 최근 일본 청소년들 사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치즈 핫도그의 치즈를 길게 늘어뜨린 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기 때문이다. 치즈가 길게 늘어날수록 인기 사진으로 인정받는다.

근처에 ‘하라주쿠 치즈 핫도그’라는 한국어가 쓰인 작은 가게가 보였다. 3.3㎡(1평) 넓이의 빨간색 직육면체 모양의 가게 앞에는 15명의 손님이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가게 주변에 서서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치즈 핫도그 가격은 1개당 700엔(약 7100원). 한국보다 물가가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도 몰리는 손님을 보며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치즈 핫도그 가게 근처를 30분 이상 맴돌며 지켜봤지만 가게 앞 행렬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 명이 핫도그를 받아 가게를 떠나면 금세 새로운 고객이 빈자리를 채웠다. 이곳의 치즈 핫도그는 하루에 많으면 1000개까지도 팔린다. 핫도그 가게는 그동안 다케시타 거리를 대표하는 간식이었던 크레이프 매장을 제치고 명소로 떠올랐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음식이나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코리아타운’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주변을 벗어나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오쿠보역 인근은 일본 도쿄 내 한류의 중심지다. 이곳에서 유행했던 삼겹살, 막걸리, 호떡, 삼계탕, 치즈 닭갈비는 K-푸드 열풍의 대표적인 사례다. 신오쿠보를 중심으로 했던 K-푸드의 인기는 최근 인스타그램의 활성화와 신(新)한류 열풍을 타고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신한류 열풍은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출발해 30·40대 일본 여성을 위주로 했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K-팝 아이돌이 인기의 중심이며, 주로 10·20대가 팬덤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유행을 타기 시작한 치즈 닭갈비와 치즈 핫도그는 일본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3월 현재 인스타그램에 일본어로 ‘핫도그(ハットグ)’를 검색하면 1만7700여 개의 사진이 나온다. 도쿄에서 5년째 살고 있는 한국인 이연재(29)씨는 “예전에는 한국 음식이 생각나면 신오쿠보역 근처로 가야 먹을 수 있었는데, 최근 몇 개월 사이 여러 번화가에서 한국 음식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면서 “최근 시부야역 인근에도 ‘종로 치즈 핫도그’ 매장이 생겼는데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선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역 근처 공차 오모테산도점 매장. 한 여성이 버블티를 받아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역 근처 공차 오모테산도점 매장. 한 여성이 버블티를 받아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공차 버블티, 전년 比 매출 180% 증가

같은 날, 패션으로 유명한 거리 오모테산도역 인근에서도 신한류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오모테산도역 근처에는 고급 매장들이 즐비하다. 서울로 치면 강남구 청담동에 비교할 만한 거리다. 이 지역에는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이 많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블티 브랜드 ‘공차’의 인기였다. 공차 오모테산도점은 오전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게 앞에는 공차 음료를 들고 스마트폰으로 ‘인증 샷(음식을 먹거나 활동을 한 후 증거 사진을 남기는 일)’을 찍는 젊은 여성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공차 버블티는 지난해 일본의 경제·트렌드 전문지 ‘닛케이트렌디’에서 발표한 2018년 히트상품 30개 중 22위에 선정됐다.

버블티는 쫀득한 타피오카 전분 덩어리가 들어간 차(茶)로, 대만 등 중화권에서 시작됐다. 버블티가 주메뉴인 공차는 2006년 대만에서 1호점을 열었다. 2017년 한국 법인인 공차코리아가 대만 본사 지분을 70% 인수하면서 글로벌 본사로 발돋움했다. 공차코리아는 올해 2월 말 기준 일본에서 직영점 7곳과 가맹점 19곳을 운영하고 있다. 점포당 하루 평균 매출은 69만엔(7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80% 증가했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일본에 진출할 때, 한국 여행 경험이 있는 일본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먹어봤던 버블티’라고 입소문을 내줘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하라주쿠·시부야·신주쿠 등 도쿄 내 핵심 번화가에만 출점하는 전략을 썼다”고 했다. 한류 1번지 신오쿠보에는 매장을 내지 않았다. 공차코리아는 올해 26개의 점포를 일본에 새로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10·20대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예쁜 사진을 원하는 데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을 필두로 하는 신한류의 영향이 합쳐져 한국 음식과 한국 프랜차이즈가 약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올릴 사진이 예쁘게 나오게 한다는 의미인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라는 신조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핫도그는 죽 늘어나는 치즈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에 예쁘다는 이유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 협력 걸그룹 ‘아이즈원’의 일본인 멤버인 야부키 나코와 혼다 히토미도 SNS에 치즈 핫도그를 먹는 사진을 올렸다. 한결같이 핫도그를 입에 물고 치즈를 죽 늘린 모습이다. 이들의 나이는 10대 후반으로, 여느 K-팝 팬들과 또래다. 혼다 히토미는 “핫도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먹거리(ハットグが世界でいちばんすきな食べ物)”라면서 “핫도그. 치즈. 사랑해”라고 한국어와 함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장인 조영석(29)씨는 “거래처의 일본 사람이 아주 맛있는 고깃집을 소개해주겠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신오쿠보에 있는 ‘새마을 식당’이었다. 주변 일본 지인의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아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이는 한국 음식을 비롯한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세대가 일본의 젊은 세대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일본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정치·역사에 대한 갈등에 조명하기보다는 문화 그 자체를 즐기고,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 싱크탱크 겐론(言論) NPO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 미만에서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답한 비율은 37.5%. 반면, 50대에선 27.7%였다. 세대 간 호감도가 10%포인트가량 차이 난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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