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기업 암(ARM) 인수 이후 손 회장의 경영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다. <사진 : 블룸버그>

손정의(孫正義)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영국 반도체 기업인 암(ARM) 홀딩스를 234억파운드(약 35조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달 18일 발표했다. 이는 단일 규모로 봤을 때 소프트뱅크그룹이 성사시킨 보다폰 재팬(약 19조원), 스프린트(약 30조원) 인수를 상회하는 것은 물론 일본 기업 사상 최대 해외 인수합병(M&A)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시장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ARM은 사물인터넷(IoT) 분야 선두주자이긴 하지만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다. 더욱이 이번 인수금은 지난해 ARM 주당순이익의 70배가 넘는다. 이번 인수합병 발표 이튿날인 지난달 19일 소프트뱅크 주가는 최근 4년 내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런 논란을 의식했는지 손정의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孫泰)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손정의 회장의 기업론을 분석했다. 손태장 전 회장의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편집자


내가 보유한 사업은 얼마 전 소프트뱅크는 물론 형 손정의와 자본 관계를 완전히 청산했다. 이번 ARM 인수 건에도 내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손정의론(孫正義論)’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손정의’는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가’로 꼽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가는 이름뿐이고 도박꾼에 가까운 투자자’라고 야유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형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잘 알겠지만 그는 통신은 물론 OS에서 응용 프로그램, 방송·통신 기기와 가전 등의 하드웨어는 물론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이 바닥의 어떤 엔지니어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최신 지식을 갖고 있다. 나도 최신 지식에서만큼은 형에게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있지만 그는 언제나 나를 웃도는 지식과 통찰력을 갖고 있어 항복하기 일쑤다. 조금이라도 격차를 줄이고 싶은데 항상 뒤처져 너무 억울하다.

여하튼 그는 최고 기업의 CEO와 CTO로부터 최신 기술에 대해 직접 강의를 받고 있다. 나는 (그를 만나면) 어떤 기술 미디어와 기술 해설서에 실려 있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언제나 배울 뿐이었다. 더구나 형은 마지막에는 “너는 어째서 그런 것도 모르니. 너는 아직 그것밖에 안 되는구나”라고 말버릇처럼 말해서 화가 난다.

또 그는 기술의 BOM(제조원가)과 라이선스 로열티에 대해 전부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엔지니어도 절대로 그를 이길 수 없다. 이는 외부에서 조사해서는 절대 파악이 불가능한 정보다. 공동 기술개발을 하고 있거나 대량 구매 거래가 있거나 직접 사업상의 관계가 없으면 절대로 잡을 수 없는 이런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의 가장 큰 강점이다.


캐시카우 아이템 정한 뒤 기업인수 나서

기술에 대한 기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모두 가지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 이것만은 전 세계에서 그 누구도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분명히 ‘세계 최강의 벤처 자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손정의는 더 이상 기업체의 사장이 아니라 VC 펀드의 파트너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다.

나는 형을 옆에서 봐 오면서 ‘아, 이런 방식으론 (형을) 이길 수 없다’라고 솔직히 생각했다. 형이 절대적으로 앞서 있는데다, 사업 실행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다. 또 주제넘는 생각일 수 있지만 이 방식은 나 자신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형의 방식’이란 이런 것이다.

① 먼저 캐시 카우가 되는 핵심 사업을 만들어 낸다.
② 핵심 사업이 자연 성장할 수 있도록 초과 사업 목표 및 전략을 수립한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논리가 아니라 ‘언제까지, 얼마만큼 성장하겠다’는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③ 그 전략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수 후보를 찾고 계속 의사 소통을 시도한다.
④ 피인수 업체가 M&A 검토 가능성을 보이자마자 최대한 신용을 일으켜 레버리지로 인수한다.
⑤ 사업 연결을 통해 전략 수행의 속도를 높힌다.

나는 대기업의 분업 제도를 생리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에 하나의 기업체(소프트뱅크)에 연결돼 있는 데 상당한 저항이 있었다. 나는 기업이라는 것은 작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기업상생(相思相愛)을 제외하면 계열사는 최대한 연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모델은 ‘기업체’보다는 작은 ‘개인’에 착안해 건강한 ‘개인 공동체’를 만들어 활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여하튼 나름대로 두 모델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는 현재 어떤 모델이 더 낫다고는 딱 잘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M&A를 통해 시간을 사는 손정의식 모델의 우수성을 음미해서, 반대로 그 모델과는 다른 손태장식 모델을 확립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형으로부터 “너도 제법인데”라는 말을 듣는다면, 손정의를 계승하는 후배 기업가로서는 최고의 찬사가 될 것이다.


plus point

손태장 겅호엔터테인먼트 전회장

손정의 회장(왼쪽)과 그의 동생인 손태장 전 겅호엔터테이먼트 회장 <사진 : 소프트뱅크>
손태장(孫泰) 전 겅호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친동생으로 손씨 일가 4형제 가운데 막내다. 손태장 전 회장은 올해 45살로 손정의 회장(1957년생)과 15살 차이가 난다.

도쿄대를 졸업한 손태장 전 회장은 손정의 회장에 버금가는 수재로 알려졌다. 그는 도쿄대 재학 중 형인 손정의 회장이 야후와 합작으로 설립한 야후 재팬 설립 및 운영 과정에 참여했으며,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라그나로크’를 개발한 겅호엔터테인먼트 설립자다.

겅호는 소프트뱅크가 1998년 미국 인터넷 경매 기업 온세일과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가 전신으로, 손 전 회장은 이 회사 초대 사장으로 취임해 2004년까지 사장으로 재직했으며 이후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최근까지 등기이사직을 유지했다.

손 전 회장은 지난 3월‘일신상의 이유’로 겅호의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지난달 보유하고 있던 겅호 지분 25.77% 가운데 23.47%를 모두 매각했고, 소프트뱅크와 겅호의 지분 관계는 정리됐다. 손 전 회장은 현재 ‘미스루토우(mistletoe)’라는 벤처 투자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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