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까지 떨어졌던 10월 29일. 사진 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10월 29일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 아래로 무너진 이후 11월 들어 2100선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이란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선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조성돼 있는 지수를 의미한다. 그러나 한 번 2000선이 뚫리자 ‘바닥이 어디냐’는 공포감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번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빚을 내가면서 주식 투자를 했던 개인 투자자는 이 기간 집중적으로 손절매(손해를 보면서도 주식을 파는 것)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외국인·기관 투자자는 공매도(空賣渡)를 통해 오히려 이익을 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매도는 하락장이 예상될 때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갚는 투자 기법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권시장의 훈풍이 꺾이기 시작한 시점은 9월 말이다. 9월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9월 28일 코스피지수는 2343.07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한 달 후인 10월 29일에 1996.05로 장을 마감하며 저점을 찍었다. 9월 말 대비 14.81%가 하락하면서 2016년 12월 7일 이후 22개월 만에 2000 밑으로 내려갔다.

코스피지수는 10월의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31일에는 2029.69로 2000선 위로 올라왔으나, 여전히 9월 말보다 13.37% 빠진 상태였다. 일시적인 반등이 있었으나 낙폭을 만회하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21.11% 하락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코스피 23.13%, 코스닥 30.12% 하락) 이후 10년간의 월간 하락률 중 가장 높았다.

‘검은 10월’의 지수 폭락은 개미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손실 규모를 감지할 수 있는 지표인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서 산 주식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증권 업계에서는 반대매매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자의 손실이 불어난다고 해석한다. 또 반대매매로 인해 증권사가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주가를 추가로 떨어뜨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일어난 반대매매는 약 5216억원으로 직전 달인 9월(939억원) 대비 5.5배 늘어났다. 10월 30일 하루에만 1000억원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일어난 반대매매는 1010억3732만원이었다.

이는 반대매매 거래 기록이 남아 있는 2006년 이후 최대치다. 직전 최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27일의 851억원이었다. 일간 반대매매 규모가 10년 만에 약 160억원 차이로 직전 최대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반대매매가 늘어나면서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금액을 뜻하는 신용융자 잔고가 11월까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사기 때문에, 신용융자 잔고 증가를 투자 심리 회복의 징조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든다면 하락장에 접어들면서 반대매매를 당한 개인이 많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1월 3일 이후 약 10개월 만인 10월 30일에 9조원대로 내려앉았다. 11월 6일에는 8조9840억원까지 감소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코스피지수가 2300~2400선에서 움직였던 올해 5~6월에는 12조원대였다.


개미는 아우성, 외국인·기관은 ‘방긋’

원망의 화살은 공매도를 통해 하락장에서 수익을 만끽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기관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난 다음 주식으로 갚는 투자 기법인데, 주가가 내려야 돈을 벌 수 있다. 비싸게 주식을 팔고 나중에 살 땐 싸게 사야 하기 때문이다. 미리 1주당 10만원에 주식을 팔았는데 이후에 주가가 8만원으로 떨어질 경우, 8만원에 주식을 사서 갚으면 1주당 2만원의 차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또 한 번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 ‘정의로운 금융시장이 필요하다’ 등 공매도 거래에 대한 원성이 빗발쳤다. 하락장에서도 외국인·기관은 수익을 낼 방법이 있는데,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거대 투자 세력이 공매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도 폭탄을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등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는 비난까지 제기된다.

이 같은 공매도에 대한 반감은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거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재 거래 시스템에서 비롯됐다. 공매도 거래의 99%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에 의해 발생한다. 외국인·기관은 한국예탁결제원의 ‘주식대차시스템’이란 별도의 시장에서 주식을 서로 빌린다. 이 시스템에 개인은 참여할 수 없다.

개인이 공매도하려면 먼저 유안타증권 등 대주(貸株) 서비스를 하는 7개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빌려야 한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에 주식을 빌려와 개인에게 이를 다시 빌려주는 식이다. 이때 증권금융은 다른 개인이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담보로 잡힌 주식을 빌려주는데, 대출자가 동의해야만 주식 대여가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기관이 참여하는 예탁결제원의 주식 대여 시스템보다 절차가 훨씬 복잡하다. 또 외국인·기관은 상장사 전체 주식을 빌릴 수 있지만, 개인은 200여 개 종목에 한정해 빌릴 수 있다.

공매도 수익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주식을 파는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고, 주식을 빌리기 위해 지불하는 수수료가 얼마인지도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률과 가까운 수익률을 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 매매대금 가운데 공매도 거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상위 5종목은 한일홀딩스(공매도 비율 30.56%·공매도 거래 대금 47억원), 동서(29.38%·202억원), 아모레G(27.98%·1067억원), BGF리테일(25.12%·303억원), LG생활건강(22.78%·2484억원)순이었다.

이 종목들은 각각 월초 대비 월말 주가 증감율이 -34.3%, -10.77%, -33.87%, -13.59%, -20.67%로 두 자릿수 하락 폭을 기록했다. 특히 한일홀딩스, 아모레G, LG생활건강의 주가 하락률은 코스피 상장사 평균치인 코스피지수의 하락률보다 2~3배 가까이 높았다. 월초에 주식을 빌려서 이 종목들을 팔고 월말에 주식을 도로 샀던 공매도 투자자라면 하락률과 비슷한 수익률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 당국은 개인 투자자가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가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겼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개선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0월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 투자자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형평성을 맞추라는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기존 공매도 규제 중에서 기관에 유리하게 대우하는 부분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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