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한 은행에 놓여 있는 미 100달러짜리 지폐. 사진 블룸버그
일본 도쿄의 한 은행에 놓여 있는 미 100달러짜리 지폐. 사진 블룸버그

“달러를 주워 담고 있는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한 번에 10만달러씩은 삽니다.”

한 대형 금융투자회사 프라이빗뱅커(PB)는 10월 30일 오후 “달러값(원·달러 환율)이 이미 많이 올랐지만 고객들이 불안심리 때문에 달러를 계속 사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은 원·달러 환율이 1140원을 넘어 올해 들어 연중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날이었다. 환율은 지난 9월 말까지만도 1110원 안팎이었다. 한 달 동안 환율이 달러당 30원 정도 상승했기 때문에 이날 10만달러를 산 사람들은 9월 말보다 300만원을 더 주고 달러를 매입한 것이다.

10만달러면 원화로는 1억원이 넘는 돈이다.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데 환손실을 보면서까지 자산가들이 뭉칫돈을 달러로 환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달러가 주가 폭락과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자산을 지켜줄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원·달러 환율은 많아야 하루에 10원 안쪽에서 등락한다. 하루에 많게는 10% 가까이 오르내리는 국내 주가보다 안정적인 편이다. 이는 달러화가 초강대국 미국의 국가 신용도에 기반한 자산이어서 상대적으로 가치를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금융시장에서 ‘내 돈’을 지켜줄 방법은 달러화 이외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달러화와 함께 3~6개월 만기의 단기채권과 금을 위기 상황에 주목해야 할 안전자산으로 꼽았다.


1│이자에 환차익까지 달러 투자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불안할 때 꼭 주목해야 할 안전자산으로 미 달러화를 꼽는다. ‘전체 자산의 20%가량은 달러화로 보유하라’는 조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 5억원의 금융자산이 있는 사람은 1억원(약 10만 달러) 정도는 달러화로 갖고 있으라는 얘기다.

경기가 침체되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해외로 빼나간다. 이때 주식 판 돈을 달러화로 환전해 가 국내 달러화가 부족해져 달러값(원·달러 환율)이 올라간다.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 상황에서도 달러를 보유한 사람들은 환차익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달러 투자의 대표 상품은 달러 주가연계증권(ELS)이다. 달러 ELS는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약속한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약정금리에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 경우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억5000만원을 투자해 6개월 동안 905만원(수익률 6%)의 이익을 얻은 김모(51)씨가 이런 경우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말 원·달러 환율이 1070원이던 때 돈을 달러로 바꿔(13만4500달러) 달러 ELS에 투자했다. 그는 6개월 후인 6월 말에 달러 ELS로 약속된 2%의 금리로 300만원의 이자를 받았다. 또 이 기간에 환율이 달러당 45원(1070→1115원) 올라 환차익으로는 605만원의 이익을 봤다.

달러 투자를 할 때는 ELS뿐 아니라 달러 예금, 달러 보험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상품마다 금리와 원금 보장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달러 예금은 원화 대신 달러화로 표시되는 입·출금통장이라고 보면 된다. 금리가 거의 없는 보관용 금융 상품이지만 달러를 언제든 입·출금할 수 있고 원금 보장이 되는 가장 안전한 상품이다.

장기 투자할 경우에는 달러 보험이 유용하다. 1억원 이상 목돈을 달러로 바꿔 10년 만기 달러 보험에 가입하면 매월 고정된 이자(현재 연 4% 수준)를 월 지급식으로 받을 수 있다.


2│1년 미만 단기채권, 2~3%대 금리 보장

채권도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요즘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채권은 주식과 달리 발행 기관(기업 또는 국가기관)이 파산하는 경우만 아니라면 대부분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기 때문에 가장 안전한 자산 중 하나다.

채권 투자를 할 때는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채권보다는 1년 미만인 단기채권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아무리 확정금리를 제공하는 채권이라도 10년 후에 금리가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 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금리 수준에서 10년간 4%의 확정금리를 주는 채권이라도 10년 후 금리 수준이 6%가 된다면 실제로는 2%의 손실을 보는 셈이다.

금융사들이 단기투자에 사용하는 채권은 신용등급이 A~AAA에 속하는 우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나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국공채 중 만기가 3개월 또는 6개월인 것이 주로 사용된다. 금리는 현재 연 2~3.5%가량 준다.

은행권에서 10월 22~26일 판매된 단기채권펀드는 AA등급의 회사채(금리 연 2.3%)였는데 1주일 만에 발행 물량이 모두 팔렸다.

증권사들이 한 번에 발행하는 단기채권 물량은 100억~200억원 정도인데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발행 물량보다 수요가 많아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단기채권 투자는 500만~1000만원의 소액으로도 할 수 있다.


3│안전자산 금값, 지난달 5% 상승

금도 증시 불안감이 높아진 요즘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안전자산이다. 금융·주식시장이 위태로우면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라간다.

국내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10월 금값은 17만3500원(1일·3.75g 기준)에서 18만3000원으로 9500원(5.4%)이 올랐다.

금 투자는 실물인 골드바를 사는 방법과 금 상장지수펀드(ETF), 금 통장 등 세 가지로 할 수 있다. 골드바는 1kg, 100g, 37.5g, 10g 등 다양한 크기가 판매되고 있다. 골드바를 살 때는 10%의 부가가치세와 5%의 매매 수수료를 내야 하는 불리한 점이 있다. 하지만 금값이 오를 경우 시세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금융소득(이자 또는 배당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최대 38.5%까지 부과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에도 실물인 금으로 얻은 시세 차익은 포함되지 않는다.

금 ETF는 국제 금값의 움직임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한 금융 상품으로 주식처럼 사고파는 게 자유롭다. 금 ETF는 1주당 1만원 미만에 살 수 있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금 통장은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입금하면 국제 시세에 따라 금을 매입해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통장에는 매입한 금의 중량이 표시된다. 실시간으로 금을 사고팔 수 있고 0.01g 단위의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plus point

5000만원씩 저축은행 분산투자하면 연 3% 수익

주가 변동이 심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저축은행에 자산을 나눠 넣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최대 5000만원까지는 저축은행이 파산해도 보호받고, 금리도 시중은행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연 3%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5억원의 현금이 있는 사람은 10개 저축은행에 5000만원씩을 넣어 연 1500만원(3%)가량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이달 고시한 주요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1년 만기)는 연 2.65%지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뱅킹으로 가입하면 2.9~3%의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들이 꽤 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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