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한 지난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분주한 딜러 모습이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로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하락한 지난 9월 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분주한 딜러 모습이다. 사진 연합뉴스

국내 상장기업(금융 제외)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내년에는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5년간 이익 규모가 매년 10~30%씩 아주 커진 것과 견주면 기업의 성장이 멈추기 직전까지 온 셈이다.

국내 전체 상장기업 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은 2019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고 철강, 석유화학 기업 등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도 적은 상황을 맞을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계속되면 향후 1~2년 안에 전체 기업 영업이익이 점점 줄어드는 마이너스 성장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상장기업 1706개사(유가증권시장 675개·코스닥 1031개)를 △IT △소재 △필수소비재 △에너지 △통신 등 9개 산업군으로 분류해 내년도 기업 이익 전망치를 산출·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내년도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4.1%(91조원), 영업이익은 1.9%(3조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올해는 9.9%였지만 내년에는 5분의 1 수준인 1.9%까지 급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부터 매년 10~30% 가까운 성장을 보여왔다. 2015년에는 14.3%를 기록했고 2016년(18.1%)과 2017년(28.2%)에도 두 자릿수의 증가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한 자릿수까지 증가율이 하락했고 내년에는 증가율이 간신히 마이너스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 상황은 조금만 상황이 나빠지면 기업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상태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영업이익이 상당히 좋아졌는데, 지금은 투자하지 못하고 오히려 있는 자산도 매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익이 정체상태로 가고 있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 상황이 침체기 초입에 와 있는 상태고, 기업이 투자부터 줄이고 있고 수출 쪽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3.0%), 운송·건설 등 산업재(-3.5%), 철강·석유화학 등 소재(-5.1%), 음식료(-0.7%) 등의 산업군에 속한 회사가 올해보다 내년에 영업이익이 주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모두 올해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늘었던 부문이다.

지난해와 올해 이익이 많이 증가했던 반도체는 내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몇 년간 과도할 정도로 수익성이 증가했던 반도체 기업의 수익이 가라앉으면서 국내 전체 상장기업의 이익도 함께 줄어들 전망이다.

반도체 기업은 상장기업 전체 이익의 44%가량을 차지한다. 반도체 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106%로 전년의 두 배가 넘는 이익을 냈다. 또 올해도 영업이익 증가율이 27.7%에 달했지만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금융경제연구소는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신규 설비의 가동이 집중돼 공급과잉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D램 평균단가는 10%, 낸드플래시 평균단가는 2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도 내년에 D램 생산량이 수요 증가보다 많을 것이라며, 전체 D램 가격은 전년보다 15~25%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Gartner)도 향후 2~3년 내 중국발 반도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급락으로, 채산성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나오는 치킨게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부원장은 “반도체 회사가 수출이나 설비투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국내외의 부정적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영업이익 창출 능력 7년 새 34% 저하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계속 내리막길로 가고 있는 것은 매출을 내도 이익으로 거둬들이는 돈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은 얼마나 줄고 있는 것일까.

LG경제연구원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347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7년간 기업이 매출을 통해 거둬들이는 1개 제품당 이익이 30% 이상 줄었다. 다만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박리다매형 구조는 이어져 왔다.

2010년 5.6%이던 영업이익률(매출에 대한 영업이익 비율)은 지난해 3.7%까지 내려앉았다. 2010년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이 5억6000만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면 지난해에는 3억7000만원만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7년간 기업이 본연의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34%가량 줄어든 것이다. 반면 미국, 일본 등 매출 상위 3000대 글로벌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7.3%에서 2013년 7.6%로 상승했고 2017년에는 8%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기업의 수익성은 점점 살아나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일본 기업과 비교해 봐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한참 뒤처진다. 도쿄증시에 상장된 일본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지난해 10.4%로 집계됐다. 일본 상장기업의 평균 ROE가 10%를 넘은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기업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결과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본 총계로 나눈 값으로,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지난해 ROE는 9.73%였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6%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경기 악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 적극적인 투자를 외면하고 부동산 등에만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미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설비 투자 규모가 지난 6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줄었고 7월에도 10.4% 감소했다. 기업의 투자가 줄고 있는 것은 국내 경영 환경이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윤창현 교수는 “더 많이 채용하고 투자해서 성장해야 하는 기업 중에서 이 정부 아래에서는 조용히 엎드려 있자는 생각을 갖고 기가 꺾여 있는 곳들이 많다”고 했다.

반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부동산에 투입되는 기업 자금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SRA자산운용이 매입한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가 대표 사례다. 이 빌딩은 3.3㎡당 2810만원인 7132억원에 팔려 역대 오피스 빌딩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SRA자산운용처럼 기업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거래 규모는 올해 1분기에만 2조4000억원(CBRE 코리아 집계)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거래 규모가 179% 증가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요즘 들어 왜 이런 대우를 받고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업들, 돈 있는 사람들을 다 나쁜 사람들처럼 말하는데 왜 계속 일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정서 때문에 많은 기업이 부동산이나 기웃거리고 있다”고 했다.

김상봉 교수는 “기업의 투자는 줄고 있고 이익은 감소하고 있는데 정부는 어떤 산업을 어떻게 키우고 신사업을 어떻게 발굴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산업별 로드맵이 전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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