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2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포인트(1.3%) 떨어진 2028.01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사진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2018년 12월 26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7포인트(1.3%) 떨어진 2028.01로 장을 마쳤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사진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지난해 말에도 주식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치우는 개인 투자자들이 잇따랐다. 12월 19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간 개인 투자자가 순매도한 규모는 2조원(유가증권·코스닥 시장 합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주주의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만큼 12월의 매도 행렬은 매년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장기 투자 문화와 시장 수급이 왜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취지로 주식을 팔 때 발생한 양도 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현행 기준으로, 한 종목 지분이 1% 이상(코스닥 시장은 2%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기준 15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대상이다. 이 기준에 부합하면 모든 주식 거래에 양도 차익의 20~3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요건을 피하려면 폐장 2거래일 전(2018년의 경우 12월 26일)까지 보유 주식 수를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26일 하루에만 개인 투자자가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이 각각 4710억원, 3451억원에 달했다. 개인 투자자의 매도세는 12월에 집중됐고, 26일 직전 일주일(19~26일)에는 누적 매도 규모가 2조원에 달했다. 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바이로메드·신라젠·에이치엘비 등 바이오 종목이 이 기간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코스닥 시장 기준). 그러다 과세 기준일이 하루 지난 12월 27일부터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3005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225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다시 ‘사자’로 돌아섰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지난해는 연초 대비 증시가 부진했기 때문에 보유 주식 가치가 줄어든 종목을 쥐고 있는 투자자가 많아 그나마 직전 해보다는 타격이 덜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일에는 하루 동안 주식시장에 쏟아진 물량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의 두 배에 가까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에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쏟아내는 흐름이 당분간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주주의 범위가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2020년 10억원, 2021년부터 3억원 이상의 주식만 보유해도 과세 대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21년부터는 개인이 한 종목 지분을 현금 1억5000만원, 신용 1억5000만원으로 3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어도 과세 대상이 된다”며 “이 정도면 큰손이 아니라 주변의 일반 투자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매수가 활발하고, 상승폭이 컸던 중소형주에서 과세 대상 개인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런 추세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으므로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개인 투자자가 연말에 쏟아내는 종목을 26일 종가나 27일 시초가에 매수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증권거래세까지 ‘이중고’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을 거래할 때 매도 가격의 0.3%씩을 증권거래세로 내고 있다. 거래 비용을 늘려 투기를 방지하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주식 투자로 인한 수익이 없거나 손해를 봤더라도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 증권거래세는 중국·홍콩(0.1%)이나 대만(0.15%)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보다 높은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은 증권거래세를 매기지 않는다. 여기에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마저 점점 늘어나면서 투자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이중과세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양도소득세 대상을 확대해서 세수를 늘리는 경우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중과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현행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로 과세 방식을 일원화하자는 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됐다. 지난해 12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이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식 시황에 따라 세액이 달라지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증권거래세의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만 하면 고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세수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안정적인 세수 확보 차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정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를 유지한 채 양도소득세 대상까지 계속 늘린다면 연말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일이 더 심해질 것”이라면서 “이런 촌극을 방치한다면 자본시장 건전화, 장기 투자 유도라는 정부의 과세 명분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plus point

“일본처럼 단계적으로 거래세 줄여야”

자본시장연구원은 1월 2일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상당수 국가에서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면서 “일본의 성공을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1989년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 세율을 0.55%에서 0.3%로 낮췄다. 1996년 0.21%, 1998년 0.1%로 단계적으로 인하했으며, 1999년에는 아예 폐지했다. 보고서는 “증권거래세 세율이 낮아지면서 초반에는 상장 주식 관련 전체 세수가 증권거래세만 걷던 1988년보다도 감소했으나, 주식시장이 활성화하고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서 2005년부터는 기존 세수를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식에 대해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과 영국·프랑스·이탈리아 정도다. 일본보다 앞서 미국은 1965년, 독일은 1991년 각각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만 부과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는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고 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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