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 중심상업지구 라수나사이드 대로에 위치한 다나몬뱅크 본사 건물 전경. 일본 3대 은행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최근 다나몬은행 지분을 40% 확보했다. 사진 구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 중심상업지구 라수나사이드 대로에 위치한 다나몬뱅크 본사 건물 전경. 일본 3대 은행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최근 다나몬은행 지분을 40% 확보했다. 사진 구글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서 내부순환로를 타고 택시로 50분이면 자카르타 남부 중심 상업지구인 라수나사이드 대로에 도착한다. 중심가의 차량 정체를 피해 인도네시아 최고층 빌딩인 64층 ‘가마(GAMA)타워’에서 내려 3분쯤 걷다 보면 오렌지색 간판에 건물 외벽 창문을 엇갈리게 디자인한 고층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J 금융그룹(MUFG)이 2600억엔(약 2조7000억원)을 들여 지분 40%를 인수한 시가총액 기준 인도네시아 5위 다나몬은행(Danamon Bank)의 본사다. 다나몬은행에서는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인도네시아 중소기업청(KKUKM)이 보인다.

일본 ‘메가뱅크’로 통하는 대형 금융그룹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와 고령화, 내수 시장 포화로 일본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시장은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시중 은행도 비슷한 이유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일본과 비교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한국 금융권도 일본처럼 과감한 투자를 통해 현지 사업을 확대하는 적극적 ‘외부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MuFG, 자산 13조원 규모 인니은행 인수

일본 MUFG,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 미즈호금융그룹(미즈호FG) 등 3대 일본 금융그룹이 동남아시아 주요 은행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가장 앞서나가는 곳은 총자산 1위인 MUFG다. MUFG는 2013년 5400억엔(약 5조원)을 투자해 태국 아유타야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16년에는 필리핀 대형 은행인 시큐리티뱅크 지분 20%를 매입했다.

MUFG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다나몬은행 지분 19.9%를 인수한 후 8월 3일 20.1%를 추가로 매입하며 지분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다나몬은행은 총자산 122억달러(약 13조6000억원)의 인도네시아 대형은행으로 자동차 금융과 중소기업 영업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글로벌 은행 사이에서는 신흥 부유층을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인수 대상으로 꼽혀왔다.

MUFG는 2020년까지 다나몬은행 지분율을 70%까지 끌어올려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금융권 외국 자본 출자 비율을 40%까지만 허용하지만 현지 경제 기여도에 따라 비율을 올려준다. MUFG는 다나몬은행 인수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현재 40%에서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2위 금융그룹인 SMBC는 인도네시아 연금저축은행(BTPN) 지분 40%를 보유하며, 현지 법인과 합병 논의를 진행 중이다. 두 법인이 2014년 공동 출시한 모바일 뱅킹 서비스 회원이 466만 명에 이른다. 지난해 현지 법인 사무실을 BTPN 건물로 이전하며 화학적 결합에 힘쓰고 있다. SMBC는 베트남 3대 은행인 수출입은행(EximBank), 캄보디아 아클레다은행(AcledaBank)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3위인 미즈호FG는 베트남 비엣콤(Vietcom)은행에 출자했으며, 이 밖에 미얀마 에야와디은행, 말레이시아 메이뱅크, BCEL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미즈호FG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비일본계 기업에 대한 기업 자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 높은 수수료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은행 실적 다 합쳐도 MUFG 못 따라가

일본 금융그룹이 동남아시아에 집중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동남아시아 국가는 은행 계좌 등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인도네시아의 1인당 은행 계좌 보유율은 36%, 필리핀 69%, 태국 85%에 그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동남아 국민의 금융 지식 수준 향상,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할 때 예금 및 대출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3대 금융그룹의 동남아 대출 규모는 2011년 1100억달러(약 110조원)에서 2016년 2000억달러(약 221조원)까지 팽창했다.

한국 금융그룹들도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고 있지만, 일본과 비교했을 때, 실적은 볼품없다. 가장 앞서나간다는 신한금융그룹의 신한베트남은행의 상반기 이익이 586억원이며, 그 다음인 KEB하나금융그룹의 인도네시아법인인 PT뱅크KEB하나의 상반기 이익은 298억원에 그친다. 우리은행이 2014년 소다라은행 지분을 인수해 출범한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의 같은 기간 순이익은 224억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48억원에 불과하다. 동남아 한국 시중 은행의 순이익을 모두 다 합쳐도 MUFG가 인수한 다나몬은행 상반기 실적(약 1522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 MUFG는 동남아 4개국에서만 200개가 넘는 사업 제휴를 맺고 있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동남아 은행 인수 실적만 놓고 한국과 일본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일본 메가뱅크들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며, 이들이 최근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잇달아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뚜렷한 목표 의식과 철저한 사전 시장 조사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연구원은 다만 “국내 은행들도 고령화와 가계부채 리스크 등으로 내수 시장만으로는 양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동남아시아에서 기업은 물론 소매금융 양 방면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연구원은 이어 “동남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현지 통화 예금 수탁 및 대출, 파트너 은행과의 상호 거래처 지원 등 현지화 전략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plus point

부동산 버블 붕괴의 산물 일본 3대 메가뱅크
전체 수익 중 해외에서 30% 벌어

일본 3대 메가뱅크. 사진 블룸버그
일본 3대 메가뱅크. 사진 블룸버그

일본의 은행은 3대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메가뱅크’와 각 현의 지방은행, 신용금고가 전환한 제2지방은행의 양대 구조로 이뤄졌다. 지금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본의 은행은 1990년대 초 자산 규모로 세계 최대 수준이었다. 1990년 스미토모은행, 다이이치강교은행, 후지은행이 전 세계 은행 중 순자본 기준으로 1위부터 3위까지 차지했을 정도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부동산 버블 붕괴로 수많은 기업이 파산했고, 그 여파로 96조엔(약 980조원)에 이르는 은행 부실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은행에 약 12조엔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여신을 감당할 수 없었던 여러 은행을 합종연횡시켜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했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는 2000년대 후반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성장이 힘든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으로 향했다. 2016년 말 기준 일본 3대 금융그룹의 수익 중 해외에서 벌어들인 금액이 30%를 넘는다. 일본계 은행의 해외 대출은 2005년 20조엔 미만에서 2017년 9월 기준 74조7000억엔(약 745조원) 수준까지 팽창했다.

김명지 기자,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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