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로 본격화된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증시도 동반 하락하는 등 자본유출이 가속화하고 있어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로 본격화된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 증시도 동반 하락하는 등 자본유출이 가속화하고 있어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 금융시장이 ‘미·중 무역전쟁 심화’와 ‘경기 둔화 우려’라는 이중고(二重苦)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1994년 중국이 시장 수급을 반영하는 외환시장을 개설한 이후 월간 최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위안화 자산인 중국 주식을 팔아치우는 ‘셀(sell) 차이나’가 본격화하며 6월 19일 상하이종합지수도 3000 선이 붕괴됐다. 이 때문에 ‘중국이 정말 괜찮은 것인가’ 하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7월 4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08% 오른 1달러당 6.6380위안을 기록했다(위안화 가치 하락). 최근까지만 해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던 위안화 가치는 6월 들어 약세로 반전했다. 6월 한 달 동안에만 달러 대비 3.4%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1개월 사이 10.9%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중국 본토 우량 기업을 골라 만든 홍콩 H지수도 11% 이상 떨어졌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2.57% 하락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 금리를 인상했고 추가로 올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속도를 내자 신흥국에서의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는 이런 배경에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중국이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며 맞서자 위안화 가치 하락폭은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은 내수시장이 큰 반면 중국은 대외 무역 의존도가 37.8%(2017년 기준)로 높은 것이 작용했다.

중국 정책 당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당장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수출 기업을 살리기 위해 ‘통화가치 절하’ 카드에 손을 대는 식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급준비율(예금 대비 현금 보유 비율)을 올 들어 세 차례나 인하했다. 최근인 6월 24일에도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5개 대형 국책은행과 12개 중·소형 은행을 대상으로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기존 16%에서 15.5%로, 중·소형 은행은 14%에서 13.5%로 낮아지게 되면서 5000억위안 규모의 유동성이 투입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통화가치는 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당장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고용 문제뿐 아니라 수출기업 도산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단기적으로 환율에 손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 수출 기업에 부과한 관세 부분을 위안화 가치 하락을 통한 가격 상승분으로 상쇄하려는 게 중국의 셈법이란 것이다. 쑨궈펑(孫國峰) 런민은행 금융연구소장이 “최근 위안화 약세가 런민은행의 가이던스보다는 외부적인 불확실성에서 비롯됐으며, 무역분쟁의 도구로 위안화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 테이퍼링으로 연초부터 신흥국 통화가 하락할 때 안전판 역할을 해주던 중국 위안화가 오히려 하락을 주도하는 것은 ‘무역 전쟁’이 ‘통화 전쟁’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6월 한 달간만 놓고 보면 신흥국 통화 하락을 주도해 왔던 아르헨티나 페소화(-16%), 브라질 헤알화(-4.1%)를 제외하고는 위안화 가치 하락폭이 3.4%로 가장 크다. 이 기간 한국 원화는 3.2% 하락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와 터키 리라화는 각각 3.1%, 1.4% 내리는 데 그쳤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그동안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 절하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나 무역전쟁 양상에 따라 중국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6월 한 달간 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와 원화 가치는 각각 3.4%, 3.2% 떨어졌다. 사진 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6월 한 달간 미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와 원화 가치는 각각 3.4%, 3.2% 떨어졌다. 사진 블룸버그

대체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단기적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다시 협상을 재개하는 식으로 타협점을 찾게 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당분간 런민은행이 조심스러운 방식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지할 것이며 6~9개월 뒤쯤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선까지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7~8월까지 위안화 가치가 극단적인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그를 계기로 미·중 양국이 다시 무역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간 무역분쟁이 완화하면 위안화가 다시 절상하는 흐름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따라 촉발되고 있는 금융시장 불안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한국도 못 피한 ‘6월의 저주’

6월을 기점으로 달러당 원화 가치도 곤두박질치고 있어 그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6월을 기점으로 달러당 원화 가치도 곤두박질치고 있어 그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도 미 달러당 1100원을 돌파하는 등 원화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 흐름을 이어가던 통화 가치가 반전된 것은 6월이었다.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6월을 기점으로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6월 29일 달러당 1114.5원에 장을 마감했다. 6월 한 달 사이에만 하락폭이 3.2%에 달했다.

미·중 무역전쟁 갈등은 당사국인 중국보다 한국에 더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올해 원화 가치가 달러당 1150원 선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나 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의 가치가 다소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유럽 경기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확률은 69%에서 80%로 상향 조정된 상태다. 김현진 NH선물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진정되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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