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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가운데)가 보이는 두바이 중심가 풍경. 사진 블룸버그

제통화기금(IMF)이 이슬람 금융 원칙을 금융시장 평가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급성장하는 이슬람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일머니 유치 수단으로 이슬람 채권(수쿠크)을 선택하는 비(非)무슬림 정부와 기업이 늘면서 이슬람 금융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류로 올라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IMF는 내년부터 ‘CPIFR(Core Principles for Islamic Finance Regulation)’로 불리는 이슬람 금융 규정을 관련국 금융시장 건전성 평가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CPIFR은 세계 주요 이슬람 국가 중앙은행들의 통합기구인 ‘이슬람 금융 서비스 위원회(IFSB)’가 제정한 이슬람 금융의 핵심 원칙이다. 국제금융감독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은행감독 핵심준칙(BCP)에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입각한 고유 운용 원칙을 접목해 제정했다. 

이 때문에 샤리아가 금지하는 도박과 술, 성매매, 돼지고기 관련 사업 투자와 부채 규모가 큰 기업의 주식 거래, 기업 지분을 담보로 하는 투자는 허용하지 않는다. 단 파트너십 형태의 지분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 투자에 따른 수익도 불로소득인 이자 대신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슬람 금융상품인 수쿠크의 경우 이자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 운용을 통해 배당금이나 임대료 형태로 지급한다. 원금 회수를 원할 경우에는 실물자산을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재매입하게 하거나 시장에 매각한다.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자산에서 얻는 수익금을 채권 보유자에게 돌려주는 자산담보부증권(ABS)과 비슷하다.

실물자산을 담보로 발행되기 때문에 투자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수익률은 미 국채 등 안전자산에 비해 높다는 것이 수쿠크의 매력이다. 바레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슬람 금융기관회계감사기구(AAOIFI)는 수쿠크 채권을 기초자산의 종류에 따라 14가지로 분류한다. 실물자산 매매 방식으로 운용되는 무라바하(Murabahah), 리스 형식의 이자라(Ijarah), 출자 형식인 무샤라카(Musharakah), 신탁금융인 무다라바(Mudharabah) 등이 대표적이다.

IMF의 결정은 오일머니로 무장한 무슬림 중동 자본의 힘에 더해 무슬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 5월 기준 세계 인구 76억 명 가운데 무슬림은 약 18억 명으로 24%에 육박했다. 무슬림 인구 증가율은 18.7%로 세계 평균 인구 증가율(4.3%)의 4배가 넘는다.

‘탈(脫)석유’를 내건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대규모 기간산업과 부동산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슬람 금융 위상을 높이는 또 다른 이유다.


무슬림 인구 증가율 세계 평균의 4배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4월 국가 혁신 계획인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약 2조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도시 개발, 관광, 군수업 등 새로운 성장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의 44배 넓이인 사우디 북서부와 이집트, 요르단에 걸친 홍해 인근에 총 5000억달러를 투입해 초대형 주거·사업용 신도시 ‘네옴(Neom)’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맏형인 아부다비는 ‘아부다비 경제 비전 2030’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270억달러를 들여 조성 중인 ‘사디야트(Saadiyat) 아일랜드 프로젝트’가 핵심 사업이다. 사디야트는 ‘행복’이라는 뜻의 아랍어다. 

인공섬인 사디야트에는 지난해 루브르박물관 분원이 들어섰고,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분관과 자이드 국립박물관, 해양박물관 등을 건립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슬람 금융시장은 관련 자산 규모가 2006년 5000억달러에서 2015년 2조2000억달러(약 2370조원)로 연평균 20% 가까이 성장했다. 2016년 세계 시장에서 수쿠크 발행 규모는 748억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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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이슬람 금융에 대한 비(非)무슬림 국가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무슬림 국가를 제외한 비무슬림국이 발행한 수쿠크는 총 22억5000만달러로 2016년 전체인 20억달러를 넘어섰다. 2015년(10억달러)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커졌다.

영국은 서구 국가 중 처음으로 2014년 6월 2억파운드(약 2860억달러) 규모의 수쿠크를 발행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서구 금융시장에서 이슬람 금융의 허브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27만 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는 홍콩은 수쿠크 발행을 위해 2013년 세법까지 개정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2014년 5억달러어치 수쿠크를 발행했다. 일본은 2008년 은행법 시행 규칙을 개정해 자국 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이슬람 금융 거래를 가능하도록 했다. 

기업들의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14년 5000만달러어치 5년 만기 수쿠크를 발행했다. 골드만삭스는 일찌감치 이슬람 금융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관련 분야 전문성 확대에 주력해왔다. 제너럴일렉트릭(GE) 산하 GE캐피털과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컨추리가든 등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쿠크를 발행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화 조달을 위해 수쿠크 발행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수익도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같이 소득세·법인세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슬람 채권의 특성상 임대료나 배당에 붙는 각종 세금에 특례를 적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종교적 특혜’라는 논란이 불거졌고, 수쿠크에 투자된 자금이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세력의 테러 자금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커지면서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고 2011년 폐기됐다.


plus point

가상화폐도 ‘샤리아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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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골드엑스 관련 부스. 사진 트위터 캡처

이슬람 금융시장의 중심지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2월 샤리아 인증을 받은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말레이시아 금융기술 업체 헬로골드가 발행하는 ‘골드엑스(GOLDX)’라는 이름의 가상화폐가 그 주인공이다. 골드엑스는 현지 이슬람 금융 자문기업인 아마니 어드바이저스의 샤리아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치 측정의 기반이 되는 기준 자산이 없는 여느 가상화폐와 달리 골드엑스는 은행에 예치된 금을 바탕으로 가치가 매겨진다. 아울러 거래 과정에서 투기 세력 개입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모든 거래가 길어도 하루 안에는 완료되도록 설계됐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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