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중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딛고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3%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데 이어 올해는 6% 이상의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경제는 ‘V 자’로 반등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량으로 푼 돈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GDP 대비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270.1%를 기록했다. 2019년 말보다 23.6%포인트 상승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10일(현지시각)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에서 최고 지도부가 재정이 부족한 일부 지방정부에 맹목적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재정적인 위험이 중국 경제 전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방 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상당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NIFD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방 정부의 음성 부채가 14조8000억위안(약 25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019년 3분기 말과 비교해 6% 넘게 늘었다.
왼쪽부터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지속가능 금융자문 위원회 회원 / 샤오 겅(Xiao Geng) 홍콩대 국제금융연구소 이사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해양실크로드 연구소장
왼쪽부터
앤드루 셩(Andrew Sheng)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지속가능 금융자문 위원회 회원
샤오 겅(Xiao Geng) 홍콩대 국제금융연구소 이사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해양실크로드 연구소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전 세계에서 공평하지 않은 ① ‘K 자형’ 경제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백신을 광범위하게 보급할 수 있는 선진국은 경제 활동을 재정비할 수 있겠지만, 빈곤국은 안전을 유지하고 부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안전하기 전까진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은 건강과 부(富), 자신감이 모든 나라에 확산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번영하는 중국은 이런 노력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하루 생계비 1.9달러(약 2150원)의 ‘글로벌 빈곤선’을 밑도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1억5000만 명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은 코로나19 위기에 더 부유해졌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UBS와 글로벌 컨설팅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 수는 2189명 증가했으며, 그들의 총자산은 10조2000억달러(약 1경1526조원)로 불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20년 6월 기준 전 세계 가계자산이 400조달러(약 45경2000조원)로, 2000년 말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의 가계자산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2%에서 지난해 6월 17.7%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가계자산 비중은 36.2%에서 29.4%로, 유럽은 29.3%에서 25.2%로 낮아졌고, 인도는 1.1%에서 3.5%로 상승했다. 다만, 가계자산의 증가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니계수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테크놀로지(기술) 기업 호황으로 중국에서 억만장자가 많이 늘어나며 중국과 미국의 중위자산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2000년 중국 성인 1인당 평균 중위자산은 2193달러(약 248만원)로, 미국의 4.8%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은 2000년보다 9.5배 증가한 2만942달러(약 2366만원)를 기록해 미국(6만5904달러)의 31.8% 수준까지 올라섰다.

중국의 1인당 부채는 20년 동안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부채는 중위자산의 21%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1인당 부채는 같은 기간 중위자산의 95%에 달해 2000년 중반(76%)보다 대폭 증가했다. 부채가 급속하게 늘면서 미국인의 순자산 증가세도 둔화했다. 이 수치들은 미국의 상위 1%뿐 아니라 같은 수준의 중국과 비교해도 미국인 근로자의 삶이 심각하게 황폐해졌다는 앵거스 디턴과 앤 케이스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나타낸다.

거시경제 관점에서 중국사회과학원 자료를 보면, 중국이 미국과의 GDP 격차를 좁혀가는 것보다 국민순자산(국부) 차이를 더 빠르게 메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동산 등 자산 평가 차이를 감안하면 2000년 중국의 GDP(시장 환율 기준)와 국부는 모두 미국의 12%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8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65%, 국부는 88조6000억달러(약 10경원)로 미국의 80% 수준까지 늘었다. 중국의 GDP 대비 국부 비율은 2018년 6.6배로, 프랑스와 비슷하고 미국(5.3)보다 높았으며, 호주(6.8)보다 약간 낮은 수준에 그쳤다.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중국은 지난 3차례의 5개년 계획 동안 GDP의 40~50%에 달하는 높은 저축률과 투자율 덕분에 국부가 해당 기간 각각 28%, 25.3%, 11.5% 급증했다. 중국의 국내 자산가격은 정부의 시장결정 물가와 금리, 환율 정책 덕을 봤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 정부가 2019년 말 기준으로 국부의 24.6%인 162조8000억위안(약 2경7676조원)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국부의 2%에 해당하는 해외 국가 채권도 갖고 있다. 가계 부문은 77.4%인 512조6000억위안(약 8경7142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가계는 국부의 111.7%인 117조3000억달러(약 13경2549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채권자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순부채는 10조6000억달러(약 1경1978조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엘리트보다 서민에게 혜택을 주는 공공 인프라 개발을 통해 국부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렸다. 이제는 새로운 ②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서 연금과 사회보장 분야 재투자를 통해 국부가 저소득 근로자들에게도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현재 90%의 가구가 집을 소유하고 있고, 실질임금은 지난 10년간 매년 약 3% 증가했기 때문에, 소비를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과의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예상보다 덜 두려워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국은 세계 경제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제 질서(또는 미국)에 도전하는 데 거의 관심이 없다.

부채 증가가 중국 경제에 리스크(위험 요인)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세계에 돈을 빌려주는 나라이며, 중국 부채가 대부분 국내 부채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것은 미국 국부의 11.7% 혹은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계속 늘고 있는 미국과 대비된다. 중국에서 기업의 부채 비율도 2017년 1분기 160.4%에서 2019년 말 151%로 줄었다.

인구 고령화와 부의 증식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반드시 사회적 불평등과 기후변화라는 세계 공통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부를 나누는 것은 평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부를 나누지 못하면 아무도 부유해질 수 없다.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을 위해 자원을 쓰는 대신 중국의 사회적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책임감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


Tip

K 자형 경제 회복이란 국가·산업·계층·지역별로 경제 회복이 양극화된다는 의미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 증가로 정보·기술(IT), 게임, 바이오 업종은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항공이나 여행, 패션·의류 등은 악화일로에 빠지는 현상을 떠올리면 된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라서도 국가 간의 경제 회복이 뚜렷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켓워치는 “미국의 경우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이뤄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위기의 종말이 먼 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의 핵심은 ‘쌍순환(雙循環)’ 전략으로 2020년 5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처음 언급했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국제 대순환)을 이루는 동시에 내수 중심의 자립화된 경제(국내 대순환)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수출에 의존해온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을 꺼내 든 건 미·중 갈등 격화와 세계 경제 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국 내부적으로 충분히 거대한 내수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반영됐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과거 수출·투자 위주 성장에서 자립형 경제 구도 구축으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중국은 향후 5년간 생산 요소 효율화, 공급 개혁, 녹색 성장, 균형 발전, 소프트파워 강화 등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 기술 자립, 혁신, 내수 확대, 환경 분야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리 : 이진혁 기자, 정현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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