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장지훈
유튜브채널 ‘Gadget Seoul’ 운영, 한국 외국어대 졸업, 한화 갤러리아 상품총괄본부 기획팀

1월 24일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흔히 AMD에 밀려 전혀 맥을 못 추는 것처럼 묘사되곤 하는 인텔의 매출은 지난해 4분기 전년보다 약 8%가량 증가했다.

특히 인텔의 여러 사업 분야 중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는데, 지난해 중반 출시된 인텔의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인 2세대 제온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매출 호조에 한몫했다. 그렇게 4분기 매출이 포함된 2019년 인텔의 매출이 720억달러(약 85조원)가 되면서 최대 연매출을 경신했다.

인텔의 2019년 매출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삼성에 빼앗겼던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했다는 점이다. 지난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타고 2017년 2분기를 기점으로 삼성에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던 인텔은 단 2년 만에 반도체 매출 1위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인텔의 4분기 실적 발표는 앞선 내용과 같은 인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반도체 시장 전체에 몇 가지 시사하는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인텔의 4분기 실적에서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결돼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데, 우선 그 이야기에 앞서 2018년 수급 불균형 문제에 봉착했던 시기 인텔의 대응부터 복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데이터센터 비중 늘려 수급 불균형 대응

생산 물량이 부족해진 인텔은 그들의 텃밭과도 같은 PC CPU 영역에서 경쟁자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했다. 인텔 PC CPU 시장의 경쟁 기업인 AMD는 절치부심 끝에 완성시킨 새로운 CPU 라이젠으로 다시 시장의 호평을 얻게 됐고, AMD 특유의 강력한 저가정책은 라이젠의 약진과 맞물려 PC CPU 시장의 가격 경쟁을 극한으로 내몰았다. 결국 인텔은 경쟁 모델인 코어i CPU의 출시가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인텔 PC 사업부(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의 마진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 부닥친 인텔은 여전히 확고한 그들의 영역이며 또 계속해 성장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에 더 많은 생산 역량을 안배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마진 확보에 유리한 데이터센터 매출이 증가하며 이익 구조는 개선됐지만, 안 그래도 부족했던 PC 시장의 인텔 CPU 수급 문제는 장기화하고 PC 시장에서 AMD 약진은 계속됐다.

시장이 인식하는 인텔의 상황, 이른바 인텔 위기론은 생산 역량을 데이터센터 쪽으로 안배한 뒤 PC 시장에서 벌어졌던 일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마치 인텔은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고, AMD의 도전에 앞으로 내리막길만 걸을 것이 확실한 기업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현재 인텔의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반드시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앞 단의 일이다. CPU 부족 사태 전후로 인텔은 부족한 생산 설비를 증설하기 위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했고, 증설분이 수확 시기를 맞기 전, 잠시 PC CPU 시장에 투입됐던 역량이 데이터센터에 다소 집중된 상황이라는 것. 바로 이 앞 단의 이야기가 지난해 4분기 인텔 매출을 이해하기 위해 빼먹지 말고 염두에 둬야 하는 부분이다.

이제 이번 인텔의 4분기 매출을 다시 보면,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포인트가 어딘지 명확해진다. 데이터센터와 PC 시장, 투입되는 생산 역량의 비율이 조정된 이 두 사업 영역의 매출을 살펴보는 것이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블룸버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블룸버그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 반도체도 부활

요점만 간단히 정리해보면, 2019년 4분기 매출 신장의 핵심은 예상대로 생산량 확대에 힘을 실은 데이터센터 그룹(DCG)이고, 반면 PC CPU가 속한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CCG)의 매출은 단 2%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앞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데이터센터 그룹과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이 둘 간의 매출을 비교할 때, 이 안에 담긴 숫자 뒤편에 투입되는 생산 역량 조정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은 2%밖에 신장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생산 역량에 대한 안배가 이뤄진 상황에서도 2%나 성장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인텔의 분기별 매출 신장률을 정리한 그래프에 지난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인텔의 데이터센터 그룹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슈퍼사이클이 시작됐고, CPU 공급 부족이 표면화한 2018년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는 가파른 시장 위축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2019년 4분기, 다시 반등을 이뤄내고 있는 그래프에 이번 인텔 매출 발표의 진짜 의미가 담겨 있다.

수급 불균형 문제에 직면한 인텔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생산 역량을 안배한 상황에서도 신장을 기록한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매출. 가장 최근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막대그래프 우측에 반도체 시장을 침체의 늪에 빠뜨렸던 인텔의 수급 불균형이 어느덧 해소돼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2018년 4분기부터 표면화된 인텔의 CPU 수급 부족 문제는 2019년 우리 경제를 강타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을 이끈 주범이다. 따라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멈춘 것과 인텔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다시 성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가 겹치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인텔 4분기 실적 중 데이터센터 시장 매출 증가는 그동안 인텔이 몇 번이고 강조한 그들의 설비 증설 노력이 이제 수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함께 거둔 PC CPU 사업부의 2% 신장은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것을 시사한다.

이제 잠시 연기됐던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투자가 다시 본격적으로 집행될 시간이다. CPU 수급 문제로 인해 투자가 연기됐다고 확장해야 할 데이터센터 규모도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앞으로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투자는 더욱 활발히 재개되고 이들의 투자가 메모리 시장의 성장, 더 나아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