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급속도로 활력을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주의적 실험이 한때 가장 역동적이었던 한국 경제의 동물적 승부욕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블룸버그 칼럼의 한탄처럼 말이다.

경제성장률, 실업률, 공장가동률 등 경제 지표가 나빠지는 데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경제 실험이 주요 원인이지만 수출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 영향도 있다. 반도체의 불황 사이클이 원래 예상보다 깊고 길게 진행되고 있는 배경에는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의 경제 침체가 크게 작용하고 있고,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석유화학 제품 분야에도 중국의 내수 부진에 따른 해외 덤핑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의 폭탄이 터지고 있다. 외교 갈등에서 비롯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들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경제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이 사안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소재 부품 국산화를 독려하는 애국심으로 포장된 반글로벌화 선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일 간의 갈등은 조속히 외교적으로 해결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경제계가 주목해야 할 글로벌 트렌드가 있다. 바로 글로벌화에 대한 공격이 세계적으로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수출 주도 산업의 성공 배경이 된 글로벌화는 역사적으로 확대와 퇴화의 주기를 반복해 왔다. 1차 글로벌화 시대는 산업혁명에 성공한 서구 열강의 식민지 확대 정책에 의해 1860년대에서 1910년대까지 진행되다가 제1, 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1910년대에서 1940년대 중반까지 반글로벌화 추세가 유지됐다. 2차 글로벌화 시대는 미국 주도로 194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등 소위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브레턴우즈 체제에서 60년간 확장됐다.

대한민국은 이 시기의 글로벌화 추세에 편승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다. 하지만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지금 반글로벌화로 추가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최우선주의와 이를 흉내 낸 아베의 대(對)한국 전략, 영국의 브렉시트 등 배경에는 이민과 글로벌화에 대한 국내 정치적 반감이 깔려 있다.

경제 개발에 성공한 중국의 전략도 상품의 국제 교역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 점차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하고 있고, 일대일로로 노골화한 중국의 패권주의를 미국이 견제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라는 국제 정치의 전략도 반영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흐름과 별개로 글로벌 상품 교역이 줄어드는 다른 변화의 흐름도 주목해야 한다. 상품의 전자화, 인공지능화는 사용되는 부품의 양을 크게 줄이고 탈물질화를 촉진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사용되는 부품의 대부분은 전기자동차에서 쓸모가 없다. 공유경제의 확대는 자동차나 공간의 수요를 줄여가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반글로벌화의 추세가 앞으로 얼마나 더 길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글로벌화에 의해 좋은 일자리를 잃었다는 러스트벨트의 불만이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한 이 경향은 한동안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금기를 어기고 국제 자유교역의 둑에 큰 구멍을 내며 정치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세계의 다른 정치 지도자들도 이러한 인기 영합적 반글로벌화 유혹에 계속 끌릴 것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경향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생산거점을 반글로벌 경향이 큰 시장으로 분산해서 이전하는, 소위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는 해외 투자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와 문화를 현지화하는 혁신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렵다.

일본의 쇠퇴는 상품의 글로벌화에 성공했지만 조직의 글로벌화에 실패한 것이 한 원인이다. 우리 경영자들은 이러한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반글로벌이 일상화한 시대에 분산된 글로벌화로 선제 대처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을 진짜 글로벌 기업으로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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