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현대의 기업 경영이 과거보다 왜 더 어려운가를 설명하면서 그 이유를 중국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사업을 하든 중국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고백이었다. 그는 제품 사양을 변경해야 하는 비상시에 미국에서는 몇 달이 걸릴 일을 중국은 2~3일 만에 해내는 빠른 속도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내건 1970년대 말부터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한국 경제에 끼친 영향은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1990년대 초 이후 중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교역 대상국이자 투자 대상국이었다. 우리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생각보다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때맞춰 급성장한 중국 경제의 덕이 컸다. 중국은 지금까지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였고 기회 요인이기도 했다.

그런 중국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표적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샅바 싸움의 결과는 의외로 중국의 취약점을 크게 부각시켰고,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급격한 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중국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주된 이유는 미국과 무역전쟁 때문이 아닌 내부 문제에 있다. 첫째, 중국의 고도성장이 대부분 과도한 신용 버블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중국의 총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0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경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미국의 주택 융자 버블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과도한 신용 버블 뒤에는 필연적으로 길고 고통스러운 위기가 따른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 법칙이다.

중국이 불안한 또 다른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1인 독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은 그동안 경제 개발을 통해 중국이 민주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협력해왔다. 하지만 시진핑이 패권을 추구하면서 서방은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구 변화 추세 역시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자녀 정책에 따른 경제활동인구의 급감과 급격한 고령인구 증가는 일본 경제가 저출산으로 1990년대 위기를 맞은 것과 흡사하다.

중국이 이미 고임금 국가가 됐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중국 투자를 줄이고 있다. 중국 부자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중국에서 돈을 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중국계 자본이 6년째 미국 부동산 구입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은 모두 중국의 잃어버린 10년, 20년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 스스로도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정책 목표에서 내려놓았다. 실제 성장률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6.6%로 추정되는데 이는 28년 만의 최저치다.

이러한 경제 성장률 하락은 중국 시장 구조를 바꿔 놓고 있다. 2008년 22.7%에 달했던 중국의 소비 증가율은 2011년부터 매년 떨어져 지난해엔 8%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시장의 소비 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위기는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갑자기 찾아오기보다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긴 불황의 터널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위기는 눈앞에 닥쳤다. 그 기간은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른다. 중국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많지만 정부 주도 정책으로 시장을 제압하려 한다면 위기는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은 거대한 중국 경제가 우리나라 기간산업을 위협한다는 점에 매몰돼 중국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저성장의 시련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한국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응 시나리오를 짜놓아야 한다.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의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의 시련이 우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될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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