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 해라고 금빛 찬란한 인사들이 오간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새해 경제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한국의 수출 주력 시장인 유럽과 미국엔 경기 침체를 넘어 불황을 걱정하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때문에 불안은 더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더 걱정인 것은 국내의 정부발(發) 경제 불안 심리다.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사업자의 몰락과 생활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취약계층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획일적 노동시장 규제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국내에서 제조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기에 족하다. 경제 사령탑의 교체와 더불어 정책의 방향 수정을 기대했던 경제계는 그 기대가 이뤄질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투자·소비·고용이 곤두박질치고 대외 여건도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의 인식은 위기의식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최고경영자(CEO)들은 새해를 어떻게 맞아야 할까. 경영 전략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란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두 개의 태양이 나란히 존재하는 타원형의 궤도를 공전하는 행성과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기업이라는 행성은 어떤 때는 성장이라는 태양에 가깝고, 또 어떤 때는 생산성이라는 태양에 가깝다는 것이다. CEO들이 지금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수요가 풍부하거나 경쟁사가 부진한 경우는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택하는 것이 맞다. 이런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데 기업이 단기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 이런 때는 내부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기회가 올 때 도약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 현명하다. 경영학에선 성과가 가장 낮은 경우를 성장 전략과 생산성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때라고 본다. 적극적인 성장 전략과 생산성 향상(원가 절감) 전략은 종종 충돌할 때가 있고 조직원을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결국 CEO들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

기업은 사업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축적하게 마련이다. 지나친 복지를 약속한 노사협약, 이익이 안 되는 유통체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사 양측이 설득과 이해를 통해 이를 제거하고 군살을 빼야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구조조정을 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부가가치 낮은 자원을 제거하는 것은 불황기에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실적이 좋은데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미국 GM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한다. 이런 때는 불황형 사업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검토하고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조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또 적당한 위기의식은 혁신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IMF 외환위기 시절에 존립의 위기에 처했던 많은 기업들이 혁신에 성공한 것이 좋은 예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했지만 살아남은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높아졌다. 불경기는 앞으로 5년에서 10년 후에 기업이 무엇을 먹고살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할 기회다. 사업이 잘돼 시장이 확장될 때는 이런 일들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절박한 마음만큼 큰 혁신의 동인은 없다.

불경기는 회사에 필요한 자원을 값싸게 인수할 기회이기도 하다. 좋은 인재를 스카우트하기도 쉽고, 값싸게 나오는 핵심 자산을 인수해 불경기 이후의 도약을 준비하기 좋다. 장기적 안목의 평정심과 냉철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때 불황은 축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선거철만 쳐다보는 정치인들의 오만이 불러온 불확실성의 시대다. CEO는 어떠한 상황이 와도 절망이 허용되지 않는 무한 책임의 자리다. 한국의 CEO들은 새해를 맞아 더 냉정해지고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만 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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