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는 하늘의 넓음과 바다의 깊음을 알지 못한다.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자동차 산업이다. 올여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감지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선 아직도 충전소 부족으로 수소차 보급이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것에 반해, 미국에서는 수소차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실리콘밸리에는 한두 집 건너 테슬라, GM, 닛산의 전기차를 가지고 있었다. 만나는 자동차 전문가마다 전기차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했다. 결국 배터리와 전기차에 올인하는 중국이 미래의 주도적 자동차 생산기지가 되리라 예상했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와 스타트업들은 자율주행 기술과 모빌리티 서비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는 향후 자동차 하드웨어(HW)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 차내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서비스, 콘텐츠로 더 큰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전기차는 이미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며, 구글도 일찍부터 자율주행 기술에 특화된 웨이모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벌써 700만마일을 운전자 없이 주행한 경험을 쌓았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HW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활용한 기술은 이미 표준이 됐다. 컴퓨터 칩을 만드는 인텔은 레이더 센서를 개발한 모빌아이를 인수해서 자율주행 솔루션을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르네사스도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실시간 의사 결정을 하는 칩을 개발했다. 더 나아가 웨이모는 빛을 사용하는 ‘라이더’라는 장치를 통해 외부환경을 더 정확하게 감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센서와 반도체 같은 HW보다 인공지능(AI) SW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AI와 머신러닝(기계학습) 분야의 프로그래머를 학부 때부터 채용하려고 혈안이다. 인텔이 모빌아이를 15억달러나 주고 인수한 이유도 단순한 센서기술뿐 아니라 카메라로 개체를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는 SW의 가치를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상업화 서두르는 차량공유 업체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완성차 업체보다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와 구글 같은 SW 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이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 판매가 비즈니스 모델이므로 더욱 천천히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려 한다. 그러나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24시간 무인 서비스를 하게 되면 당장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된다. 구글은 자율주행 SW를 안드로이드처럼 산업표준으로 만들려고 하며, 차량에서 검색·엔터테인먼트·부가 서비스 등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따라서 우버와 구글은 자율주행차의 상업화에 서두르는 반면, 도요타 같은 완성차 업체는 운전자를 조력하는 형태의 보조장치 개발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격변하는 미래의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과연 누가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다. PC 산업에서 봤듯이 HW 업체가 가치를 가져가는 비율은 1978년 90%에서 2005년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대신 주요 부품과 반도체, SW,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가져가는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반면 자동차 산업에서는 완성차 업체가 시장의 70~90%를 독식하는 추세가 계속돼 왔다. 이는 완성차 업체가 2만 가지 부품을 통합하는 시스템 통합자로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에서 완성차 업체가 이런 시스템 통합자 역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품도 단순하고 배터리와 SW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의 자동차 산업에서 완성차 업체는 컴퓨터 HW처럼 일상재가 되고, 배터리·반도체·SW·차량공유·엔터테인먼트 같은 응용 서비스업체들이 대부분의 가치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완성차 업체는 아직 수소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AI와 SW에 대한 능력은 아직 일천하다. 한국에서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는 아예 불법이다. 국가도 기업도 우물 안 개구리다.

장세진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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