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양승용
일러스트 : 양승용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은 1995년 항저우시 대표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기업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이었다. 항저우전자대 영어 강사로 영문 번역 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영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발탁돼 항저우가 발주한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알아보러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사달이 났다. 미국의 기업인은 마피아 조직원이었고, 마윈을 감금했다. 감시하던 조직원에게 돈을 건네고 풀려났는데 중국으로 돌아갈 비행기표 살 돈이 없었다. 수중에 동전 몇 개뿐이었는데, 카지노에서 운(運)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마지막 동전이 250달러에 당첨돼 귀국할 수 있었다. 마윈은 이런 활극 같은 에피소드들이 숱하다.

항저우에 맨홀 뚜껑 도둑이 기승을 부려 한 TV에서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맨홀을 훔치는 장면을 연출하고 행인들의 반응을 살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던 마윈만이 “멈춰”라고 소리쳤고, 그는 용감한 시민으로 이름을 알렸다. 진융(金庸) 무협 소설 마니아로 알려진 마윈은 지난해 ‘공서우다오(功守道)’라는 무협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직접 출연했다. 주제가도 불렀다.

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독특하다. 보통 중국에서 부호가 되면 ‘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라는 감투를 쓰는데, 현재 중국 대기업 오너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정협 위원이 아니다. 발언도 거침없다. ‘좀 튀는 기업인’인 마윈이 지난달 난데없이 “창업 20주년인 2019년에 은퇴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회사 소유권을 포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실종됐다고 알려진지 135일만에 모습을 드러낸 중국 톱 여배우 판빙빙(范氷氷)은 탈세 혐의로 약 1436억원의 세금·벌금을 냈고, 반성문도 공개됐다. 첫 중국인 출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재인 멍훙웨이(孟宏偉)도 9월 말 “중국 출장 간다”면서 프랑스에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 며칠 뒤 중국 공안부가 “뇌물 수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흔들리는 중국 민영 경제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가, 여배우, 국제기구 대표의 신상에 이상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시진핑 주석이 느슨해진 고삐를 바짝 죄는 중이라는 말이 돈다. 문화대혁명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 주석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민영 경제의 발전을 격려하고 지지하고 이끌고 보호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 경제가 국유 기업은 약진하고 민영 기업은 퇴조한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얼마 전 상하이의 한 언론은 “올 들어 9개월간 상장기업 46곳이 국유 기업에 300억위안 규모의 주식을 넘겼다. 24곳은 대주주가 바뀌고 있다고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이런 기류는 걱정스럽다. 우리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집계를 보면,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올 상반기 26.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중화권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경제가 한국이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금액)이 올 들어 20%를 넘어서면서 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세계 최대 IT 제조국인 중국 IT 산업의 호황과 불황이 곧바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시황제’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이 시장과 시민 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미국과의 ‘통상전쟁’에서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 우리 경제가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시장 경제의 원칙과 질서 대신 중국 공산당 지도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울게 되면 우리 경제는 타격을 받게 된다. 좌충우돌 트럼프 리스크가 걱정이었는데, 시진핑 리스크까지 겹칠 모양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이 나라가 이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는 게 급선무다.

이진석 조선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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