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_62_1.jpg
양연정 스탠퍼드 경영학석사(MBA), 핌코(PIMCO) 미국 회사채 분석 담당 www.inclineim.com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11개의 지역구가 있다. 이 가운데 내가 사는 6번 지역구는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인 시민회관 인근과 소마(SOMA·South of Market), 트레저 아일랜드, 텐더로인 지역을 포함한다. 소마는 마켓 스트리트의 남부 지역을 일컫는다. 마켓 스트리트에는 우버, 트위터의 본사가 있고, 스타트업들이 즐겨 이용하는 글로벌 공유 오피스 업체인 위워크의 건물이 두 블록을 건널 때마다 보일 정도다.

이렇게 스타트업의 활기로 가득찬 소마의 분위기는 한 블록만 북쪽으로 올라가도 완전히 달라진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노숙자 밀집 지역인 텐더로인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텐더로인의 풍경은 소마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밤에는 사이렌 소리와 총성이 간간이 들려오고, 아침에는 밤새 노숙자들이 버린 쓰레기와 마리화나 냄새가 남아 있다.

거리의 남쪽에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북쪽에는 노숙자가 늘어나는 6번 지역구의 모습은 샌프란시스코 전체의 소득 불균형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기업가와 엔지니어의 소득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테크 인더스트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5월에 나온 조사 결과를 보면 페이스북 직원의 중간 소득은 24만달러, 구글은 20만달러, 넷플릭스는 18만달러였다. 전체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주택 구입 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선은 작년에 연 소득 13만달러까지 올랐다. 다시 말하면 연간 11만~12만달러를 버는 정도로는 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시정부가 판단했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의 소득 불균형은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이 멋진 도시가 더욱 안전하고, 부유하고, 깨끗해지기를 바란다.”

지난 5일 치러진 샌프란시스코 시장 선거에 출마한 제인 김(Jane Kim)이 밝힌 포부다. 제인 김은 내가 살고 있는 6번 지역구를 대표하는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이다. 2010년 한국계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2020년 1월까지 임기였던 에드 리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잔여 임기를 채울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치러졌고, 제인 김 시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스탠퍼드대 정치외교학과, UC버클리 법대를 졸업한 인권 변호사 출신인 제인 김 시의원은 최저임금 15달러 등 소득 불균형 해소와 중산층,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254_62.jpg
샌프란시스코 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제인 김(맨 오른쪽)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사진 제인 김 선거운동본부

연 수입 13만달러 미만은 주택 구입 지원

이번 시장 선거가 흥미로웠던 건 후보로 나선 누가 당선되더라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마크 레노 전 상원의원은 본인이 성적 소수자임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런던 브리드 시의회 의장은 흑인 여성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도전했다. 제인 김은 한국계 최초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최초의 ‘공식적 게이’ 시장이냐, ‘흑인 여성’ 시장이냐, ‘아시아 여성’ 시장이냐를 놓고 세 후보가 대결을 벌였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지만, 제인 김은 당선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한국계 시장 탄생은 좌절됐지만, 제인 김 시의원의 정치 여정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있던 어느 저녁에 테크업계 종사자들과 함께 제인 김 시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을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뿐 아니라 미국 정치계에서 아시아계이자 한국계로 큰 족적을 남길 젊은 정치인의 생각을 미리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음은 제인 김 시의원과의 일문일답.


샌프란시스코의 주택 공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
“샌프란시스코에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1980년 이전의 샌프란시스코는 공공주택 공급 과잉이 문제가 될 정도로 주택 사정이 좋았다. 하지만 레이건 정부 이후 작은 정부가 강조되면서 연방정부의 주택 예산이 줄었고, 199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가 성장하면서 민간 주택 공급도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급 주택 위주로 이뤄졌다. 테크 붐을 타고 신흥 부자들이 몰려들고 해외에서의 투자 수요도 증가하는데 정부 지원은 없으니 공공임대 주택 개발 사업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사업이 수지 타산이 맞도록 시정부가 경제적, 법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공공임대 주택을 지을 경우 수도나 하수도 시설에 대한 비용을 지원해주거나 주택 면적 제한을 풀어주는 식의 해법이 필요하다.”

테크 산업이 샌프란시스코 발전에 기여한 공이 적지 않다.
“나는 반(反)기업적인 사람이 아니다. 다만 성장의 과실이 소외된 계층에게 조금 더 돌아가기를 바란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분배의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일하는 경비원과 식당 종업원들이 그들보다 소득이 훨씬 많은 엔지니어들보다 교통 보조금을 덜 받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나.”

샌프란시스코는 다양한 인종·종교적 배경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이들을 어떻게 포용할 건가.
“우리는 다른 것 같지만 사실 모두 같은 것을 원한다. 노숙자 없는 깨끗한 거리, 합리적인 수준의 주택 가격,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 같은 것들이다.”

제인 김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나는 여러 후보들 중에 가장 젊지만, 시정 활동을 한 경력은 가장 길다. 경험이 가장 많다. 지난 12년간 샌프란시스코를 위해 일해왔다. 여러 후보의 공약이 비슷해보일 수 있지만, 디테일을 봐야 한다. 치밀하게 짜인 실행 계획에 나의 경험이 녹아 있다.”

양연정 인클라인 매니지먼트 파트너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