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4일 “3월 1일로 정한 중국과 무역전쟁 휴전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미국은 3월 1일까지 중국과 무역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2일부터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에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0.23%, 상하이종합 지수는 5.6% 상승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칼럼에서 두 나라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미국이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 예일대 경제학 교수, 뉴욕대(NYU) 경제학 박사,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원,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넥스트 아시아’ 저자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
예일대 경제학 교수, 뉴욕대(NYU) 경제학 박사,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원,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넥스트 아시아’ 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는 중국의 ‘탄력성’과 ‘전략적 결의’를 과소평가했다. 그들은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전쟁을 벌이면 큰 타격을 입은 중국이 간절히 전쟁을 끝내려 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를 해소할 충분한 정책적 여력이 있는 중국 지도부는 장기적인 전략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

현재 양국의 협의가 두 나라 무역 수지 격차를 해소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양국 경제 기초 체력 차이가 이 협상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중국 경제가 지난 몇 달간 현저히 약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게 미국의 관세 부과 전략이 먹혀들어 간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다. 중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부채 중심의 경제 성장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구조적인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캠페인을 벌여왔다. 중국 정부는 ① 일본 증후군을 피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부채가 과도한 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 만이 아니라 ② 좀비기업과 관련한 생산성 문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노력 결과, 신용 거래 증가율은 2016년 초 16%에서 2018년 말 10.5%까지 떨어졌다. 이는 한때 강력했던 중국 경제에 큰 파문을 가져왔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효과를 따지기는 아직 이르다.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 정도 감소했지만, 신흥시장, 특히 아시아 지역 경제 회복에 힘입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의 수출은 확대되고 있다. 물론 춘절 연휴를 앞둔 데다,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우려에 따른 일시적인 둔화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지난 몇 개월간 둔화의 원인이 되긴 어렵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은 서방 국가보다 훨씬 유연한 재정, 통화 부양책을 써왔다. 지난 1년 동안에만 총 다섯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그 결과 은행 대출과 신용 대출이 급증해 올해 중반까지 ③ 중국 경제 성장세를 지탱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미국 경제는 단기 모멘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2017년 말 트럼프의 감세 정책 덕분에 2018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3%까지 상승했다. 앞선 8년 평균치 2.2%보다 1%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재정 부양 효과가 사라지면서 경제 성장률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올해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2.3%로 제시했다.

앞으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초 주식시장이 잠시 반등했지만, 이는 2018년 말 급락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작년 말 미국 증시 급락은 가계 부와 소비자 신뢰에 영향을 미쳤고, 그 결과 12월 소매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④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데다, 이미 취약한 가계 경제, 불안정한 세계 경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탄약 고갈 등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력은 요원해 보인다.

양국 경제 성장세의 뚜렷한 차이점, 즉 ‘정책으로부터 촉발된’ 중국 경제 개선과 ‘정책에 얽매인’ 미국 경제 둔화세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저축률은 GDP의 45%였다. 같은 기간 미국(18.7%)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08년 52%로 정점을 찍은 후 저축률이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높은 저축률은 중국 경제에 쿠션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 총저축의 85%는 낡아빠진 자본(capital stock)을 대체하는 데 쓰이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순 국민 저축률이 3%에 불과했는데, 이는 과거 30년 평균(6.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중국의 자본은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은 데다, 대체될 필요도 없다.


2월 2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3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양국 대표단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왼쪽에서 네 번째)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건너편에 류허(오른쪽에서 네 번째) 중국 부총리가 보인다. 사진 블룸버그
2월 2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3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양국 대표단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왼쪽에서 네 번째)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건너편에 류허(오른쪽에서 네 번째) 중국 부총리가 보인다. 사진 블룸버그

양국의 저축 차이는 투자 잠재력으로도 이어진다. 2018년 중국의 투자는 GDP의 44% 수준이었다. 미국(21%)의 두 배다. 여기에 노후한 미국의 자본 수준을 고려했을 때, 양국 경제가 가진 순 투자 역량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이는 도시화, 인프라 투자, 인적 자본, R&D 같은 장기적 성장 요인과 오리지널 혁신 역량에 있어 중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뜻한다.

두 나라의 저축률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만성 재정 적자가 미국인의 저축률을 더 끌어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력은 상대적이다. 미국 경제 활황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단기 회복력이 흔들리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기초 체력이 약화하고 있다. 중국은 정반대다. 지금의 단기 약화는 견고한 장기 기초 체력에 힘입어 올해 중반까지만 이어질 것이다. 이런 현실은 중국의 강점과 무역 협정의 공허한 이익을 잘못 읽고 있는 미국 협상가에겐 예상치 못했던 불쾌한 깨달음으로 다가갈 것이다.


Tip

일본의 버블경제를 말한다.

중국의 국유 기업들은 은행으로부터 원하는 만큼 신용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많은 돈을 빌려 더 많은 설비를 짓는 식으로 회사를 키웠고, 사실상 ‘좀비’ 상태로 연명해왔다. 하지만 작년 12월 중국 정부는 파산·청산 조건에 부합하는 좀비기업을 반드시 파산·청산하기로 했다.

중국은 지난해 네 차례, 올해 1월 한 차례, 총 다섯 차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지준율 인하로 은행의 대출 여력이 확대된 결과, 1월 은행권 신규 대출이 3조2300억위안(약 537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고용 시장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2월 21일 기준 노동부의 집계에 따르면 4주 평균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4000건 증가, 1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티븐 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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