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화 고려대 불어불문학 학사, VPI&SU 박사, 맥킨지&컴퍼니 컨설턴트, LG전자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 현대자동차 마케팅 전략실장, 현 서강대학교 교수, 블러썸미 대표이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최명화
고려대 불어불문학 학사, VPI&SU 박사, 맥킨지&컴퍼니 컨설턴트, LG전자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 현대자동차 마케팅 전략실장, 현 서강대학교 교수, 블러썸미 대표이사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대기업 임원 3관왕’ ‘현대차 최초의 여성 임원’ ‘마케팅계 파워우먼’ 그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끝이 없다. 바로 마케팅 전문가 최명화 블러썸미 대표다. 그는 LG전자 상무 시절, 인도에서 ‘야채칸 냉장고’ 등 인사이트를 담은 제품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현대차에서는 제네시스의 글로벌 전략을 주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최 대표는 다양한 기업을 거치면서도 늘 변화하는 소비자에 주목해왔다. 10월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 소비자를 다룬 ‘지금 팔리는 것들의 비밀’이라는 책을 선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 지켜야 할 업(業)의 본질과 따라야 할 흐름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11월 16일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 앰버서더에서 최 대표를 만나 ‘마케팅’과 ‘소비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케팅의 그릇은 변하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마케팅의 본질이란.
“시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 고객에게서 출발하고 고객에게 매진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집요한 인사이트가 있어야 성공한다는 점도 동일하다. 오히려 인사이트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이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최초로 출시했으면 잘 팔리는 시대였다. 요즘엔 제품 자체의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작은 마케팅 차이로 1등 기업이 되거나, 소비자들에게 아예 잊히기도 한다.”

인사이트를 보여준 기업은 어디일까.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이 된 당근마켓이다. 중고거래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마케팅으로 차별화했다. 이웃 간의 거래를 강조해 중고거래의 단점인 ‘불안감’과 ‘귀찮음’을 제거했다. 선한 사연을 끌어낸 점도 차별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울 때도 당근마켓으로 마스크 무료 나눔을 했던 이웃들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인간은 자극에 끌리지만, 결국 선함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인사이트를 기르기 위한 습관이 따로 있나.
“인사이트는 ‘관찰’에서 나온다. 나와 큰 관련이 없다고 해도 늘 들여다본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새로운 생각과 충돌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모임에 참여하거나, 학교에서 만나는 20대 초반 제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인사이트를 얻는 편이다.”

25년 차 마케터로서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무엇인가.
“소비자들의 ‘고양이화’다. 집단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연결을 원하지만 쉽게 곁을 주지 않는다. 기업들은 고양이 같은 소비자가 스스로 찾아 오도록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유혹해야 한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마음에 들면 열광한다. 기업들은 예전처럼 소비자들을 가르치려고 덤비면 안 된다. ‘내가 이렇게 잘났어’ 자랑하지 말고, 재밌고 포근한 이야기로 회자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곰표의 브랜드 컬래버처럼 지속해서 기업 철학을 내비치고 내 판에 들어와 놀 수 있게 해야 한다. 브랜드를 생물처럼 만들어 친구도 만들어주고, 색깔도 입혀줘야 한다.”

CEO들에게 마케팅에 대해 조언한다면.
“수십 명의 마케팅 팀원, 비싼 에이전시와 광고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부지런히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구찌처럼 조직 내 20대 직원 2~3명으로 된 파일럿테스트팀을 구성해 ‘6개월 동안 3000만원을 가지고 가장 좋은 마케팅 방법을 찾아오라’라고 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다양한 채널에서 실험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정해진 공식은 없다. 적절한 ‘근육’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CEO(최고경영자) 스스로가 소비자가 있는 곳에 발을 담가야 한다. 20대 여성들이 타깃이라면 그 나이대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라. ‘딸이 있어서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말고, 인스타그램에 가입해서 인플루언서들을 팔로우하고, 2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카페와 전시회에 가봐야 한다. 기업 전산실, 마케팅 부서만 볶지 말고, 본인이 스티브 잡스처럼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주의해야 할 마케팅은 무엇인가.
“비싸 보이는 마케팅이다. 득과 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유명 가수들을 모아놓은 공연, 비싼 광고모델은 고객에게 ‘광고비가 제품 가격에 전가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한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참여시킬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라.”

4차 산업혁명으로 데이터가 중요해졌다. 소기업들은 불리할까.
“마케팅의 출발은 스몰데이터다. 상품 후기와 소셜미디어(SNS), 라이브커머스에 달린 댓글부터 집요하게 봐야 한다. 당장 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해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크다. 스몰데이터를 보다 보면 ‘아하’ 하고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온다. CEO들은 의사 결정을 하기 전 고객 반응과 데이터를 꼭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직원들도 스몰데이터를 계속해서 수집하게 된다.”

앞으로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모든 사람이 셀러가 되는 날까지 개인화가 지속될 것이다. 시장은 더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투명해질 것이다. 판매자들은 더욱 부지런해지고, 정직해져야 한다. 더는 광고로 인기를 끌고, 대표는 뒤에서 딴짓하는 모습이 용납되지 않는다.”

마케팅은 영업 조직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려면.
“마케팅과 영업이 부딪치는 건 굉장히 건강한 충돌이다. 영업과 마케팅의 생각이 똑같으면 위험하다. 양측이 협의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은 가까울수록 좋다. 초기부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뒤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상품을 내놓고 고객의 니즈를 갖다 붙이려고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뭘까.
“‘나다움’이다. 흉내 내지 말라. 누군가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서 똑같이 따라 하면 안 된다. 마케팅이 지속 가능하려면 모든 면에서 나다움을 보여야 한다. 기업이 보여주는 철학, 전하는 메시지는 항상 나다워야 한다.”

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젖은 낙엽처럼 버티는 근성과 실력이 중요하다. ‘낭중지추’라는 말처럼 실력은 언젠가 드러난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있더라도 버텨야 인정받을 수 있다. 사실 오르막길이 더 힘들다. 내리막길은 오히려 ‘Everything is good’이라고 외치다 망할 때가 많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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