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신흥전문대(현 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 김민지 양주도가 부대표가 별산막걸리 제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김민지
신흥전문대(현 신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 김민지 양주도가 부대표가 별산막걸리 제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오래전부터 양조장에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 ‘막걸리와 식초는 같은 양조장에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양조장 한쪽에선 막걸리를 빚고, 같은 양조장 다른 공간에서 식초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결론은 양쪽 모두에서 식초가 나온다. 막걸리가 식초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식초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미생물(식초균)은 공기를 타고 막걸리 발효 탱크로 옮겨온다. 그러면 막걸리는 끝이다. 식초균이 막걸리 발효에 개입해 막걸리 산도(신맛의 강도)를 급격히 올린다.

그런데 술 발효 과정에 아예 ‘막걸리와 상극’인 식초를 넣어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인이 있다. 그 술맛이 기가 막힌다. 식초를 넣었으니 신맛이 강하겠구나? 하는 선입견을 품고 마셔도 신맛을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다. ‘단맛과 신맛의 적절한 조화’, 이렇게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세계 최초로 식초(정확히 말하면 식초균)를 넣은 막걸리, ‘별산막걸리’를 개발한 양주도가 김민지 부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한때 식초를 막걸리에 타서 마시는 게 유행한 적이 있어요. 사이다 탄 막걸리 마시듯 말이에요. 식초가 몸에 좋다고 해서 너도나도 ‘마시는 식초(홍초)’를 즐기던 시절이라 식초를 넣은 음료가 인기였죠. 평범한 막걸리도, 마시는 식초를 조금 타면 풍미가 훨씬 깊어져요. 그래서 ‘막걸리를 만들 때부터 식초를 넣어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별산막걸리는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에서 최고의 관심을 받은 출품작이었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 전문 온라인 매체인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올해 행사에서 막걸리에 식초를 넣어 만든 양주도가의 별산막걸리는 최고상인 ‘Best of 2020’ 상을 받았다. 막걸리가 가장 싫어하는 식초를 넣어 막걸리를 만들다니? 더 놀라운 것은 그 식초 막걸리가 올해 대한민국주류대상에 출품한 수십 종의 막걸리 중 최고 평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김민지 부대표를 만나 식초와 막걸리의 절묘한 조합을 어떻게 만들게 됐는지 물어봤다. 양주도가는 경기 북부의 소규모 신생 양조장이다. 별산막걸리는 일반 막걸리보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다.


별산막걸리를 곁들인 한식 상차림. 사진 양주도가
별산막걸리를 곁들인 한식 상차림. 사진 양주도가

별산막걸리는 어떤 술인가.
“별산막걸리는 특이하다. 별산은 특별한 신맛이란 의미다. 다른 막걸리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신맛이 난다. 그렇다고 식초 맛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막걸리의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우러져 크리미한 맛(다소 끈적끈적하면서 감미로운 맛)이 특징이다.”

향은 어떤 것들이 도드라지나.
“덜 익은 바나나 향, 풋사과 향 같은 것들이 섞인 향이 난다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발효 도중에 술밥을 뒤적여줄 때 정말 풋사과 향이 난다. 그러면 ‘이번 술은 잘됐구나’ 생각한다.”

식초를 막걸리 제조에 접목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했나.
“한때 막걸리에 홍초를 섞어 먹는 것이 유행했었다. 그래서 식초를 넣은 막걸리를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개발하게 됐다. ‘막걸리를 상온에 그냥 두면 식초가 되니까 절충점을 찾아보면 어떨까? 발효 부분을 접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술이 상했다’는 의미는 ‘술로 마시기 힘들다’는 것인데, 이것은 신맛 때문이다. 별산막걸리는 신맛을 상함이 아닌 (맛의) 상승 효과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단맛과 잘 어우러진 기분 좋은 신맛이라고 생각한다.”

막걸리는 그냥 두면 왜 식초가 되나.
“막걸리가 식초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은 온도와 알코올 도수다. 온도는 좀 높아야 하고, 알코올 도수는 좀 낮아야 한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막걸리를 상온에 오래 두면 거의 식초가 되는데, 식초균이 왕성하게 활동할 정도로 주변 온도는 높고 알코올 도수(막걸리 알코올 도수는 6도 내외)는 낮기 때문이다. 기온이 25~30℃보다 높으면 식초균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특히 여름철에 활발하다. 여름철에 술이 잘 상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식초가 아닌 식초균을 넣는다고 했다. 식초에서 식초균 추출은 어떻게 하나.
“우선 6년 된 감식초에서 식초균을 배양한다. 그다음 발효 중인 막걸리 일정량을 따로 떠서 이미 배양한 식초균과 섞어 다시 증식 배양한 후 발효 중인 막걸리에 투입한다.”

식초균은 어떤 활동·기능을 하나.
“막걸리를 만들 때 이용하는 미생물에는 곰팡이와 효모가 있다. 곰팡이의 효소가 쌀의 전분을 당분으로 가수분해하고, 그다음엔 효모가 당분을 이용해 알코올 생성을 하는 것이 막걸리 발효의 기본이다. 별산막걸리는 여기에 식초균을 이용해 초산발효 과정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식초균이 발효 초기 술의 오염 방지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술의 풍미를 높이는 역할도 한다.”

식초균을 언제 넣느냐를 놓고 거듭 실패를 했다고 들었다.
“식초균을 막걸리 발효의 여러 단계에 넣어봤다. 발효 초기, 중기, 말기 등에. 결과물은 진폭이 컸다. 아주 신맛이 강한 막걸리가 되거나 일반 막걸리와 차이가 없는 밋밋한 막걸리가 만들어지기 일쑤였다. 너무 일찍 식초균을 넣으면 완성 후 막걸리의 신맛이 너무 도드라졌고, 또 알코올 도수가 10도를 넘어선 발효 말기에 식초균을 넣으면 식초균 활동이 잘 안 돼 식초균을 넣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일반 막걸리와 차이가 없었다. 발효가 30% 정도 진행됐을 때 식초균을 넣었을 경우 가장 막걸리 맛이 좋았다. 투입되는 식초균 양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역시 엄청난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생산 기밀이라 정확한 함유량을 공개할 수 없지만 적정량 이상을 넣으면 신맛이 너무 강했고, 반대로 적게 넣으면 효과가 없었다. 식초가 들어간 술을 만들겠다고 작정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2019년 5월쯤에야 술 발효가 안정화됐다.”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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