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물러가고 기온이 뚝 떨어진 1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네거리 인근 도로가 전날에 비해 맑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사흘째 발령된 1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네거리 인근 도로에 가득한 미세먼지. 사진 연합뉴스
미세먼지가 물러가고 기온이 뚝 떨어진 1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네거리 인근 도로가 전날에 비해 맑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 사진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사흘째 발령된 1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네거리 인근 도로에 가득한 미세먼지. 사진 연합뉴스

극심한 미세먼지로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에 시달린다는 의미)’라는 신조어가 익숙한 시대가 됐다. 서울 기준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일수는 2013년 2일에 불과했으나, 2017년 10일, 2018년 8일까지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미세먼지 피해를 막아 보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산업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덕에 특수를 누리는 기업들도 있고, 일부 투자자들은 관련 기업의 주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첫 인공강우 실험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일상이 된 미세먼지를 성장의 기회로 삼는 산업계를 살펴봤다.


포인트 1│전자제품 제조사 방긋

미세먼지는 과거에는 선택 사항이었던 일부 가전제품을 필수품으로 바꾸고 있다. 공기청정기·건조기·의류관리기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처럼 연간 1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가전을 필수 가전이라 한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가전 최초로 300만 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에어컨(250만 대)과 TV(220만 대)의 연간 최대 판매량보다 많은 것이다. 공기청정기의 연간 판매량은 2017년 140만 대에서 지난해 250만 대 규모로 급성장했다.

미세먼지 관련 소형가전 판매의 급증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제품 제조사의 이익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LG전자는 1월 31일 실적(이하 잠정치·연결 기준) 발표에서 작년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5% 증가한 2조7033억원이었다고 밝혔다. H&A사업본부(생활가전), H&E사업본부(TV)를 합친 가전 부문 영업이익이 3조433억원으로 나머지 사업 부문의 적자를 메웠다. LG전자는 이날 “올해 생활가전 시장에서 공기청정기와 건조기·의류관리기 등 신성장 제품의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8% 증가한 58조89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기청정기 등을 포함한 소비자가전(CE·Consumer Electronics) 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2% 늘었다. 소비자가전 부문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체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2.4%포인트 높았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공기청정기와 대형 건조기 등이 인기를 끌면서 실적 증가에 기여했다.

이들 대기업의 미세먼지 관련 제품뿐 아니라 코웨이·청호나이스·위닉스·쿠쿠홈시스·대우위니아·SK매직 등 중소가전 업체의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쿠쿠는 지난해 4분기 공기청정기 매출이 전년도 4분기보다 92%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영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기청정기와 건조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으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제품 시장 규모가 각각 2.5배, 20배 성장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에어컨, 김치냉장고와 같은 필수 가전의 가구 보급률이 80% 이상임을 감안하면, 아직 보급률이 각각 37%, 9% 수준에 그치고 있는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시장은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포인트 2│유통 업계도 미세먼지 특수

미세먼지는 관련 생활가전 제조사뿐 아니라, 가전 유통 회사의 매출 신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미세먼지 관련 제품 매출이 다른 제품 매출 부진을 그나마 상쇄하고 있는 것이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제품 할인몰인 롯데하이마트를 분석하면서 “기존 대형가전 수요는 둔화되고 있지만, 미세먼지 관련 가전 매출이 계속 증가해 선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하이마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273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형 유통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서도 미세먼지와 관련 제품의 성장률은 눈에 띈다. 이마트는 역대 최악의 초미세먼지 수치를 보인 1월 14일(하루 평균 129㎍/㎥)을 전후로 1주일간(10~16일) 미세먼지 관련 가전 판매량이 주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월 18일 발표했다. 이 기간 이마트에서 발생한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4% 늘었다.

황사가 많은 3월에 판매량이 최고치를 찍었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1월부터 지난해 3월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다. 공기청정기뿐 아니라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도 수요가 폭발했다. 이마트는 같은 기간 옷에 붙은 미세먼지를 제거해 주는 의류관리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었다고 밝혔다. 빨래를 밖에서 말리기가 어려워지면서 건조기 매출도 67% 증가했다고 전했다.

가전제품이 아닌 부문에서도 미세먼지 수혜 품목이 적지 않다. 최근 수년 새 외출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이마트의 경우, 1월 14일을 전후로 1주일간(10~16일)의 마스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58% 늘었다. 관련 제조 기업의 주가도 뛰었다.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제작·판매하는 기업 모나리자의 주가는 1월 31일 종가 기준 3785원으로 지난해 10월 30일의 2120원에 비해 3개월 새 78.53% 급등했다. 같은 기간 초극세사 섬유를 재료로 한 마스크를 제작하는 웰크론의 주가도 48.8% 상승했다.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실내클라이밍·볼링·스크린스포츠·홈트레이닝 등 실내 스포츠의 수요도 늘고 있다. 패션 업계에서는 인도어(실내) 운동복과 운동 도구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포인트 3│인공강우 등 신사업 촉매제

미세먼지는 신사업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최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인공강우 실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강우란 구름씨앗, 즉 빙결핵이 될 만한 화학물질을 인위적으로 구름과 대기 중에 살포해 비를 만드는 방법이다.

기상청은 1월 25일 서해상에서 환경부와 합동으로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사상 최초의 실험을 진행했다. 기상청은 2월 중 실험 당일 전후의 레이더, 기온, 기압 배치, 풍향, 습도 등을 분석해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세먼지는 대규모 산림 조성 사업 등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충북도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숲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관련 사업비 46억원을 편성할 예정이다. 노후 산업단지 등 미세먼지 발생원 주변에 미세먼지 흡착·흡수 효과가 있는 숲을 조성하는 것이 사업 내용이다.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송옥주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세먼지대책특위’ 구성에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김영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안전안심365특별위원회’를 발족해 미세먼지 대책과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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