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서울시청점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문익현(70)씨. 사진 이정은 인턴기자
맥도날드 서울시청점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커피를 주문하고 있는 문익현(70)씨. 사진 이정은 인턴기자

서울 중구에 있는 맥도날드 서울시청점. 매장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키오스크(무인주문기) 네 대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키오스크 앞에 서서 주문을 마치고 자리를 골라 앉았다. 직접 주문받는 카운터는 매장 안쪽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대부분 키오스크를 이용하다 보니 카운터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한두 명뿐이었다.

60·7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매장으로 들어오자마자 키오스크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그는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빨대를 챙겨 자리에 앉았다. 1분도 안 걸리는 짧은 시간이었다.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더니 잠시 뒤 주문한 커피를 받아 왔다.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해보이는 그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개인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익현(70)씨는 이곳 맥도날드에 하루 두 번 방문한다. 신문을 보거나 친구들을 만나고 미팅도 한다. 보통 커피를 마시러 오는데 키오스크로 주문·결제를 마치기까지 30초 정도 걸린다고 했다. 카운터에서 주문하지 않고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문씨는 “가끔 점원이 바빠 카운터를 비우는 경우가 있는데 키오스크는 점원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고 말했다.

문씨는 “노인들이 키오스크 이용을 어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친구들도 대부분 키오스크를 선호한다”며 “간혹 키오스크가 사용하기 어렵다는 노인도 있지만 몇 번 해보면 금방 편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을 찾은 60대 이상 손님 대부분이 익숙하게 키오스크를 이용했다.

최저임금이 2년간 29.1% 치솟는 초유의 사태에, 점주들은 키오스크로 인력을 대체하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편의점·카페 업계의 무인화 바람이 거센데,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운영 시간이 길다 보니 다른 업종보다도 인건비 부담이 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018년 12월 21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사업장 1204곳 중 17%가 직원을 감축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영세 사업장 5곳 중 1곳이 직원을 줄인 것이다. 2019년(8350원)엔 전년 대비 10.9% 더 오르기 때문에 종업원을 줄이는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키오스크가 업주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키오스크 한 대가 직원 2~3명 몫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도 “일자리 소멸 문제는 있지만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일부 키오스크 업체는 주문량이 10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푸드 전문점은 이미 매장 절반 이상에 키오스크를 도입했다. 맥도날드는 전국 440개 매장 중 220여 곳에 키오스크를 설치했고, 롯데리아의 키오스크 도입 점포는 2015년 80곳에서 2018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1350곳 중 825곳으로 늘었다.

신한금융투자 등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2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키오스크 시장은 산업 초기였던 1999년(100억원)보다 25배 성장했다.

키오스크 산업 부흥에 키오스크 제작 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키오스크 판매 총판 정훈정보시스템은 2018년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200%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 점포당 키오스크 시스템 구축에 약 200만~7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영세한 사업자에게는 꽤 부담되는 금액이지만 초기 비용만 내면 계속 사용이 가능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다.

보증금을 내면 대여도 가능하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키오스크 월 대여료는 평균 15만원 수준이다. 15만원을 2018년 최저시급(7530원)으로 계산하면 약 20시간을 일해 받는 임금이다. 하루 7시간 일하는 점원의 사흘 임금으로 키오스크를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점주는 인건비 아끼고, 손님은 시간 아끼고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12시 30분에 찾은 투썸플레이스 광화문점은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러 나온 직장인들로 붐볐다. 카운터에는 2명의 점원이 주문을 받고 있었고 입구에는 키오스크 두 대가 있었다.

직접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봤다. 키오스크로 주문·결제를 마치기까지 약 30~40초가 걸렸지만 점원를 통해 주문할 때는 1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됐다. 키오스크로 약 20~30초를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키오스크 산업 특수로 업체는 돈을 벌고 매장 업주는 인건비를 절감하며, 소비자는 시간을 절약한다. 비록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인력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사실이지만, 키오스크 업체와 매장 업주·소비자 모두 경제적으로 이득을 보는 셈이다.

반면 키오스크가 주문·결제 시간을 단축할 순 있어도 개별 고객의 다양한 요구까지 충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석지연(32)씨는 “키오스크가 빠르긴 하지만 사원증을 가져오면 할인을 해주는 서비스는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박세인(29)씨도 “내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수정한 음료를 주문할 때는 키오스크로 할 수 없어 점원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등장한 상호소통형 키오스크가 이러한 불편을 줄여줄 전망이다. 소비자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어 시럽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맞춤형 주문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주문과 결제만 가능했던 기존 키오스크가 충족시키지 못했던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춰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태 교수는 “키오스크에 특별한 하드웨어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중장년층은 소외될 수도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대기·처리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지만 직원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 것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휴먼터치’보다는 사람과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 방식을 선호한다. 언택트는 접촉(contact)을 뜻하는 콘택트에 언(un)이 붙어 ‘접촉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직원보다는 기계를 통해 주문하는 것을 선호한다. 실제로 키오스크 전문 업체인 올리아 키오스크(Olea Kiosk)가 지난해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소매점에서 키오크스를 이용해 봤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91%가 밀레니얼 세대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 기기에 익숙해 사람과의 대면보다 기기 접근을 더 편하게 느낀다”며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무인주문기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젊은층에 비해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은 이 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디지털 소외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주문·결제 방식의 변화를 소비자에게 먼저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곽금주 교수는 “변화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면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인건비 상승으로 음식값을 올리는 방안 대신 키오스크를 도입했다’는 식으로 이해시킨다면 소비자도 기꺼이 키오스크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배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중교통 이용 시 현금과 토큰에서 카드로 바뀌는 과정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듯이 새로운 기술을 대하는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은 인턴기자,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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