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우주하우스)의 내·외부 전경이다. 1)외벽과 현관 2)부엌 3)방 내부 4)옥상 테라스. 사진 우주하우스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우주하우스)의 내·외부 전경이다. 1)외벽과 현관 2)부엌 3)방 내부 4)옥상 테라스. 사진 우주하우스

‘안녕, 우주인’이라는 간판이 달린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건물. 회색 빌라가 즐비한 거리 속 밝은색의 목제 현관과 고급스러운 외벽이 눈에 띈다. 이곳은 국내 최대 셰어하우스(Share House) 업체 ‘우주하우스’의 미아동 지점으로, 1인실 셰어하우스 전용 빌딩이다.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 우주하우스 웹사이트에서 투어 신청을 하고 직접 둘러봤다. 2~3층에는 층마다 1인용 방이 3개씩이고, 방에는 책상과 침대, 옷장 등이 깔끔하게 갖춰져 있었다. 3층을 지나 옥상으로 가니 카페처럼 꾸며진 테라스가 있었다. 투어를 돕던 직원은 “날씨가 좋을 때면 입주자들이 옥상에 모여 ‘치맥(치킨과 맥주) 파티’를 한다”고 말했다.

셰어하우스는 개인 공간인 방 외에 거실·주방·화장실·현관 등을 공유하는 주거 방식이다. 최근엔 ‘공유주택’이라는 개념으로도 쓰이고 있으며, 해외에서 쓰는 표현인 ‘코-리빙(co-living)’과 유사하다. 개인 공간이 있어 프라이버시는 지키면서도 공용 공간을 넓고 쾌적하게 쓸 수 있다.

작은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근엔 코오롱글로벌 등 대기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뛰어드는 추세다. 셰어하우스 플랫폼 사이트 ‘컴앤스테이’가 올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셰어하우스는 2013년 124곳에서 2017년엔 3561곳까지 늘어 4년 새 28.7배 성장했다.

최근엔 다인실이 아닌 1인실 셰어하우스가 뜨고 있다. 우주하우스가 제공하는 1인실 공실률은 현재 0%다. 하루에도 1인실 입주 문의가 20건 이상 들어올 정도로 1인실에 대한 수요가 뜨겁다. 대기자가 많아 공실이 생겨도 금방 채워진다.

컴앤스테이에 따르면 작년 1인실 입주 문의는 그해 새로 생긴 1인실 수보다 약 3.37배 많았다. 1.86배인 2인실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 들어온 입주 문의가 새로 공급된 1인실 수보다 약 8.57배 많았다. 컴앤스테이 ‘셰어하우스 매칭 신청 서비스’도 1인실을 2인실보다 세 배가량 더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인실은 다인실보다 월평균 5만~10만원을 더 낸다. 그런데도 1인실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에 대해 이소현 우주하우스 운영팀장은 “셰어하우스가 경제난을 겪는 대학생들이 원룸 대신 이용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주거 형태의 선택지 중 하나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셰어하우스가 원룸의 ‘주거 대안’에서 원룸과 오피스텔 등에 이은 새로운 ‘주거 옵션’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셰어하우스 운영은 주로 위탁으로 이뤄진다. 업체는 해당 건물 공사를 위한 투자와 운영·관리 조건으로 임대인으로부터 15~20%가량의 위탁 수수료를 받는다. 셰어하우스 산업 초기엔 임차인이 건물이나 주택을 임차한 뒤 이를 제삼자에게 임대하는 형태인 전대차 방식이 주를 이뤘다.


수요자 요구 계속 파악하는 게 관건

셰어하우스 시장의 성장은 건물 임대인과 업체, 입주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되고 있다. 우주하우스 미아점의 건물 임대인은 애초 12개의 원룸으로 지으려던 계획을 변경해 셰어하우스로 지었는데 방이 21개로 늘어 수익률도 높아졌다. 부엌·거실·화장실을 공용 공간으로 합쳐 만들 수 있는 방이 더 늘기 때문이다. 하우스가 느는 만큼 선택의 폭도 넓어져 입주자에게도 이득이다. 업체도 지점이 늘수록 위탁 수수료를 그만큼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최근 국토부는 셰어하우스 1인실의 최소 면적(7㎡)과 권장 면적(9㎡) 등을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법·제도적인 측면의 규제가 미비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셰어하우스 열풍에 편승해 수익성만 보고 무리하게 건물을 1인실 셰어하우스로 개조하는 업체가 늘었다”며 “청년 주거의 질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셰어하우스가 ‘제2의 고시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주하우스는 “입주자의 니즈를 반영하지 않고 수익에만 급급했던 신생 업체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며 “셰어하우스의 구성원인 ‘사람’을 콘텐츠라 생각하고 이들이 원하는 것을 계속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나향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도 “앞으로는 반려동물·보육·예술·창업 등 생활양식이나 거주목적에 따른 수요 계층이 등장할 수 있다”며 “셰어하우스 산업 발전에 ‘사람’이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함께 살아 안전, 구성원들과 네트워킹도

셰어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에 있다. 근처에 연세대학교가 있어 대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원룸을 얻으려면 보통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컴앤스테이로 연희동에 위치한 셰어하우스의 월세를 조회해 보니 34만~45만원이었다. 원룸보다 매달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6만원을 아낄 수 있다. 보증금은 보통 월세의 2~3개월분이기 때문에 100만원대 전후로 책정된다. 중개수수료가 없는 건 덤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올 3월 발표한 ‘국내 셰어하우스 현황 및 수요자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셰어하우스 입주 연령이 평균 19.8~35.9세로 밀레니얼 세대가 대부분이었다. 셰어하우스 주 이용자가 밀레니얼 세대인 것에 대해 이소현 우주하우스 팀장은 “실제 결혼적령기(25~30세) 여성의 혼인 전 거주 경험 조사에서 주거지가 평균 5번 바뀐 걸 확인한 바 있다”며 “직업뿐 아니라 주거에도 유연성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거주 문화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청년층은 중장년층에 비해 고용·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에 소극적이지만 임대주택 거주 의사는 많은 편이다. 가구와 전자제품 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옷만 챙겨 가도 바로 생활이 가능한 셰어하우스로 청년들이 몰리는 것은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노마드(nomad·유목민)’가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라면서 “이 같은 이유로 2030세대에겐 단기로 거주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셰어하우스 입주자들은 여럿이 모여 살며 ‘안전’과 ‘인적 네트워킹’까지 챙길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하우스에 따르면 여성 입주자가 70%를 차지한다. 집을 선택할 때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수요자 니즈와 맞아떨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여성 전용 셰어하우스는 입주자뿐 아니라 입주자 부모의 만족도가 특히 높은 편이다. 직장인 딸이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다는 하인수(56)씨는 “여럿이 모여 사니까 딸 혼자 사는 것보다는 안전할 것 같다”며 “딸이 원룸에 살던 때보다 걱정 덜된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공용시설을 함께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도 형성된다. 서강대 근처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지희(20)씨는 “이곳에 사는 사람은 모두 같은 학교 사람”이라면서 “공통요소도 많아 대화가 잘 통한다”고 했다. 직장인 박혜원(28)씨는 “퇴근 후 가끔 맥주 한잔하며 대화를 나눈다”며 “짤막한 대화로도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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