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준 메릴랜드대학 컴퓨터사이언스 박사, 정부3.0추진위원회 빅데이터전문위원장, 한국데이터마이닝학회 회장, 현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장 / 사진 조선비즈
조성준
메릴랜드대학 컴퓨터사이언스 박사, 정부3.0추진위원회 빅데이터전문위원장, 한국데이터마이닝학회 회장, 현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장 / 사진 조선비즈

“해외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국내 문과 출신 경영진도 빅데이터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빅데이터 연구 권위자인 조성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4월 2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조선비즈 ‘2020 유통산업포럼’ 기조연설에서 “기업은 빅데이터를 통해 얻어낸 인사이트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는 10~20년 후 와인의 품질을 효과적으로 예측한 프랑스 명품 와인 ‘샤토 마고(Chateau Margaux)’를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들었다. 샤토 마고는 제조된 해의 날씨에 따라 같은 브랜드, 같은 등급의 와인 가격이 최대 세 배까지 차이 난다. 이러한 변동성을 예측하기 위해 샤토 마고 측은 프랑스 기상청에서 와인이 제조되는 보르도 지역의 기후 데이터 30년 치를 수집했다. 이를 통해 전년도 겨울 강수량이 많고, 해당 연도 평균기온이 높으며, 수확기 강수량이 적을수록 와인 품질이 좋다는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해 냈다.

조 교수는 “샤토 마고는 생산 환경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 품질을 예측했고, 덕분에 생산성 향상과 투자 기회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에는 4월쯤 포도 원액이 와인으로 바뀌기 전에 전문가가 맛보고 품질을 평가했다”며 “이는 주관적 판단이었고, 이제는 회사가 객관적인 세 가지 요소와 품질 간 관계를 찾은 것이다”라고 했다.

조 교수는 라스베이거스의 하라스 카지노 호텔을 빅데이터를 활용한 효과적인 고객 관계 관리의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하라스는 카지노의 주 고객층이 동양인 관광객이 아닌 현지에 거주하는 은퇴한 노인이라는 사실을 빅데이터를 활용해 파악했다”며 “이를 깨달은 카지노는 밖에서 사진만 잠깐 찍고 떠나는 관광객이 중시하는 인테리어나 외관에는 단 한 푼도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하라스 카지노는 “주 고객층인 은퇴한 노인이 도박에서 적절한 금액의 돈을 잃고, 다시 카지노로 돌아오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정 금액 이상을 도박에서 잃으면 재방문율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빅데이터를 통해 파악한 후, 고객이 잃은 금액이 이에 가까워지면 음료수를 가져다주거나 레스토랑 쿠폰을 지급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이들이 특정 금액을 초과해 잃지 않도록 했다.


‘2020 유통산업포럼’에서 온라인으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조성준 교수. 사진 조선비즈
‘2020 유통산업포럼’에서 온라인으로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조성준 교수. 사진 조선비즈

빅데이터, 사실에 기반한 의사 결정 도와

전 세계 굴지의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조 교수는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개발 △품질 예측 △수요 예측 △고객 관계 관리 △고객 이해 △HR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빅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로 “개별적인 의견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해 의사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견에 기반한 의사 결정은 위험하다”며 “운이 좋아서 누군가 제시한 의견이 맞을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 의사 결정에서 ‘밸류(value·가치)’를 얻어내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대부분의 회사가 데이터 없이 현직자의 전문지식, 경험 그리고 ‘감’을 믿고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를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새로운 대안 혹은 추가 자료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빅데이터로 논의한다는 것은 마치 ‘계급장 떼고 말하기’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자가 개인 의견을 말할 때는 사장·임원·팀장·사원순으로 의견의 무게가 결정된다”며 “반면 데이터로 말할 때는 직급과 관계없이 모두가 같은 위치에서 객관적으로 말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문과 출신 2~4주 빅데이터 교육만 받아도 충분

조 교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아닌 문과 출신 임직원과 경영진 역시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를 얻어 의사 결정하기 위해선 데이터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을 제외한 모든 단계는 임직원이 실행자라고 설명했다. 즉, 빅데이터를 기획하고 인사이트를 분석하고 비즈니스 액션을 취해 가치를 얻어내는 모든 과정은 데이터 전문가가 아닌 임직원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보다 더 중요한 건 임직원이 빅데이터를 기획하는 단계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 및 분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케터, 상품 기획자, 공정 엔지니어 등 의사 결정자들이 최소한 빅데이터의 분석 종류, 예상 결과, 한계 등은 알고 있어야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명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문과 출신도 누구나 데이터 공부를 할 수 있다”며 빅데이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선 수십 년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과 출신 의사 결정자는 2~4주간의 빅데이터 교육만 받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에서 빅데이터 시각화, 통계,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최적화 등에 대해 배우는 분석 방법론을 다루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빅데이터 시대에 경영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은 의사 결정자에게 충분한 빅데이터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빅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해 분석가를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경영진이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현업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행동을 할 때 밀어주고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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