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령 서울대 경영학과,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 맥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트 / 사진 퍼블리
박소령
서울대 경영학과,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정책학 석사, 맥킨지앤드컴퍼니 컨설턴트 / 사진 퍼블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 기반 콘텐츠 플랫폼 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일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온라인에서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사업이 최대 수혜주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의 3월 국내 매출은 36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밀리의 서재 는 3월 ‘DAU(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1월보다 28% 증가했다.

구독경제 콘텐츠 중 영상도 책도 아닌 ‘지식’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 ‘퍼블리’도 성장 중이다. 2015년 설립된 퍼블리는 약 7000명의 유료 멤버십 회원이 있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다. 20~30대 밀레니얼 직장인이 주 타깃이며 월정액 2만1900원에 일 잘하는 법, 소비·산업 트렌드, 비즈니스 전략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무제한 제공한다. 비즈니스 이메일 가이드 같은 실용적인 정보부터 ‘상사와의 소통법’ 등 처세술,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 같은 노하우와 ‘스물아홉 미생의 젊은 상사맨 이야기’ 같은 커리어 경험담까지 모두 퍼블리의 콘텐츠다.

4월 28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구독경제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퍼블리는 시간이 희소하지만, 학습 욕구가 강한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라고 말했다.


퍼블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인기 콘텐츠. 사진 퍼블리
퍼블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인기 콘텐츠. 사진 퍼블리

코로나 사태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코로나19 이후 사업 지표가 더 좋아졌다. 구체적인 재무제표 연동 숫자를 밝힐 수는 없으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1월 말부터 12주간 가입자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해지하는 고객보다 신규 가입자 수가 더 많다. 특히 구독 서비스 모델에서 중요하게 보는 ‘리텐션(retention·고객 유지율)’ 지표 역시 최근 4주간 계속 증가했다. 재결제하는 고객 수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대체로 어떤 사람이 가입하나.
“25세에서 35세 사이, 일하는 밀레니얼이 주 고객으로, 이들이 유료 멤버십 회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그다음으로 35세 이상이 약 15%, 취업준비생·대학생 등 25세 미만이 약 5%다. 성별은 쭉 5 대 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정보기술(IT) 및 테크 업계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 직무는 기획, 전략 마케팅, 고객 조사, 브랜딩 등 계획업무에 몰려있다. 자신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구독자의 40%가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대기업, 스타트업, 프리랜서순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젊은 직장인들이 퍼블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식을 얻고 일하는 법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는 강하지만 이를 회사에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 입사했는데 일을 가르쳐줄 선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는 일을 가르쳐주는 사수가 있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국내에는 그렇지 않은 기업이 훨씬 많다. 또한 이들은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자란 세대 아닌가. 외부에 돈을 내서라도 지식을 보충하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일이 낯설지 않은 세대다. 코로나19로 일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는 ‘일 잘하는 선배’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퍼블리를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넷플릭스 등 디지털 콘텐츠 구독 업계가 호황을 이어 가고 있다. 퍼블리와 다른 구독 서비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시간’이다. 현대인이 쓸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바쁜 직장인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그 찰나의 순간을 노려야 한다. 직장인들은 넷플릭스를 주말에 몰아서 보는 경우도 많고, 책은 한 권을 읽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반면 퍼블리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출근길 지하철에서,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화장실에서, 음식점에서 대기하면서 짬짬이 읽을 수 있는 짧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구독자가 퍼블리를 가장 많이 읽는 시간은 평일 출근 시간대다. 퍼블리가 발행하는 ‘아티클(글)’은 대부분 5분에서 15분 분량이다. 여러 아티클을 모아서 만든 ‘웹북’도 분량이 30분에서 60분 정도다.”

짧은 콘텐츠가 퍼블리의 경쟁력이라는 말인가.
“그렇다.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든 뒤로 갈수록 점점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흥행했던 콘텐츠든 아니든 상관없다. 목차가 총 8개인 웹북을 가정하면, 1번, 2번 목차까지는 완독률이 높다. 그러나 3번부터 완독률이 급격하게 하락한다. 예외가 없다. 이 때문에 퍼블리는 전체 웹북의 목차와 글의 양을 줄이고 있다. 잠깐만 시간을 투자해도 퍼블리 글을 다 읽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독자가 충분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3월부터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목차는 최대 4개를 유지하면서 대부분의 글의 분량은 5분쯤으로 크게 줄였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손쉽게 글을 읽을 수 있는데, 퍼블리를 돈 내고 구독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시간이다. 물론 인터넷에도 좋은 글이 많지만, 이를 검색하는 데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시간보다 돈이라는 자원이 훨씬 부족한 사람이라면 검색에 많은 시간을 들이거나 퍼블리를 일회성으로 결제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퍼블리는 돈보다 시간이 더 희소한 직장인, 즉 구매력 있는 사람을 타깃으로 한다.”

앞으로 구독경제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결국 몇몇 주요 플레이어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매월 소비자에게 일정 금액을 결제하게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추구한다. 이들에게 돈이 아깝지 않게, 매월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은 고난도의 작업이다. 밖에서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있는 사업처럼 보이지만 ‘리텐션’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수익 모델이다. 퍼블리 역시 구독 모델만이 절대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과금 방식을 상상해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앞으로의 포부는.
“‘링크드인’처럼 일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싶다. 일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인 사람이 온라인으로 서로 소통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 구독자가 자신이 읽은 콘텐츠의 저자에게 질문할 수 있는 Q&A 기능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 많은 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뜨는 시장이다. 퍼블리 역시 ‘연결’에 도전하고 싶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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